너를 위해서
강복주
아이들은 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는
어른들의 사회도 최선을 다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아이의 치열한 삶을 보면
도와줄 수도 있지만
네가 더 큰 사람이 되라고
내버려둘 때도 있는
어른들도 어른들의 사회에서는
그렇게 큰 어른이 아니더라도
아이에게는 커다랬었지
하늘도 다 큰 어른들이 허우적대는 것을 보고
사랑으로, 사랑으로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을까
어른도 하늘 아래 아이
조금만 더 돈이 있었으면,
조금만 더 사랑이 있었으면,
조금만 더 인정을 받는다면,
하는 그 발버둥을
그래, 그 끝에 너는 여기로 올 거야
기특해하면서, 안타까워하면서
모든 것을 다 들어주시지 않으면서
너를 위해서
그래, 그 모든 것은 우리를 위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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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지난 뒤
먹구름이 지난 뒤
강복주
하늘은 푸르르고
마음은 푸르덩 멍이 들어
구름의 혀가 강아지의 온기처럼
먹 낀 원석마음을 보듬어주어도
마음은 강아지를 회색으로 물들이고
비를 온 몸으로 맞던
청춘의 칼날을
하늘은 보셨나요
구름을 타고 가려고 하늘을 바라보았는데
내가 비가 되어 내려오는 그 순간
어디로든 갈 수 있지만
생명이 되고 싶어서
흘러흘러 가는 동안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동안
진정이 되면 다시 구름 위에서
마음은 같은 푸르덩을 푸르름으로
푸르름으로
청춘의 칼은 거대한 유물처럼 덩굴이 휘감고
비가 그친 녹음을
구름은 건조한 비를 감싸안으며 건행, 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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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난 뒤에 연예기사를 하나 보게 되었는데요.
임영웅님 팬클럽분들께서 건행을 많이 쓰신다는 기사였습니다.
건실하게 나아간다는 뜻으로 써본 글귀였지만, 건강하고 행복하라는 뜻도 좋은 것같습니다.
에너지가 강력하다보니 저같은 개인에게까지 그 영향력이 전해진 것같네요.
저는 잘 몰랐는데, 이 것도 인연이라면 무의식 중에 쓴 게 아닐지..
좀 겹쳤지만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라며...
다들 건강하고 좋은 나날들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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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겠습니다, 감자
잘 먹겠습니다, 감자
강복주
몽글몽글 부스러지는
감자
조금의 단단했던 시간은
불과 20분만 함께 했어도
용암같은 찌개 속에서
단단한 감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어렵지 않게 씹을 수 있었던
그런 본질이
한편으로는 너무 맛있는 음식인
감자
죽는다면
어떤 죽음을 상상해봤을까
감자는 서로 툭툭 부딪히며
투박하지만 상처입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며,
싹도 피우지 않았을 때 빙그레 웃고
매끈하게 다듬어져
투하
부서져 찌개와 하나가 되어도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었으니까,
여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고민을 했어도
이젠 고민없이 투하
그게 정말 진정한 맛이어서
더 끓여서
내일 아침에 먹겠다고
잘 먹겠습니다, 감사.
사과와 귤을 바라본
사과와 귤을 바라본
강복주
그림 속 사과와 귤은 서로 닿을 수 없었다
여러 개의 사과와 여러 개의 귤이 정물화되어
떨어지는 귤조차 멈춰있던 그 그림 속의
유일하게 겹쳤던 사과와 귤은
뒤를 보여주지 않고 웃고 있었다
겹쳐지지 않은 사과와 귤이
자신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고개는 오로지 앞으로
보는 것은 오직 앞만
어쩌면 대다수의 사과와 귤은
자기자신만을 생각하고 있을 거였다
얼마나 멋진 포즈로 앞을 내어보이고 있는지
그 때 정면에서는
사람의 얼굴과 눈빛이 비쳤는데
아, 나란히 걷던 우리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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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무엇
강복주
무엇
우리는 그 무엇
돌고 도는 원심력 속
우리 안의 지구
별이 커져도
별은 보이지 않았어요
한계를 그어두고
너는 이거야, 너는 저거야
우리는 청개구리였지만 결코 반항하지 않았어요
이거였다가 저거였다가 둥글게 둥글게
그저 둥글게 변했을 뿐
사랑이 반항이 되는 세상 속에서
어째서 너마저 사랑할 수는 없었는지,
어쩌면 나는 나말고 모두를 사랑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는지
그래서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는지
원심력 안에 사랑을 넣고
돌리고 돌리다보면
조상님의 멧돌처럼 원자는 번져가고
내 옆에는 아이가,
어떻게 사랑해야할 줄 모르는 별과 같은 아이
안녕, 지구
거기서 어떻게 더 깊어져야할지 모른 채
우리는 서로 커져서
사랑하는 만큼 커지고 커져서
멀어지기만
지구여 지구여
나는 무엇
너는 무엇
별이 보일 때 넘어진다
어어, 바닥이 없다
어어, 돌아온다
어어,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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