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제야 몇 걸음 뒤에 새하얀 왕관을 쓰고 새하얀 웨딩드레스에 지휘봉을 든 여자가 보였다.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인이었다.

 

"하여튼 정스러운 아이인데, 정체가 뭐니? 노예는 아닌 것같고."

"누구신지?"

"어머, 그 소개도 안하고 보내왔다니 정말 못살아. 나는 푸코의 여왕 프린세스4세다. 너는 누구니?"

 

그러고보니 사방이 다 하얗고 꽃이 펴서 예뻤다. 햇빛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확실히 남쪽이라는 느낌이었다.

 

"저는 페리온스인데."

 

페리온스는 일행을 둘러보았다. 마법생물이 아닌 모든 멤버들이 워프라는 공간을 통과하며 신체에 한계가 왔는지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일행들을 좀 보살펴 주실 수 있나요? 여왕폐하."

 

페리온스는 여왕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여왕은 쾌활하게 호호호 웃었다.

 

"귀여운 아이들을 보내왔구나. 좋아좋아."

 

너무 좋아하니까 경계가 되었지만 여왕은 쾌활하게 나풀나풀 어느 방으로 페리온스를 안내했다. 침대가 많은 방이었다. 페리온스는 일행 하나하나에게 "얼른 나아요."를 시전했다. 다만, 바오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바오는 포우로 돌아가야 하는데. 얼결에 다함께 와버렸다.

 

"어머, 마법을 쓸 수 있구나. 마법사를 보내왔나보구나."

 

페리온스가 진찰하는 모습을 보고 여왕은 옆에서 탄성을 질렀다.

 

"푸코에는 마법사가 없나요?"

"음, 있지만 주로 이성관계에서 유혹할 때 쓰지. 푸코의 주력분야란다."

 

푸코는 어떤 곳일까? 페리온스는 사드만보다도 더 낯선 기분이었다.

 

"레오는 참 좋은 애야."

 

여왕은 수다스러웠다.

 

"폐하."

 

문을 열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 몸매가 늘씬한 여자였고 복면을 하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칼을 두 자루 차고 있었다.

 

"어머, 카를라나. 인사해. 내 호위기사란다."

"부군께서 기다리십니다."

 

군더더기없고 간결한 스타일인 것같았다. 포스가 있었다.

 

"그래! 우리 호빵에게도 레오가 준 선물을 소개해주자!"

"저는, 저는 용건이 있어서 온거라."

 

페리온스는 더듬거렸다. 왜 설명없이 레오13세가 덜렁 자신을 소통하라고 내보낸 것인지 어쩐지 이해가 될 법도 했다. 프린세스4세는 태양처럼 너무 밝았다. 레오13세와는 느낌이 너무 달랐다.

 

페리온스의 말은 깨끗히 무시당했다.

 

"호빠아아아앙!"

 

새하얀 성을 거닐며 여왕은 고함을 쳤다.

 

"호빠앙!"

"어이쿠, 무슨 일이야? 자기야."

"호빵! 손님이 왔어. 레오가 보낸 사람이라네."

 

여왕이 말을 건 사람은 정말 호빵같이 동글납작한 사람이었다. 배가 불룩 나와있었고 관리가 잘 된 콧수염이 얼굴바깥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빈 말로도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는 외모였지만 눈이 깨끗해서 귀여운 얼굴이었다. 그는 뒤뚱거리며 빠르게 걸어왔다.

 

"자기야. 신하들이 왔어. 옷 갈아입고 내려가."

"알았어~! 소개부탁!"

"그래. 알았어! 나한테 맡겨!"

 

여왕은 서둘러 다시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많았고 미로같아서 정신이 없었다. 페리온스는 호빵을 보았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페리온스를 보았다.

 

"사드만은 주로 늑대인간을 보내는데."

"늑대인간이요?"

 

페리온스는 놀랐다.

 

"응. 늑대인간은 여기서는 노예란다. 사드만에서는 검투장에서 쓰라고 우리에게 늑대인간들을 선물로 보내주지."

 

페리온스는 놀랐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태연한 체하며 멀쩡한 얼굴을 연기했다.

 

"저는 유니콘을 사러 왔습니다."

"그럴 것같더라고! 핫핫핫!"

 

그들은 쾌활했다. 부부 한쌍이 모두 바닷가에 잘 어울렸다.

 

"하지만 7일 후에는 달빛 축제가 있어. 15일마다 열리는 거대한 축제인데, 7일 후에는 더 특별한 달빛축제가 열린단다. 그 동안 푸코를 좀 알고 가는 것도 좋겠지?"

"네. 저희는 아티마도 찾아야합니다. 왜냐하면 사드만의 좀비를 치료할 수 있는 건 아티마란 신전에 갇힌 신들께서 할 수 있는 거라서요."

"그래. 우린 사드만의 아픔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참 안타까운 일이야. 하지만 뭐 쉴 때는 쉬라고. 놀다보면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호빵의 호의적인 태도에 페리온스는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 그제야 주변이 좀 더 확장되어 눈에 들어온다. 하얀 집, 하얀 새. 햇살.

 

"푸코는 어떤 곳인가요?"

 

그제야 예의를 갖추어 물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쾌락과 향락의 나라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지. 세계에서 가장 즐거운 나라라네."

"그런가요?"

"특히 달빛검투장, 카지노, 경마장,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관광지! 그리고 거인의 섬. 그리고 15일마다 연인들을 위한 달빛축제가 열린다네. 볼 거리도 많고 즐길 거리도 많고 아주 즐거운 나라이지."

"나도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모든 종족 중 인간적인 특성이 있는 끝판왕의 나라라고. 푸코를 들어본 적 있어."

 

뮤오린이 말했다.

 

"그래! 소개시켜줄게! 7일 뒤면 달빛검투를 하니까 보고 가라고! 하하핫!"

 

호빵은 호인이었다.

 

"그럼, 카지노에 먼저 갈까?"

"카지노라면, 벨키스가 운영하는 도박장과는 다른 건가요?"

"푸코에선 아예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지. 사람들이 좀 덜 망하도록 제도를 취하고 있어. 물론 겜블러를 이길 순 없지만."

 

호빵은 하핫 웃으며 종종 걸음으로 앞서나갔다. 페리온스는 따라가려다가 결국 마법을 써버렸다.

 

stop(스탑:멈춰)

 

"어라?"

 

호빵의 통통한 체구가 기울어졌다가 퍽 엎어졌다. 페리온스는 저질러놓고도 놀랐다.

 

"괜찮으세요? 일단 멈추시라고 한 건데 죄송합니다."

"오호, 이성을 꼬시는데 쓰지 않고 마법을 쓴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근데 왜?"

"일행이 있어요. 그들과 같이 가고 싶어요."

"그래? 어딨는데?"

"침대에 누워있어요. 워프로 여기까지 왔거든요."

"가보자!"

 

호빵은 선뜻 앞장서 나갔다. 체구는 작은데 걸음이 무척 빨랐다.

방 안에 도착하자 이미 소란스러웠다. 물수건이 철썩 철썩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무려 단도 이바가 어느새 품에 떨어져서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놀라서 외쳤다.

 

"이바!"

 

-이 녀석! 내가 품 안에서 떨어진 줄도 몰랐지? 이렇게 소중하게 대하지 않다니, 나쁜 놈! 나쁜 놈!

 

"아냐. 이바. 언제 나간 거야?"

 

이바는 낑낑거리며 손잡이에 물수건을 적셔서 나르고 있었다. 물수건을 끙끙거리며 앓고 있는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의 몸을 휘게 하여 온 몸으로 던져서 착착 이마에 착지시키고 있었다.

-지친다, 지쳐! 네가 해!

 

그는 수건을 걸어 페리온스에게 내밀었다. 뮤오린이 그 수건을 집어들었다.

 

"이미 모든 애들에게 수건이 있는걸."

 

뮤오린은 중얼거렸다. 이바는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네 마법 솜씨는 썩 괜찮았다! 내일이면 전원 나을 것이야!

 

"오호, 좋아좋아. 그러면 내가 계획 일정표를 좀 짜서 주마. 관광지 코스로 7일을 쫙 짜서 말이야! 레오가 보낸 손님이니 잘 대접해야지! 카를라나! 죽 좀 줘, 어라 가버렸나?"

 

호빵이 맞장구를 치다가 어리둥절했다.

 

"하여간 카를라나는 우리 여왕밖에 모르는군."

 

그는 살짝 섭섭해하는 것같다.

 

"저녁에 갈 수 있으면 카지노부터 가자. 합법 카지노의 맛을 보여줄게."

"저희는 유니콘을 사야합니다. 돈을 가지고 허튼 짓을 하면 안되기 때문에, 죄송합니다."

 

페리온스는 이번에는 명확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에이~ 쪼잔하군. 겁먹었어?"

"돈을 따는 것보다는 잃으면 안되기 때문에요."

 

유니콘을 살 금액을 다 잃어버리는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었다. 지금까지 돌봐준 르네백작과 그레마를 볼 면목조차 없다.

 

"좋아. 내가 100골드씩을 줄게. 어때? 다 잃으면 다 잃는 거고 더 이상 하지 않기."

"10골드만 주십시오."

"너희들 전체 다 해서 100골드를 주겠다는 뜻이지. 후후. 그럼 10명 정도되니까 10골드 안에서 어떻게든 하라구."

 

역시 호인처럼 보여도 여왕의 부군.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건 그의 호의였다.

페리온스는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받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못 갈 수도 있을 것같아요."

"그래! 뭐 괜찮아. 강요하는 건 아냐. 나도 소개해주는 데에 의의를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렇담 다음 일정엔 꼭 참석할거지?"

"네. 물론이죠."

"거참, 여행자 중에서 이렇게 빡빡한 녀석은 처음일세."

"마음은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알았어. 저녁에 올테니 쉬라고. 식사 올려보낼까?"

"네, 부탁드립니다."

 

호빵을 문 밖까지 마중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뮤오린과 이바가 아이들의 체온을 재고 있었다. 세느는 그녀가 평소 들고 다니던 거대한 검은 아니었지만 그녀 체구의 반쯤되는 검을 휘두르는 연습을 하고 있었고 카일도 비틀비틀 깨어나고 있었다. 어니스트도 강한 체력으로 반쯤 일어서 있었고 카르멘도 마찬가지였다. 뭉크는 어느새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었는데, 제일 심한 것은 바오였다.

 

"내일이면 완전히 회복할 거야."

 

뮤오린이 말했다.

 

 --------------------------------------------------------------------------------------------

푸코의 이야기가 시작되려다가, 현재의 상태로는 장편소설을 도저히 쓸 수 없을 것같아 중도포기인데요.

노래로 완결할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https://min700.tistory.com/843

 

(이바시리즈) 이바의 세 소년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AI작곡에 대해 들고 왔는데요. 창작자분들의 수고로움이나 능력치등은 모두 존중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개인의 노력과 축적된 경력치의 매력을 누구나 인정한다고 생

min700.tistory.com

 

https://min700.tistory.com/856

 

이바시리즈의 얼개와 개요(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설로도 써두었지만 소설을 안 보시고도 개요를 알 수 있도록 줄거리를 적어놓은 노트를 가지고 왔습니다. 다소 거칠수도 있는데요. 신들의 소재는 판타지의 소재일 뿐 믿음과 신념에 관해서

min700.tistory.com

 

카테고리 안에서 완결까지 음악파일이 올라올 것같습니다. 

계속 봐주셨는데 소설로써는 완결까지 맺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이야기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반응형
반응형

 

 

"어땠어? 정말이야? 너 왕이랑 싸웠어?"

 

카일이 조잘조잘 말하자 경비원이 이쪽을 쏘아보았다.

 

"재판이 3일 뒤고, 폐하가 풀어주신대. 안심하고 기다려보자."

 

페리온스는 담담히 말했다. 바깥이 시끌벅적했다.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까의 학생과 부모님으로 보이는 한 커플의 어른이 들어오더니 철창을 덥썩 잡았다.

 

"이름이 뭡니까?"

 

갑작스러운 질문. 페리온스는 이번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당신들을 뭐라고 불러야합니까?"

 

"페리온스."

 

페리온스가 말하려고 할 때였다. 미처 페리온스가 다 말하지 못하였는데 카일이 다다다 말했다.

 

"우린 드래곤 주식회사예요! 왜요!"

 

"드래곤 주식회사!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우리 아이를 구해주셔서!"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당신들을 구할 거예요! 당신들이 그랬듯이!"

 

부부는 눈물을 흘리며 철창을 흔들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곧 돌아섰다. 경비원이 한숨을 쉬며 일행을 보았다.

 

"이제 나가주십쇼."

"상줘야할 사람을 이러는 건 말도 안되는 겁니다."

 

그들은 경비원에게 항의했지만 양을 몰아가듯이 몰려서 밖으로 나갔다.

 

"잘됐다. 잘됐어. 그리고 우리도 죽진 않겠다."

 

카일이 웃었다.

 

"오히려 이렇게 되면 더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어니스트가 말했다.

 

"3일 후에 어차피 알게 될거야."

 

페리온스도 일부러 태연한 척 허세를 부려보았지만 마음은 불안했다. 왕의 약속이라고는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큰 일을 저질러버린 것같다.

 

-불안한 것같구나.

 

아르테미스와 헤르메스가 신전 밖으로 나와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물 좀 드시겠어요?"

 

뮤오린이 물을 내밀었다. 일행은 페리온스를 놔두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경비원들의 눈총에도 다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아랑곳하지 않고 더 말을 했다. 페리온스는 가만히 생각을 비우고 왕에 대해서 생각했다. 믿자. 믿어야 한다.

 

3일 후, 경비대는 페리온스를 호송하여 성 안에 있는 거대한 재판장을 향하여 걸었다. 재판장은 멀리서도 보였는데, 운동장같은 크기를 둘러싸서 계단식으로 의자가 있었고, 중간에 처형대가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앙에는 재판석과 재판석 위에 커다랗고 화려한 왕좌가 멀리서도 반짝였다.

 

-은인을 살려내라!

 

가는 길에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무슨 뜻일까?"

 

뮤오린이 물었다.

 

"우리에게 하는 말은 아니겠지?"

 

카르멘이 말했다.

 

"드래곤 주식회사!"

 

비명처럼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그러자 가는 길에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드래곤 주식회사다!"

 

사람들이 와글와글 몰려들었다. 경비대가 팔을 내밀어 길을 만들었다.

 

"비키십시오! 재판장에서 봐주십시오!"

 

"당신이 내 생명을 구했어! 알아?"

 

우린 성수를 터트린 것 뿐이었는데. 페리온스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윽고 일행은 재판장에 도착했다. 커다란 재판장과 수많은 사람들은 그 자체로도 강한 위압감이었다. 그리고 그 것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레오13세가 앉아있었다. 그는 그 화려한 곳에서도 여유만만이었다.

 

페리온스는 타고나길 다른 사람이 있는걸까, 생각했다.

 

레오13세는 검고 얇은 옷을 안에 받쳐입어 근육이 그대로 보였지만 겉에는 비단과 깃털로 된 망토를 휘날리고 있었다. 머리에는 작은 보석이 박힌 금빛 띠를 받쳐매고 있었다.

 

3일 전에 봤던 것과 비슷한 검은 옷이었지만 겉의 외투가 화려해서 그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사람들은 가벼운 이야기 소리마저 웅장한 웅성거림이 되어 재판장을 압도했다. 적어도 만 여명은 되어보였다.

 

페리온스 일행이 가운데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탄성이 터졌다.

 

누군가가 먼저 외쳤다.

 

"드래곤 주식회사!"

 

그러자 뒤 따라서 장엄한 외침소리가 폐부를 웅웅 울렸다.

 

"드래곤 주식회사!"

"드래곤 주식회사!"

"페리온스!"

"살려라!"

"살려라!"

 

사람들의 외침이 온 몸을 공명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이런 큰 자리는 처음이라 떨리는 페리온스였다. 게다가 재판장이니 더더욱 그랬다. 재판을 받는다는 게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라는 인식은 있었다.

 

그런데 이런 환호라니, 식은땀이 났다. 좋은 것인지 좋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한 짜릿함은 있었다.

 

mike(마이크)

 

순간 페리온스는 번뜩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법이었다. 분명, 이건 마법.

 

레오13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 자리에 앉거라."

 

사람들은 놀랍게도 모두 자리에 앉았다. 몇 사람은 앉지 않고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혼자 서있으니 튀어서 시선이 갔다. 그 현수막에는 "왕도 못한 일을 소년이 했다."라고 적혀있었다. 페리온스는 좋다기보다는 이러다가 진짜 사형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죄인을 심판하겠다."

"우우우우."

 

사드만 사람들은 세다는 것이 진짜인 모양이었다. 왕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야유가 흘러나왔다.

 

"조용! 절차는 절차다. 법을 지켜야한다."

"우우우."

 

quiet(콰이어트: 조용히.)

 

결국 마법으로 해결을 보는 모양이었다. 주변이 조용해졌다. 레오 13세는 일어섰다.

 

"죄명을 말하겠다. 첫째, 탈옥. 둘째, 지하감옥을 600층까지 부순 죄. 셋째, 둑을 부순 죄. 여기까지 이의 있나?"

 

재판장 2층부터는 일반인들의 복장이었지만 1층에는 화려한 복장으로 미루어보아 귀족들이 둘러앉아있었다. 귀족들 중 한 명이 일어섰다.

 

"이의없습니다."

"잠깐만요. 둑을 부순 건 우리 아이들과 백성들을 구한 행동이었습니다."

"옳소! 좀비에는 귀족이고 평민이고 없는 일입니다. 국가의 미래가 없었습니다."

 

귀족들도 곧 2층의 시민들 못지 않게 시끌벅적해졌다.

 

"죄인들의 말도 들어보지."

 

레오 13세는 그렇게 말하고 싱긋 웃었다. 시선이 모두 페리온스 일행으로 쏠렸다. 페리온스는 떨렸지만 용기를 내어 일어섰다.

 

"저희는 메더스에서 온 여행자들이고 유니콘을 사러 푸코로 향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사드만에 온 것은 지나가는 길이기도 했지만 휴전을 부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희가 공적이 있다면 부디 휴전을 부탁드립니다."

 

레오 13세는 흐음, 숨을 쉬고 페리온스를 보았다.

 

"그렇다면 죄의 댓가를 치러도 괜찮다는 것인가?"

"벌은 싫지만, 우선 휴전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희는 좀비의 완전치료제인 성수를 위해 제우스님을 찾겠습니다. 그러면 사드만의 근원적인 위험을 제거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전쟁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귀족들은 웅성거렸다. 레오 13세가 손을 들었다.

 

"이렇게 하지. 푸코에는 짐의 이모가 여왕으로 계시다. 거기서 아티마를 찾아 좀비를 치료하는 것을 후원하겠다. 그 협상은 네가 가서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죄를 사면하는 대신 언제든 사드만을 위해 일하라. 신하들이여, 동의하는가?"

"전쟁종료는 왕께서만 지도하실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좀비가 치료되면 전쟁을 할 이유가 없소!"

"포우도 생각보다 강하오! 장기전이 되고 있소. 데테르 상사라는 자가 방어를 너무 잘한다더군."

 

레오13세는 신하의 기세에 눌리지 않고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우리의 근원인 시민들에게 물어보자. 휴전을 찬성하고 저 죄인을 살리겠는가? 죄를 주고 벌하겠는가?"

 

release(릴리즈: 해제하다)

 

"살려라! 살려라!"

"살려라! 살려라!"

 

레오 13세가 일어서서 외쳤다.

 

"살리려면 엄지를 들어라!"

"살려라!"

"살려라!"

 

사람들의 소리가 심장이 아프도록 울려퍼졌다. 모두 엄지손가락을 들고 있었다.

 

"그럼 재판을 내리겠다. 결정하고 이행하는 데에 죄인의 의사는 없다. 푸코로 가라!"

"푸코로!"

"푸코로!"

 

warp(워프: 휘어지다)

 

워프마법이 걸리고 세상이 비뚤어졌다. 일행은 어지러움에 메스꺼움을 느끼며 쓰러졌다. 페리온스와 뮤오린, 세느만이 멀쩡했다. 비뚤어진 세계가 다시 시야를 되찾았을 때는 새하얀 성 안이었다. 사드만과는 또 다른 낯선 공간이었다.

 

"여긴, 어디?"

 

페리온스가 뮤오린을 보았다. 뮤오린도 당황한 표정이다.

 

"어머나, 또 레오가 이상한 걸 보내왔네."

"네?"

 

 

---------------------------------------------------------------------------------------

사드만편은 여기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다가 좋아요가 하나씩 달려있는 것을 보면 하루의 작은 기쁨이었던 것같습니다.

기대하지 않았었는데요, 감사드립니다.

 

음악링크는 다음편에 걸어놓겠습니다.

 

 

반응형

'소설쓰기 장편 > 이바 (판타지)(미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판타지소설) 이바 62  (0) 2024.05.23
(판타지소설) 이바 60  (0) 2024.05.21
(판타지소설) 이바 59  (0) 2024.05.20
(판타지소설) 이바 58  (0) 2024.05.19
(판타지소설) 이바 57  (0) 2024.05.18
반응형

 

"뭐가 궁금하지? 아는 거라면 대답은 해주겠다. 좀비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전쟁을 멈추게 해달라는 외교적인 부탁은 들어줄 수 없을 것같으니 대답은 해주지."

 

그때였다. 발밑의 축축함을 느낀 페리온스가 바닥을 보았다. 지하 600층. 물이 차오르고 있다. 그제서야, 다른 일행들이 생각이 났다.

 

"둑을 터뜨린 거야. 이건 성수다!"

"잠겨죽겠어."

 

투마와 뮤오린의 외침에 왕은 무뚝뚝하게 바닥을 보았다.

 

"성수로는 잠겨죽지 않아. 생명수이니까. 다만 말을 못하고 움직임이 둔해지고 여기에 그대로 갇혀버릴 수는 있겠군."

"그렇다면 나가야해요!"

 

물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아무리 죽지 않는다고 한들, 물이 찬 지하실의 망령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말을 못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페리온스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egg boat(에그 보트: 계란모양 보트)

 

페리온스는 일단 보트를 소환했다.

 

"타세요!"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어. 이 지하와 탑을 모두 부수는 것밖에."

"타세요. 해볼게요. 죽고 싶으신 건 아니시죠?"

"국가를 위해, 죽을 수는 없어. 하지만 너도 별 수는 없을 것같은데."

"저는 부순다면 탈출할 수 있어요."

"그래. 600층까지 왔으니까 말이야. 여기는 수식의 늪에 빠지는 미로인데, 여기까지 온 사람들은 인정은 하고 있다. 그래서 대답도 해준 거지. 누가 더 빨리 가는지 내기할래?"

"이 상황에서 내기요?"

"내기에서 이기면, 뭐든 소원 하나는 들어주겠다."

"소원이요? 약속한 겁니다. 폐하!"

"그래."

 

그제야 그의 무뚝뚝한 얼굴에 씨익 웃음이 번졌다. 이미 무릎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다.

 

"근데 폐하의 형님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 성수로 치료될 수도 있어요."

"너희도 완벽히 사고를 쳤구나. 나라의 둑을 터뜨리고 말이야. 그런데, 성수로는 안될 거야. 아마. 물린 게 아니라 죄의 무게이니까."

"나중에 설명을 들을게요. 이바! 도와줘!"

 

-얘기는 다 들었다, 이 놈아. 이렇게 된 이상 질 순 없지!

 

이바도 의욕가득이었다. 마나가 단전으로 가득 모였다. 왕이 피식 웃었다. 먼저 마법을 쓴 것은 왕이었다.

 

투과

 

그러더니 제자리에서 통통 발딛음을 하더니 가볍게 뛰었다. 층을 넘어서 위층으로 그냥 몸이 통과해버렸다. 페리온스는 다급해졌다. 페리온스는 에그보트의 중심에 이바를 단단히 묶었다. 보트에는 뮤오린, 세느, 투마가 탔다. 묵직했다.

 

ice crash(아이스 크래쉬:얼음으로 부수다)

 

그대로 천장이 부서졌고 이바는 냅다 내달렸다. 층마다 쾅쾅 부서진다. 뮤오린은 세느를 안 쪽에 두고 귀를 막았다. 투마도 몸을 잔뜩 웅크렸다. 시작은 좀 느렸지만 이바는 중력을 거스르는 듯 점점 더 빨라졌다. 몇 십층을 올라갔을까. 백층은 올라간 것같았다.

 

왕이 비행하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자세히 볼 수는 없었다. 앞으로, 앞으로, 그냥 달렸다. 시간이 흐르자 주변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몇 분. 그리고 하늘. 탁 트인 파란색과 맑은 구름이 세상 위에 있었다.

 

"빛의 300일이다!"

 

페리온스는 탄성을 질렀다.

 

-얍! 지하실쯤이야 이 드래곤님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도다! 1등 도착!

 

그러나 이바가 멈추자, 엄청난 중력이 몰아쳐왔다. 페리온스는 급하게 외쳤다.

 

fly together!(플라이 투게더:다함께 날다)

 

페리온스의 마나로 뮤오린, 세느, 투마가 둥둥 하늘에 떴다. 세느는 이 밝음이 좋은지 까르르 웃었다. 어느새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나 있었을까. 지하실에 있으니까 시간이 가는지조차도 몰랐다. 아직 세상은 물바다까지는 아니었지만 급속도로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페리온스일행은 하늘에 둥둥 떠서 그런 세상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를 이길 줄은 몰랐는데."

 

어느덧 높이 올라온 왕이 여전히 감정이 드러나지 않은 표정으로 페리온스가 있던 하늘 위에 나타났다. 너무 여유로워 봐준 게 아닌지 싶은 착각이 들었다. 바로 밑에는 호투성 5층 탑이 있었다. 페리온스는 왕을 바라보았다.

 

"질문이 있습니다."

"소원인가?"

"소원이 아니더라도 뭐든 물어보라고 하셨잖아요."

"음 그랬지."

"여기 오면서 아수라 성기사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게 많았었는데요."

"음."

"지하 120층에는 다크프리스트 왕자가 있었고요. 아수라성기사는 어째서 검은 기운 밖에 없는 거죠? 그리고 왜 그렇게 강한 거예요? 그리고 왜 성기사이죠? 그리고 신성력을 다 쓰면 다크프리스트가 된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질문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왕은 무뚝뚝한 얼굴로 뒷짐을 졌다.

 

"신성력은 우주의 힘이야. 마법은 우리 자연계의 힘이고. 신들은 신성력을 변환해서 자기식대로 쓰지. 신들 가운데서도 우주와 가장 가깝게 통할 수 있는 자는 이 대륙에서는 단 한 명이야. 그건 제우스님이지."

 

페리온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우스님이 여기서 나올 줄은 몰랐다. 사드만의 왕, 레오 13세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러면 미라트는 제우스냐? 아니야. 이건 진짜 왕들 가운데서도 잘 모르는 기밀이다. 미라트는 제우스의 힘을 쓰고 있지만 제우스는 아니야. 제우스를 감금해놓고 어둠의 안개로 묶어놓았지. 그렇다고 인간이냐? 인간도 아니야. 그도 신이다. 미라트는 어둠과 시련의 신, 크로노스야. 바로 제우스의 아버지이자, 제우스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그 크로노스이지. 그는 제우스의 힘으로 자신이 빛이라고 속이고 있어. 마음이 선하게 가득차면 제우스의 힘을 끌어다쓸 수 있지만, 마음에 어둠이 가득차면 크로노스의 힘을 쓰게 돼.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신성력을 배웠지만, 빛으로 변환되는 제우스의 힘으로 가는 게 아니라 크로노스를 거쳐 변환된 힘을 쓰게 되지. 그러면 자신의 몸이 망가져. 그게 바로 다크 프리스트, 아수라성기사, 좀비 등이지. 힘을 안쓰느니만 못하게 되는 거야. 그 상황이 오래가면 의식이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

 

"이, 이런 기밀을 저희에게 말씀해주셔도 되나요?"

 

왕 레오 13세는 검지로 투마를 가리켰다

 

"그건 아티마지?"

"네? 네."

"예전에는 제우스님이 다른 형제들을 구했지만, 이젠 다른 신들께서 제우스님을 구할 차례로군."

"알아보셨나요?"

"제우스님이 계신다면, 우리 형도 치료해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휴전해주십시오! 군대를 크로노스에게로 향해야합니다."

"소원이냐?"

"네. 소원입니다."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내 소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페리온스가 흥분했다.

 

"그래. 외교사절을 우리도 고려해보겠다. 나머지 나라들과도 연합하면 좋겠지. 몬스터 군단은 우리가 만들 수 있을 것같군.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지도 몰라."

 

왕은 혼잣말을 하더니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살려달라고 하던 사람들도 주변에서 말리자, 성수라는 것을 알고 걸어다녔다. 그러나 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이제 좀비들은 거의 성수를 먹었겠다. 물을 빼야겠어. 같이 뺄까?"

 

왕은 페리온스를 보며 도움을 청했다. 페리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라이를 쓸까요?"

"그 것보다는 배수구를 만드는 게 좋겠어. 내가 먼저 하면 따라해봐."

 

drain(드레인:배수하다) 

 

물이 점점 빠지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따라 외쳤다.

 

drain(드레인:배수하다) 

 

도시에 배수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물은 순식간에 빠졌다. 세상은 녹이 슨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반짝반짝하고 깨끗했다. 아마 성수여서 그런 것같다.

 

페리온스일행과 왕 레오 13세는 서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호투성 감옥 안에서도 깨끗해진 건물이 반짝거렸다. 물론 조금 부서지긴 했지만. 감옥 밖으로 어떻게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나오고 있었다. 사드만 성 미라트 학교의 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도 조심스레 바깥에 나오더니 빛이 비춘다는 것을 알고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 와중에 수비대장이 조심스레 몸을 숨겨 경비대원들에게 다가갔다.

 

"저 녀석들이다!"

 

경비대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페리온스가 멀뚱히 돌아보고 있는데, 경비대원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급히 페리온스와 일행에게 수갑을 채웠다.

 

"괜찮으십니까? 폐하!"

"이 사람들 덕분에."

"하지만 저 자는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성벽을 부순 중죄인이라 합니다. 게다가 죄가 많습니다. 철창을 부수고……."

"지하 600층도 모조리 부쉈다네."

 

레오 13세는 재미있는지 씨익 웃었다. 경비대원들은 놀랐다.

 

"체포해야합니다! 무사하십니까?"

"나도 참관할테니, 얘들아, 안심하거라. 3일 뒤에 보자."

"공개재판에 붙이겠습니다!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레오 13세는 답지 않게 윙크를 했다.

 

"둑도 부쉈다네."

"둑을! 이 놈들! 이 놈들 짓이구나!"

 

경비대는 일행의 팔을 양 옆에서 붙잡고 끌고 갔다. 모두는 얼떨결에 질질 끌려 지하감옥으로 다시 들어갔다. 세느는 페리온스를 빤히 보았지만 페리온스가 말이 없자 룰루랄라 큰 저항없이 질질 끌려갔고 투마는 투덜투덜거리며 앞으로 걸었다. 뮤오린은 알아서 앞으로 걷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맨 먼저 지하감옥 지하 1층, 며칠 전에 갇혀 있었던 그 감옥에 내던져졌다. 카일과 어니스트가 좀비가 되었고 수비대장이 있었던 그 곳이었다. 어느새 옆쪽 감옥도 복구가 되어 있었다. 이 곳에도 마법을 쓰는 사람이 있는 걸까? 그렇지 않고서는 믿기 힘든 속도다.

 

경비대는 일행을 빤히 감시했다. 하나 둘씩 일행들이 감옥에 붙잡혀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르멘은 애교를 부리며 탈출을 시도했지만 세 명의 커다란 덩치의 경비원에게 가는 길이 막혔고 웜과 뭉크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 마지막으로 어니스트와 카일이 투덜거리며 감옥 안으로 내던져졌다.

 

"아쒸!"

 

어니스트와 카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철창을 쥐고 흔들며 고함을 쳤다.

 

"3일만 기다리면 돼. 얘들아."

 

페리온스가 구석에 앉아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왕을 만나봤어?"

 

웜이 물었다.

 

 

반응형
반응형

 

 

투마가 이상한 정을 하나 들고서 망치로 섬세하게 깡깡 내리쳤다. 그러자 점점 얼음이 깎여나갔다. 이윽고 머리 하나가 다 드러났다. 페리온스는 다크프리스트 왕자를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걸쇠푼다?"

"흥. 네 멋대로 해."

 

다크프리스트 왕자가 체념했다.

 

걸쇠를 풀자 아수라성기사는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사라지는 게 아니라 뜻밖의 정체를 드러냈다. 그 것은 바로 미라였다. 미라가 갑옷 안에 있었다. 미라는 씨익 웃었다.

 

"지금이다! 아들아!"

 

dark night(다크 나이트: 어두운 밤)

 

다시 방 안에 어둠이 찾아들고 아수라성기사가 모여들었다. 그들의 기계적인 검술에 아랑곳하지 않고 페리온스는 외쳤다. 별로 긴장하지 않은 상태였다.

 

light(라이트:빛)

 

이바가 있으니 빛조차도 증폭된다. 페리온스의 마법에 다크프리스트의 신성력인지 마법인지 모를 것이 금방 억눌려졌다. 아수라성기사들의 환영은 조금 움직이다가 곧 다시 그대로 박힌 것처럼 멈추었다.

 

"안 될 것을 왜 자꾸 그러는 거야?"

"원통하다."

 

미라가 말했다.

 

"아저씨는 수호령이예요?"

 

페리온스가 물었다.

 

"아줌마다! 그리고 난 진짜 안 갈 거야! 하늘나라 안 갈 거라고!"

"네, 근데 저희도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하는데요."

"몇 층으로 가는데? 아까 곱하기 5라고 그러던데, 설마 600층은 아니지?"

"600층이 맞는데요."

 

아수라성기사였던 미라는 헉 소리를 냈다.

 

"600층에 왕이 있다고. 우리한테도 쩔쩔매면서."

"곱하기 5만 아니면 쩔쩔매지 않았어요."

"우린 무적이란다."

 

페리온스는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480왕자일텐데 무적인가요?"

"얘 좀 봐. 600층의 원리를 모르는구나. 600층은 600층이든 5층이든 도전하는 사람이 한 칸씩 차지할 수 있는 구조야. 그러니까 우리는 120층에 와서 도전해서 남의 층을 뺏지 않고 계속 버틴거지. 그러니까 난 아직 진 적이 없다고. 강한 놈하고는 붙질 않았으니까. 이해되니?"

"어쨌든 더 싸우실 거예요?"

"그럼! 얼마든지 더 싸우겠다!"

"페리온스, 안되겠네. 토치가 필요할 것같아."

 

투마가 말했다.

 

"토치!"

 

수호령은 그 생각은 못한 것같다.

 

"난 뜨거운 게 너무 싫어!"

"하지만 계속 싸우려고 하시잖아요."

"알았어. 졌다!"

"곱하기5의 걸쇠를 풀고 올게요."

 

페리온스는 그녀를 얼려놓은 상태로 아수라성기사의 본체를 떠났다.투마가 외쳤다.

 

"페리온스! 절대 마법을 풀지 말게! 이 사람들 믿을 수가 없어."

"다크 프리스트는 왜 되는 거예요?"

 

걸쇠를 풀며 페리온스가 물었다.

 

"신성력을 너무 많이 써서 아니겠니?"

 

어쨌든 다크프리스트인 사람조차도 자세히는 모르는 것같다.

 

"아수라성기사는요?"

"성기사들이 신성력을 너무 많이 써서 아니겠니?"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윽고 걸쇠가 풀렸고 아수라성기사의 본체는 씩씩거렸지만 이미 졌다고 말해버린 상황이었다. 페리온스 일행은 얼음을 풀지않고 엘리베이터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다크프리스트도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 우리가 가고 난 뒤에 녹여봐."

 

뮤오린이 덧붙였다.

 

dark light(다크 라이트: 어두운 빛)

 

마지막까지 다크프리스트 왕자는 어두운 빛을 시전했다. 페리온스는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가 빙그레 웃었다.

 

light(라이트:빛)

 

마지막까지 기싸움이었다. 일행이 들어오고 서서히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드디어 600층, 설레는 마음이 지나쳐 속이 울렁거렸다. 왕은 어떤 사람일까?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온 몸이 쭈빗거린다.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내려갔다. 내려가는 동안 모두 말없이 정적이었다. 페리온스는 긴장을 달래기 위해 침을 꼴깍 삼켰다. 그걸로도 부족해 말을 털어놓게 된다.

 

"이제 왕이야."

"왕과도 싸워야할까?"

"이전처럼 통성명만 하고 그쪽이 덤벼들면 또 싸워야하지 않겠나!"

 

투마가 망치를 이고 말했다.

 

"어느 정도로 강하길래, 다들 너무 강하다고 할까?"

"이 깊은 곳에 가장 깊이 있는 사람이라."

 

뮤오린이 심각하게 중얼거렸다. 엘리베이터는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세느가 뮤오린을 꼭 껴안았다.

 

"무서워잉."

 

셋은 동시에 세느를 보았다.

 

"인간이 강해봤자, 세느와 이바만 할까?"

 

-이제야 내 진가를 알아보는군. 창을 유지하라고!

 

이바가 샐쭉하게 말했다. 그 말을 하자 페리온스는 용기가 좀 생겼다. 왜 이렇게 항상 자기자신을 믿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늑대인간이기 때문일까?

 

엘리베이터는 한참을 내려갔다. 이윽고 서서히 멈추어섰다. 600층. 무려 600층이었다.

페리온스는 잔뜩 방어적인 자세로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그 공간을 바라보았다.

 

횃불이 켜져 있었고 넓은 방이 복도처럼 이어져있었다. 약간 적막했지만 은은하게 밝았고 넓게 트여있었다. 사람은 없었다.

 

"더 들어가야 하나봐."

 

페리온스는 앞장을 섰다. 방은 하나가 꺾어져서 다음 공간이 나왔는데, 거기엔 꺾인 공간이 또 하나 있었지만 그 공간에는 책상과 함께 미남이 한 명 앉아있었다. 짧게 정돈된 머리에 그는 검은 색으로 위에는 딱 붙는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게 별로 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검은 머리에 빨간 눈이 사연있게 드리워져 있었고 키가 크고 몸이 예뻤다. 그는 깃털이 달린 펜으로 뭔가를 쓱쓱 쓰고 있었다.

 

"폐하?"

"나를 찾아왔나?"

 

그가 얼굴을 들었다. 횃불 밑에서 보아서 그럴까, 피부도 맑은 느낌이다.

 

"우리는 싸워야할까요?"

 

긴장을 하니까 말이 엉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페리온스는 더듬더듬 말을 했다. 어쩐지 이 남자, 자신이 작아지게 만드는 느낌이 들게 한다.

 

"나가주었으면 좋겠지만, 더 이상 밀고 들어오면 나도 싸울 수는 있겠군. 하지만 난 더 이상 싸우지 않아."

"폐하, 포우와의 전쟁을 멈추어주십시오. 저희는 외교로 왔습니다."

 

페리온스는 품안에 꼭 숨겨두었던 소개장을 꺼내었다. 왕은 그 것은 힐끔 보았다.

 

"인간은 참 모순적인 존재지."

"네?"

"좀비가 낫지 않으면, 신하들은 계속 그러자고 할 거야. 전쟁을 하자고."

"왕이시잖아요. 그것도 서바이벌에서 제일 강한 왕이시잖아요!"

"나는 제일 강하지 않아. 제일 강한 사람, 1등은 따로 있어."

"그게 누군데요?"

"우리 형. 지금은 좀비가 됐지만."

 

왕은 집무실로 보이는 책상과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뚜벅뚜벅 걷더니 안 쪽으로 들어갔다. 페리온스 일행은 조심스레 따라 들어갔다. 거기엔 단단해보이는 철창이 있었고, 거기 안에는 좀비가 한 마리 있었다. 이미 이성을 잃은 듯 공격적이었다. 인기척이 들리자 철창을 마구 물어뜯었다.

 

"지금은 이렇게 됐지만, 제일 세."

"왜 이렇게 됐죠? 좀비에게 물렸나요?"

"제일 센 사람이라, 좀비들이 상대가 되지 않아. 형은 이 모든 사드만의 슬픔, 좀비의 기원이다."

"제일 세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600층에 도달한다는 뜻인가요?"

"우린 제왕학을 배워. 모든 과목에서 형은 1등을 차지했고, 이 600층은 마지막 관문이야. 하지만 형은 알게 되었어. 왕께서는 후계자인 1등 말고는 나머지를 모두 죽여야겠다고 말을 하신 거지. 2등인 나도 예외는 아니었어. 왕권을 위험하게 만드는 왕자들이 너무 많았고, 싹을 잘라버리겠다 이거였지. 그런데 형은 옛날부터 1등이었어. 누구도 그를 꺾을 수 없었지. 게다가 건강했고, 마법도 체육도 잘했어."

"마법이요?"

"우리는 세상에 있는 모든 걸 다 배워. 힘이 되는 거라면 뭐든지. 마법도 세상에 있는 힘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 제법 잘 다루기도 해."

"저는 마법사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저 책상에 내가 방금 쓴 걸 읽어봐. 읽어도 돼."

 

페리온스는 다음에 600왕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일단은 왕의 일기를 집어들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폭풍같은 사건을 겪으며 마법은 슬픔과 같은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마음에 다양하게 일어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봐야 맑아지고 기쁨이도 커지듯이, 그런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서바이벌을 통해 느낀 것은 내가 죽도록 싸운 그 형제들과 나는 하나라는 사실이었다.

 

"형제에 대한 감정이 애틋하시네요."

 

페리온스가 말했다.

 

"형은 아버지를 죽이고 우리를 살렸어. 그리고 그 죄가 너무 무거워, 그 죄로 하늘의 벌을 받아서 좀비가 되었다. 형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자, 아버지를 죽인 원수이자, 나를 살려준 은인이자,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위험요소야."

 

페리온스는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왕에게는 위로도, 와닿지도 않을 것같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었을까.

 

"하늘의 벌……이요?"

"미라트 위에도 하늘이 있지. 우주라는 하늘."

"당신은 미라트에 대해서 아나요?"

 

카르멘에게도 물어봤지만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반응형
반응형

 

 

"우리가 해치운 연산을 자네는 알고 있나?"

"몬스터 팻말을 주지. 자네들이 환영을 해치웠을 때 그 팻말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어. 가져가."

 

여러 개가 흩어져 있었다. 투마는 낑낑거리더니 그 숫자를 조합했다.

 

4×(2×2×2+2╶2+5×5÷5╶5+3×3╶3+3+3+5+5)

 

그러더니 바닥에 나열하여 그런 수식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되겠어. 소인수는 아니지만, 이렇게 하면 딱 30이야. 그럼 120층으로 간다!"

 

투마의 계산은 끝났다. 페리온스는 씁쓸하게 웃고 있는 들소왕자를 보았다.

 

"괜찮겠어? 2층에는 수호령이 있었는데, 넌 수호령이 없니?"

"난 엄마도 일찍 돌아가시고, 수호령따윈 없다. 그냥 소들이랑 어울리는 게 좋았어."

"지하실에서 혼자 괜찮겠어?"

"가끔 너희같은 침입자들이 오니까 괜찮아. 저층은 심심하지는 않거든. 하지만 저층이라도 대부분 나한테 져서 돌아간다고."

 

페리온스는 엄마가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다. 자신도 기억하기로, 자기가 태어날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래 감성에 젖어 있을 시간은 없었다.

 

"핫핫핫, 오히려 잘됐어. 30층을 내려갈 수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다음부턴 이건 금기야. 금기. 꼭 ×5를 맞춰야 돼. 알겠나? 아니면 너무나도 번거로워진다는 말일세."

 

"알았어. 투마. 가자."

 

페리온스는 마음을 다잡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일행이 들어오는 동안 들소왕자를 보았다.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는 한 동안 덜컹거렸다. 내려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같았다. 그러나 많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지하 120층입니다

 

문이 열리는데 앞이 깜깜했다. 약간 춥기도 했다.

 

'아 참, 바깥은 어둠의 60일이었지.'

페리온스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하인데도 바깥처럼 찬바람이 휘몰아쳤다.

 

달깍, 달깍하는 이상한 소리도 어둠 속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나를 잊고 있었지?

 

카랑한 소리가 품 속에서 울려퍼졌다. 페리온스는 퍼뜩 안에 차고 있던 단도, 이바가 떠올랐다.

 

-마법이 좋아서 나를 잊고 있었지? 이 녀석아! 얼른 들지 못해?

 

이바의 말에는 무조건 따라야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페리온스는 단검술이 서툴었지만 바짝 긴장해서 단도를 들었다. 머지않아 검이 머리 위에서 내려쳤다. 페리온스는 자동으로 단도를 들었다.

 

깡깡깡깡

 

몇 번이나 막았지만 힘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페리온스!"

 

follow shot!(팔로우 샷: 따라가는 쏘아올림)

 

페리온스가 힘겹게 막는 동안 뮤오린의 화살이 칼을 든 누군가를 추적했다.

곧 깡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10여 초 막았을 뿐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날이 다 상했잖아! 내 몸인데, 이게!

 

이바가 빼액 외쳤다. 엘리베이터 안은 더 이상 공격당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았다. 페리온스는 숨을 몰아쉬었다. 페리온스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말똥히 보던 세느가 외쳤다.

 

"오빠, 내가 할게!"

 

세느가 번쩍 손을 들었다. 투마가 흠칫했다. 페리온스는 애써 웃었다.

 

"괜찮아. 세느. 세느는 우리의 비밀무기니까."

 

페리온스는 이번에는 뮤오린을 보았다. 차가운 곳에 있으니, 뮤오린의 붉은 입술이 더욱 붉었다. 뮤오린은 페리온스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뭘까? 통성명도 안하고."

"익숙하지 않아?"

"나도 그런 느낌이 조금 들긴 들었어."

"라이트 마법을 써보자."

"좋아. 버튼을 누른다.

 

light(라이트:빛) 

 

페리온스는 심호흡을 하고 불을 켠채로 문을 열었다. 뜨악스러운 장면이 있었다. 페리온스는 뒷걸음질 쳤다.

 

아수라성기사가 칼을 든 채로 멈춰서있었다.

 

big light!(빅 라이트: 큰 빛)

 

페리온스는 재차 마법을 걸었다. 빛이 깃들어서 방이 완전히 하얗게 변한다. 9명의 아수라 기사가 있었다. 사칙연산이 붙어있는 것으로 봐서 환영이었다. 환영이지만 실제와는 거의 똑같은 것같다. 본체가 있을까 싶었다. 본체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구석에 키득키득 웃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다.

 

"너는 통성명을 안하니?"

"키득, 그런 게 왜 필요하지? 이기기만 하면 되는데."

"너는 사제복을 입고 있는데, 흰색과 골드가 아니라 검은 색이구나. 네가 바로 그 다크 프리스트인가?"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아무리 관찰력이 부족한 페리온스여도, 그걸 볼 수가 있었다. 그는 그 말을 듣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페리온스! 자네가 걸쇠를 좀 풀어야겠어! 내 손은 너무 크고 둔해서 말일세."

"알았어! ×5말이지?"

"그렇게 놔둘 소냐! 영혼이 있는 아수라성기사가 있지! 가랏!"

 

멈춰 있던 아수라성기사 중에 하나가 무방비 상태의 페리온스를 찔렀다. 이바가 황급히 허공으로 갔지만 약간 비껴서 허리에 맞았다. 페리온스는 뒷걸음질로 벽에 부딪혀 앉았다.

 

"페리온스!"

 

비명같이 뮤오린이 다가왔다.

 

"페리온스 오빠!"

 

세느는 눈이 뒤집히기 직전이었다.

 

"세느. 안돼. 진정해."

 

세느는 씩씩 거리다가, 그래도 페리온스의 말은 들었다. 투마가 허둥거렸다.

 

"하하하하! 영혼이 있는 아수라성기사! 이건 못 봤을 거다!"

 

아수라 성기사가 말을 하며 한바탕 웃었다.

 

"크크크, 우리 시대다. 다크 라이트(dark light: 어두운 빛)."

 

아예 어두워진 것은 아니지만 안개가 낀 듯하면서 나머지 아수라 성기사들도 전부 움직이고 있었다.

 

"차이점을 발견했어. 본체는 연산기호가 없어."

"본체를 해치우면 되는 거지? 이럴 때 뭉크가 있어야하는데."

 

healing(힐링:치유하다)

 

뮤오린은 큐어링과 힐링으로 번갈아 시전하며 페리온스의 옆에서 몸을 웅크렸다. 이바는 오랜만에 검집 밖에 나와서 빙그르르 돌고 있었다.

 

-저 녀석이랑 힘으로 맞서려면 이 드래곤님밖에 없다! 얼른 나를 합치도록 하여라.

 

"그래, 이바 덕분에 상처가 깊지는 않아. 뮤오린, 고마워."

"안돼. 무리하면."

 

그래도 페리온스는 무시무시한 재생력으로 아물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중얼거렸다.

 

"걸쇠를 뜯어야하는데, 손재주는 없는데."

 

아수라성기사가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이바! 도와줘!"

-진짜 자기 필요할 때만 도와달라고 하고! 섭섭해서 못 살겠네!

 

그러나 단도와 단도끝을 대자 이바는 창으로 변했다.

 

-이바는 드래곤이다. 마법생물이란 말이지. 네가 어떤 마법을 쓰던 9클래스 이상의 위력을 가진 마법으로 증폭된다. 다시 라이트를 해봐!

 

light!(라이트: 빛)

 

이번에는 다크라이트를 삼킬 정도의 빛이었다. 아수라 성기사들은 다시 제 자리에 멈추었다.

 

-그리고! 불이나 얼음 계열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니 명심하도록!

 

"이바 미안하고 고마워."

 

-날 까먹지 말라고, 흥.

 

"그럼 해본다!"

 

페리온스는 이바를 겨누었다. 아수라성기사 본체는 아직 살아있었다. 그가 달려오고 있다. 페리온스는 아수라성기사가 채 다가오기 전에 외쳤다.

 

ice(아이스:얼음) 

 

역시 공격이 몇 배로 증폭된다. 아수라 성기사는 하얗게 덮였고 아수라성기사 뒤 쪽으로는 동굴의 종유석처럼 얼음이 돋아났다. 방을 가로질러 전부 얼음이었다.

 

"없어지지는 않아! 걸쇠를 풀어야 없어지나봐."

"그럼 어떡하지?"

"뮤오린! 여기를 좀 지져줄 수 있어? 이바로 하면 너무 셀 것같아."

"걱정마."

 

torch(토치:방화하다) 

 

뮤오린은 작은 불꽃을 내뿜어 얼음을 지졌다. 얼음이 타면서 녹았다. 그러자 다크프리스트 왕자가 기겁을 했다.

 

"안 돼! 타면 안된다고! 멈춰!"

 

페리온스와 뮤오린은 다크프리스트 왕자를 힐끔 보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다크프리스트 왕자는 빽 고함을 질렀다.

 

"걸쇠만 풀면 되잖아!"

"걸쇠만 풀게."

"지지지 말란 말이다!"

"걱정말게. 투마가 나서지."

 

 

반응형

'소설쓰기 장편 > 이바 (판타지)(미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판타지소설) 이바 60  (0) 2024.05.21
(판타지소설) 이바 59  (0) 2024.05.20
(판타지소설) 이바 57  (0) 2024.05.18
(판타지소설) 이바 56  (0) 2024.05.17
(판타지소설) 이바 55  (0) 2024.05.16

+ Recent posts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