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어느 날 태풍 불던 날, 꽃 


                                                       강복주



꽃은 비를 좋아할까요 
태풍예고가 된 어느 날 
어느 밭에 풀과 어울려 
반기지 않는 곳에서 피어난 
예고 없던 자신의 씨앗을 
스스로는 몰랐었죠 
TV에서 매시간 매분 매초 방송하는 
태풍의 뉴스도 꽃은 몰랐었죠 
어디에서 온 줄 모르고
어디로 갈 줄 모른 채 
그저 웃어주었어요 


안타까워 하더라도 
태풍 막아줄 이는 없지만 
버티면 
꽤 영양가가 많았다고 
추억하게 될지도 몰라요 


살아남는 게 
사랑이어서 
바람에 펄럭이는 
우리네 마음은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고 


그 걱정은 바람결에 훌훌 날아가 
웃듯이 흔들려요 


홍수만 되지 않으면 
홍수가 되더라도 
물은 꽃을 키우기에 


버틸 자신의 뿌리를 알고자 
더더 내려가기만 하네요 

 

 

반응형

'자작시 > 작은시집6'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光)  (0) 2024.06.27
그림자가 움직일 때  (0) 2024.06.26
7년 된 노트북  (0) 2024.06.24
여름, 해와 달의 교대시간  (0) 2024.06.19
천 살의 나무  (0) 2024.06.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