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 곳은 불타는 곳
강복주
빗장걸린 모든 것들이
불의 재료가 되어
강제로 마음이 열리고
앞창이 뒤짚어진 장화가
맨 살을 드러낸
걸어가기만 해도
영화의 한 장면같지만
그건 실루엣 뿐
멋지게 모자를 던질 수는 있었지만
장화를 벗을 때는 그 땅에
앉아 낑낑거려야했던
그 여분의 장화도 모두 썼지만
빗장 걸린 모든 것들이 불타서
내게로 들이닥칠 때
모든 걸 버려야하나
모든 걸 가져야하나 저 불마저도
고민할 때는 있었지만
행인의 본분은
그저 불길 없는 곳으로
걷는 것 뿐
나는 이제 주인이 아니다
빙그레 웃으며 말할 수 있다면
반응형
'자작시 > 작은시집6'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란 사과를 찾아줘 (0) | 2024.06.30 |
---|---|
비개인 마중 (0) | 2024.06.29 |
광(光) (0) | 2024.06.27 |
그림자가 움직일 때 (0) | 2024.06.26 |
어느 날 태풍 불던 날, 꽃 (0) | 2024.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