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의 물결
강복주
작은 물고기를 둘러싼 겹겹의 산소와 수소
사랑으로 만든 집은 수조인가, 그 안의 장난감인가
그는 동그란 눈으로 떠다니며
아무 것도 없는 둥근 표정으로
사랑은 물결을 막아놓고
너의 평화를 위해
나의 평화를 위해
우리의 평온을 위해
잔잔했는데
폭풍우는 몰아치고 있는가
흐름을 타고 흘러가며
수조에도 물결을 만들어 내는 지느러미
구피는 잠을 자고 있었다
잘 지내니
잘 지내니
강복주
잘 지내니?
썼다 지워버린 수십번
다가가는 것은 매번 어려워서
마음에 폭풍이 칠 때
S.O.S를 치고
마음이 잔잔할 때는
혼자서도 살만하지
시간은 흘러가고
저 멀리
바다에선
하루에도 수십번 날씨가 바뀌고
산다는 건 그런 걸까.
지금 잘 지내도
결국은, 결국은.
그래도 지금, 너와 잘 지내고 싶다
폭풍우 속 태풍의 눈처럼
풍선
풍선
강복주
고향이라는 말이 이해될 즈음엔
이미 너무 멀리 떠나온 활성화
몸은 부풀려지고 배신으로 생채기낸
바람같은 몸
사랑을 배신한 것은 나였던가요
뿌우우 뿌우우 울면
더 내려가야하는데
오히려 더 치솟아 올라가
사랑을 준 그대들은
내게 산소가 아닌 수소를 넣어놨군요
왜 나를 놓쳤어요
찰나의 생각은 잠시
다시 온몸이 뒤틀리며 떨어지고
이 곳은 바다인가
너를 원래대로 되돌리지는 못하지만
너를 이 곳에 살게 할게
바다거북이는 덥석
나를 물어요
사과
사과
강복주
용서해달라,
그 한 마디가 어려운
순간순간들
난 더 이상 감당이 안돼
내가 용서를 빌더라도 함께 갈 자신이 없어
아니 누구와도 함께 갈 자신은 없어
우리가 깨지는 것의 책임
80%는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소금뿌린 고등어마냥 성질을 내고
밥상에 올라갈 때까지 죽어버렸어
함께 가지 않더라도
무릎을 꿇려 정복욕을 맛보고 싶었던
넌
난 더 이상 감당이 안돼
바다에 돌려놔도 그 소금기와 이 소금기는
달라
그래도 미안해
용서해주길 바래
추억으로 남을 순 없겠지만
멀어진 후
조금은 희석시킬 수 있다면,
미안해
다가갈 생각은 없어
다만 좋은 감정을 원할 뿐
비오는 날 걷다
비오는 날 걷다
강복주
빗소리처럼 와글거리는
사람들의 한 소리 한 소리에
흠뻑 젖어버린 안경과
아름다움을 생각할 새가 없던 머리칼
어떤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어떤 사람들은 차를 타고도
잘 다니는데
발바닥에는 흘러가는 것이
나에게만 고여있어
그래도 돌아가려고 해도
온만큼 걸어가야해
세상에게
맑음과 흐림을 맡기고
눈물은 비에게 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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