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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불타는 곳 

 

                                                   강복주



빗장걸린 모든 것들이 
불의 재료가 되어
강제로 마음이 열리고  
앞창이 뒤짚어진 장화가 
맨 살을 드러낸 

걸어가기만 해도 
영화의 한 장면같지만 
그건 실루엣 뿐 

멋지게 모자를 던질 수는 있었지만 
장화를 벗을 때는 그 땅에 
앉아 낑낑거려야했던 
그 여분의 장화도 모두 썼지만 

빗장 걸린 모든 것들이 불타서
내게로 들이닥칠 때 
모든 걸 버려야하나 
모든 걸 가져야하나 저 불마저도 
고민할 때는 있었지만 

행인의 본분은
그저 불길 없는 곳으로 
걷는 것 뿐 

나는 이제 주인이 아니다
빙그레 웃으며 말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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