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마는 기쁘게 웃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손을 놓지 않았다. 문은 여전히 열려있었다. 투마는 문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안은 좁았는데 열 명 정도 빽빽히 들어설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었다. 페리온스는 엘리베이터가 무엇인지 이해도 되지 않았지만 안으로 들어갔다. 뮤오린과 세느도 따라 들어왔다.
그제야 투마는 버튼을 놓았다. 그러자 문이 스르르 닫긴다. 밀폐된 공간이었다. 페리온스가 천장을 쳐다보자, 약간 공간이 흔들린다. 그러더니 문이 열렸다.
천장에서 소리가 들렸다.
-지하 2층입니다.
"지하 2층? 너무 적게 온 거 아니야?"
"자네는 곱하기의 위력을 모르는군. 시작은 미약하지만 앞으로 잘하면 돼. 엘리베이터는 갱도 외에는 거의 쓰지 않는 기술인데, 사드만은 다르군."
둘이서 수다를 떠는 동안 뮤오린은 정면을 보았다.
의자에 앉은 사람이 일어섰다. 망토를 하고 있었고 머리는 세로로 세워져 있었다.
"여기까지 침입한 사람은 흔치 않은데. 저층이라도."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제야 모두 정면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누구지?"
페리온스가 물었다.
"언데드 왕자, 598왕자다."
"비밀의 방에 대해서 좀 물어볼게 있는데."
"나를 이기고 나서 말하거라. 나의 수호령들!"
그는 한 손을 들었다. 그러더니 언데드 하나가 뒤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분신술을 해서 12마리 가량으로 불어났다. 그리고 아까처럼 한 마리 한 마리에 사칙연산기호와 숫자가 붙어있었다.
투마가 망치를 비껴들었다.
"이봐. 저 것도 ×2를 해. 아니면 3, 5인데. 헷갈리니까 무조건 ×2다."
"걱정마. 나한테도 좀 맡겨봐."
뮤오린이 모처럼 활을 꺼내들었다.
ice arrow(아이스 에로우: 얼음 화살)
분신술을 한 언데드 중에서 정확히 ×2에 갖다맞았다. 이번에도 환영처럼 언데드는 사라졌다. 그리고 페리온스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열리지 않았다.
"안 돼. 본체를 없애야하나봐."
열 마리의 언데드가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아차 싶었다. 아직 방어막을 설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뮤오린이 대담하게 다시 활을 날렸다.
big shot (빅 샷: 큰 쏘아올림)
정확히 본체로 가서 떨어졌다. 한 방이었다. 언데드는 지지직거리더니 구체가 깨어졌다. 그러더니 호호호 소리가 났다.
"천년 묵은 언데드를 한 방에 해치우다니, 뭐 저런 소녀가 다있지? 호호."
왕자가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언데드는 연기처럼 전부 사라졌다. 마법 스피커도 아닌 것같다. 일행은 공포에 질렸다.
"넌 누구냐!"
투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흐물흐물거리는 투명한 그림자가 방 안을 떠다니며 흘러다녔다.
"아까 언데드였던 유령. 유령인데, 이 아이의 수호신이기도 하고? 언데드는 시체지만 가끔 혼령이 깃들수도 있단다. 인형에 악령든 거 알지? 그렇게 말이야. 나는 이젠 그만 세상을 떠나고 싶은데, 미련이 남아 못 떠나고 있었지만 200살이 넘었을 때는 후회했지. 새 삶을 그리워했다고! 특히 언데드가 된 후에는 고통스러워서 빨리 가고 싶었는데 누군가가 나를 죽여주기 전까지는 세상을 못 떠나는 거야. 오 이럴수가.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언데드가 되지 않는 거였는데 말이야. 왕좌가 뭔지, 미련이 남더라고. 그래서 나를 죽여줄 영웅을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지. 모든 패배한 수호령 몬스터가 그럴 거야. 몬스터는 원래 영혼이 없는 물질적 존재지만 사드만에서는 수호령이 몬스터에게 깃들어 힘을 함께 모으는 경우가 많지. 사드만의 특수한 문화니까, 어쩌면 졌기 때문에 감옥에 갇힌 느낌이기도 하고. 좀 분하기는 하지만 이제 다시 하늘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구나."
"할머니. 난 여기서 공부나 하고 있을게."
왕자가 말했다. 그리고 불안하게 덧붙였다.
"이 사람들이 나를 죽일 수도 있지만."
"죽일 생각은 없어요. 우리는 단지 왕을 만나러 왔어요."
"왕을?"
수호령과 왕자는 동시에 말했다.
"왕은 정말로 강하다고."
"그래도 만나서 전쟁을 멈출 거예요."
"바깥은 지금 전쟁 중인가보군. 나는 서바이벌이라고는 하지만 내 동생을 별로 만나본 적이 없어. 그래도 위험하다는 건 말해주고 싶군."
598왕자가 말했다. 페리온스는 조심스레 말했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빨리 물어라. 얘. 난 지금 얼른 하늘나라 가야해."
언데드였던 할머니가 시계를 보는 시늉을 했다.
"600층엔 정말로 왕이 있나요?"
"응. 있어. 지금은 와있을걸?"
"그럼 됐어요. 빨리 가봐야해요."
"웬만하면 많은 층에 가서 성불해주고 와. 많은 아줌마들 아저씨들이 지금 몬스터에 낑겨 낑낑거리고 있단다. 대부분 천년은 묵었을 거야. 자식이 뭔지."
"죄송해요. 많은 층에 가는 건 무리일 것같아요. 빨리 가야해요."
"그래. 에휴, 성불이나 빨리 해야지."
세느가 허공에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그리고 일행은 다시 엘리베이터에 탔다. 문이 닫히고 짧게 보았던 598왕자와도 이제 이별이었다. 이번에는 4층에 도착했다. 안내방송이 들렸다.
-지하 4층입니다.
엘리베이터를 열자마자 열기가 후끈 느껴졌다. 일행은 일단 모두 내렸다. 이번에도 정면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보석을 치렁치렁하게 단 소년이었다.
"나는 들소 왕자. 596왕자이다. 지하실마다 우리는 이 지하실을 지키고 있다. 통성명은 왕자로서의 예의. 그럼, 시작하겠다."
"우리는 누군지 말을 안했다고. 이게 무슨 통성명이야!"
투마가 버럭 말을 했지만 이미 꼬리에 불이 있는 들소가 앞다리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리고 환영이 일어났다. 소가 16마리로 불어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엔 사칙연산 기호가 붙어있다.
"문답무용 가라!"
들소 왕자는 검지를 세우며 불소들에게 명령했다. 페리온스는 몸을 웅크렸다. 페리온스는 이번에는 마법을 먼저 걸었다.
protect!(프로텍트:보호하다)
보호막이 생겼다. 그러나 보호막에도 불구하고 꼬리에 불이 달린 소들은 돌진했다. 두두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열기가 전달된다. 페리온스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너무 빨라."
뮤오린은 활시위를 당기려고 했지만 머뭇거렸다. 이윽고 쐈지만 화살은 불소들의 뒤쪽에 떨어졌다.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입구 쪽으로 몰렸다. 투마가 용기를 내어 나가려고 했을 때였다.
wind blade!(윈드 블레이드: 바람칼날)
세느가 자신의 몸만한 블레이드 소드를 꺼내어 크게 휘둘렀다.
"오빠를 괴롭게 하는 사람은 용서치 않겠다!"
세느는 위풍당당하게 외쳤다. 들소는 16마리가 전부 없어져 있었고 본체의 구체도 파괴되었다. 들소처럼 보이던 몬스터였던 같다. 모든 게 부서졌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 검기는 596왕자에게까지 다가가서 왕자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세, 세느. 이렇게 까지는."
일행은 모두 당황해서 들소왕자에게로 달려갔다. 들소왕자는 힘없이 웃었다.
"이렇게 죽는 건가? 저층의 왕자로서, 힘이 없는 게 원통하군."
"596왕자!"
"그렇게 부르지 마! 596왕자라는 뜻은 서바이벌에서 596등을 했다는 뜻이다! 으윽 원통하다."
"들소 왕자! 잠깐 있어봐. 생각날 것같은데!"
페리온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글자가 생각나지 않는다. 뮤오린이 급한대로 소독마법을 했다.
curing(큐어링: 치유하다)
그러나 페리온스를 바라보았다.
"이거 가지고는 안돼. 어떡하지?"
"생각날 것같아."
페리온스는 퍼뜩 글자가 떠올랐다. 그는 들소왕자의 상처에 손을 가져다대고 한글로 외쳤다.
얼른 나아요
그제야 힐링되고 있었다. 세느의 마법공격은 강력했다. 하지만 페리온스의 마법이 덧씌워지며 서서히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뮤오린은 페리온스의 마법을 지켜보았다.
"마법이 점점 늘고 있다. 너 정도면 7클래스의 마법사 정도는 될 것같아. 성장하는 속도가 놀라워."
뮤오린이 감탄했다.
"으흠,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네. 페리온스군."
투마가 어깨를 으쓱했다.
"뭔데?'
페리온스가 투마를 바라보았다.
"바로 우리가 들소를 전부다 해치워 버렸다는 점이라네. 2, 3, 5를 이용해서 차근차근 내려가야하는데 말이야. 몇 층으로 내려갈 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네. 복잡해진 것이지."
"그래도 이 비밀의 사칙연산은 거의 2, 3, 5야. 여기는 4층이니까 잘 계산해봐."
들소왕자는 멋쩍게 말했다. '얼른 나아요'로 나았지만 고맙다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는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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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추신을 씁니다. 판타지소설을 완결내려고 애를 써보았는데 잘 되지 않아서 사드만까지 쓰고 이바의 글은 마무리가 될 것같습니다. 나머지는 AI노래로 서사시를 만들려고 하는데요. 마지막회에 음악을 걸어논 카테고리의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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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이바 56
protect(프로텍트: 방어하다)
페리온스는 대비를 하고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방어벽에 바로 누군가의 이빨이 박힌다. 좀비였다. 페리온스는 질겁을 했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너무 무서웠지만 이제는 태연한 척이 인이 박힌 것같다.
"여긴 아닌가봐."
큰 복도로 다시 나와 다시 오솔길을 만들었다. 10여분을 더 가고 또 꺾인 자리가 발견되었다. 여기도 작은 문이 있었다. 이번엔 노란 색이다.
"여긴가?"
"꼭 열어야 하나? 페리온스!"
투마가 질겁을 했지만, 이번에는 뮤오린이 열었다. 그러더니 닫았다.
"쏟아져 오고 있어. 길이 부서지겠어. 빨리가자!"
그리고 뮤오린이 페리온스를 잡아끌었다. 페리온스는 자신의 뒤로 좀비들이 길을 부수고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자연히 달리게 된다.
'으으 마나가.'
페리온스는 슬슬 마나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법이 부서지면 데미지는 크다. 마나가 두 배는 더 닳은 느낌이었다.
좀비는 갈수록 많아지는 느낌이었다. 따라오는 이들이 많아서 그럴까.
이번에도 또 감옥이 꺾이는 자리가 있었다.
"이 문은 좀 큰데!"
또 문이었다. 이 문은 아주 커다랬다. 사자문양이 있었다.
"여는 방법을 모르겠어. 열리지 않아."
뮤오린이 말했다. 페리온스는 프로텍트 마법을 걸어놓고 문에 다가갔다. 보호막 안에 옹기종기 모였다. 세느가 껑충 뛰어올랐다.
"사자다! 사자!"
"그래, 사자네."
페리온스가 힘없이 대답했다. 마나가 딸리면 어떡하지. 옷도 찾았고 굴첸이 준 저장알약도 찾았으니 거기서 뭘 찾아볼까.
"사자 눈!"
세느가 사자의 눈을 꾹 눌렀다.
구구구궁
하는 굉음과 함께 아주 천천히 커다란 문이 열렸다.
"열렸어!"
모두 탄성을 질렀다.
"좀비는 어떡하지?"
페리온스는 여전히 걱정이 많았다.
"여기로 들어오지는 않는 것같아."
뮤오린이 말했다.
"인간이 이런 공간을 만들다니."
투마가 감탄했다. 세느는 방 안에 들어와 빙그르르 돌았다. 안이 따뜻했다.
"여기가 비밀의 방인가봐!"
페리온스는 슬쩍 마법을 거두어보았다. 여전히 좀비들은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페리온스는 주머니를 뒤져 굴첸이 준 저장알약을 꺼냈다. 포션. 포션이 필요하다.
페리온스가 정신이 없는 동안 뮤오린은 방안을 둘러보았다.
벽화가 가득 그려진 방 안이었다. 주로 기사들과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 쪽 벽면에는 무기가 놓여져 있었는데 그 무기에는 이상한 숫자들이 적혀있었다.
세느는 방 안을 마구 누비며 달리고 있었고, 페리온스는 마침내 어질러진 짐더미 속에서 작은 포션을 발견했다. 굴첸을 믿고 과감히 마셨다. 눈이 번쩍 뜨이고 정신이 맑아진다.
"휴, 마나를 회복했군. 뮤오린 뭐해?"
그제야 뮤오린을 볼 정신이 생겼다.
그 때였다.
구구구궁.
문이 다시 서서히 닫기고 있었다. 밖은 좀비, 안은 밀폐된 공간. 페리온스는 동공이 흔들렸다. 뮤오린이 페리온스의 어깨를 잡았다.
"카르멘의 말에 따르면 여기에 왕이 있는 거야."
"아 그렇지."
"정신 차려야 해. 다행히 여긴 밝으니까 뭐라도 좀 찾아보자."
문이 닫혔다.
방 안에는 곳곳에 주황색의 은은한 불이 켜져 있었다. 아무래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형태의 불인 것봐서 마법의 불인 것같았다.
'마법? 사드만도 마법을 쓰는구나.'
페리온스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벽화가 거칠지만 섬세하게 그려져있었다. 기사가 언데드가 되는 과정의 그림인가 싶기도 했다. 언데드는 그럼 보통의 몬스터와는 다른 건가? 몬스터는 보통 핵심구체가 있어서, 그걸 깨뜨리면 정말 산산히 부서져 사라진다. 그래서 생명력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언데드도 그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리고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무기였다. × ÷ +╶의 기호가 있었고 600이라는 숫자가 빨간색으로 크게 적혀있었다. 그리고 2, 3, 5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땐 귀족의 수업도 받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검투장을 전전하다 여행자의 몸이 되었기 때문에 수학에도 문외한이다. 그러나 이게 수학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는 그저 평화로운 방 안이었다. 들어갈 수 있는 입구 하나가 있었다.
"들어가볼까?"
"이걸 풀어야할 것같은데. 그냥 밀고 들어가도 될까?"
뮤오린이 무기를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입구가 있긴 해."
입구에도 지직거리며 강하지 않은 철문과 지직거리는 팻말이 있었다. 팻말에는 1이라고 적혀 있었다.
"페리온스! 자네는 이렇게 전문적인 건축가를 두고 말이야. 흠흠!"
투마가 모처럼 자랑을 했다.
"빨리 가야 해. 투마. 이미 너무 지체가 됐어. 홍수가 나면 여기도 무사하지 못해."
페리온스는 혼자서 결정을 내리고 문에 대고 외쳤다.
crash!(크래쉬:박살내다)
그 때였다. 반 작용으로 페리온스는 부웅 떠서 3미터는 나가떨어졌다. 문 앞에는 마법 방어막이 형성되어 있었다. 너무 약하게 마나를 쏟아부었나 싶어 페리온스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방의 벽면들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이게 뭐지?"
"페리온스! 그걸 부수면 안되는 거였다네. 저게 뭔 줄 알아? 엘리베이터라는 거야. 흠흠. 알겠나? 방어막이 마법을 막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게. 성격이 참 급해. 참."
모처럼 투마가 잔소리를 쏟아 부었다.
페리온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렁이는 벽화의 기사들이 하나 둘 튀어 나오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본능적으로 뮤오린과 세느 앞을 막아섰다. 투마와 갈라지고 벽화 여기저기서 기사들이 튀어나왔다. 익숙한 기사였다. 속에서 새까만 기운이 올라오는, 아수라 성기사. 그리고 언데드들. 아수라 성기사는 × ÷ +╶의 기호가 갑옷에 새겨져 있었고 언데드들은 복잡한 숫자들이 여러 개 새겨져 있었다. 2, 3, 5의 숫자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숫자가 배와 등에 새겨져 있었다.
"생각난 게 있어! 죽이지 말게! 알겠나? 페리온스!"
투마가 멀리서 쇳소리로 외쳤다. 페리온스는 웅크렸다.
protect(프로텍트: 보호하다.)
뮤오린과 세느도 함께 자세를 낮추었다. 뮤오린은 귀를 쫑긋 세웠다.
"여자가 약하다고 해도, 마법생물은 약하지 않아. 페리."
마법구에서 방어만 하려고 웅크린 페리온스를 보고 뮤오린이 속삭였다.
"투마가 뭔가를 아는 것같아. 그리고 저 아수라 성기사는 힘이 빠져있어. 포우에서 봤던 것처럼 쌩쌩하지는 않은 것같아."
그러나 표적은 세 명이 있는 이 곳인 것같다. 그들은 몰아쳐왔다.
그들의 뒤에서 투마는 열심히 망치를 내려쳤다. 얼마나 힘이 센지, 투마가 내려친 자리는 아수라 성기사가 다 뭉개져 없어지고는 했다.
투마는 속으로 뭔가를 열심히 계산해 보는 것같더니, ×와 2가 적힌 몬스터만 골라 해치웠다. 그리고 급하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환영처럼 아수라 성기사와 언데드가 사라졌다. 그리고 벽면에는 다시 그림이 그려졌다.
투마는 휴우, 숨을 내쉬었다. 웅크려있던 페리온스와 뮤오린, 세느도 마법을 풀고 달려왔다.
"뭐야? 뭔데. 투마."
페리온스가 모처럼 궁금증에 가득찬 소년처럼 물었다.
"수학의 기초. 소인수분해다."
"암호같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인데 전혀 못 알아듣겠어."
"600. 이게 뭐겠나?"
"600? 진짜 모르겠어."
페리온스는 동공이 흔들렸다.
"600. 바로 사드만 왕자들의 숫자이기도 하고, 나는 이 지하의 마지막층이 600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숫자! 600층에 빨리 가려면 소인수를 전부 곱하는 게 빠를 거같다. 지하지만 여기는 자연수를 쓴 것같아. 올라올 땐 나누기를 써야하겠지? 부수는 거보다 이게 제일 빠른 방법이야. 가자고."
"우와, 왕자가 600명인 것 말고는 전혀 아무 것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대단하다. 투마."
페리온스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핫핫핫 이 투마에게 맡기라고.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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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이바 55
"어머, 어니스트, 오늘 안색이 안 좋네?"
"오늘은 나도 할 말 없어."
어니스트는 뚱하게 대답했다. 그러더니 다시 투덜거렸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일이 다 끝나고 오냐. 좀 일찍와서 도와주면 좀 좋아?"
"할 말이 없으시다더니?"
또 다시 어니스트와 카르멘은 불이 붙는 것같았다. 그 때였다.
"너!"
토마스 수비대장이 돌아와 있었다. 그는 많이 놀랐는지 동공이 커져있었다.
"이상하다 했어! 알론이 아니잖아!"
"어머나? 들켜버렸네?"
tie up!(타이 업: 묶다)
페리온스가 급히 외쳤다. 수비대장은 밧줄로 묶여서 털썩 주저앉았다.
"후후, 우리를 여기에 가두려고 했죠?"
어니스트가 벌떡 일어섰다. 어니스트는 성큼성큼 다가와 수비대장을 들쳐맸다. 그 동안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수비대장의 큰 체격도 어니스트가 드는 데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 녀석들! 감히 나를!"
"아저씨,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잠시만 여기 갇혀 계세요."
웜이 공손하게 말했다. 그리고 카일과 어니스트가 갇혀있던 철창 문을 열었다.
"이 놈들!"
페리온스는 그 동안 배웠던 한글을 떠올렸다. 상처입히지 않고 진정시키는 방법. 진정해보다 효과적일 것같다. 페리온스는 수비대장의 귀에 속삭였다.
잘자요.
수비대장은 쌕쌕 잠이 들었다.
"자, 이제 옷도 갖췄고 전원이 모였군."
카르멘이 으쓱 어깨를 들썩이며 가볍게 말했다. 바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일어섰다. 모두 원을 그리며 한 곳에 모였다.
"호투성 감옥에 왕이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거같아. 카르멘, 지도가 있어요?"
페리온스가 먼저 운을 띄웠다.
"기밀이라 지도는 없구, 구조는 파악해왔는데, 설명해볼게. 우선, 호투성은 탑도 하나 있지만 그건 속임수이고, 왕은 지하에 있어. 그런데 그 지하가 끝도 없다는 거야. 계단으로도 내려갈 수 있지만 계단으로 내려가는 길은 좀비가 많대. 그래서 비밀의 방을 찾아서 들어가야한대. 그런데 그 비밀의 방은 금기시되어 있고 꽤 커서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거래.
그렇게 비밀의 방을 크게 만든 이유! 자신감이라는데, 사드만은 왕을 서바이벌로 뽑는대. 전대 왕이 600명의 자식을 뒀고, 그 600명이 경쟁을 통해서 하나씩 떨어져나가며 왕의 눈에 드는데, 이번 왕은 거기서 2등을 한 사람이라는 거야. 왜 1등이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 왕이라면 그 비밀의 방과 지하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대.
그리고 좀비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은 신성력이 필요한데, 신성력을 너무 많이 쓰게 되면……."
"그건 알고 있어. 다크프리스트 말이지?"
어니스트가 말했다.
"형 좀비가 되었는데도 듣고 있었어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지."
어니스트가 머쓱하게 말했다.
"흠~ 어쨌든 나는 모르니까 계속 설명한다? 하여튼 그래서 성수를 만드는 방법이 최고인데, 우리에겐 뭉크가 있고 다행히 사드만에는 강이 있단 말이야? 그 둑을 터트리면 도시 전체가 잠긴대. 좀 위험하지만 홍수냐 좀비를 치료하냐의 문제야."
"신전에 가면 사제들이 도와주실 겁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해야할지 정하지 못하셔서 가만히 계신 것이 틀림없습니다."
뭉크가 말했다.
페리온스는 카르멘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했다.
"두 팀으로 나누자."
페리온스가 말했다.
"마법생물은 좀비가 되지 않는대. 나와 뮤오린, 투마, 세느는 여기서 왕을 찾으러 가고 뭉크, 웜, 어니스트, 카일, 카르멘, 바오는 바깥활동을 해줘."
"너는 마법생물이 아니잖아?"
어니스트가 말했다.
"고백할 게 있어."
페리온스는 숨을 들이쉬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렇게 말해도 되는 걸까?
"난 엘프의 꽃밭에서 늑대인간에게 물렸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늑대인간이지."
"치료할 방법은 있을 거예요. 좀비도 치료할 방법이 있으니까."
웜이 말했다.
"그럴 것같더라. 그 체력이 이상하긴 했어."
"뭐 여기서 유용한데 뭐 문제있어?"
모르는 사람이라 봤자, 어니스트와 카일 정도였던 것같다. 둘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괜히 하하 웃었다.
"진짜 최초네. 늑대인간 공작님 되는 거."
그리고 어니스트는 희망차게 외쳤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어쨌든 그럼 이제 두 팀으로 해요. 지하까지는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물이 들어오기 전에 도달할 수 있을 거예요. 폐하를 구해서 나가도록 할게."
페리온스가 말했다.
"그게 좋겠다. 이 감옥은 좀비가 우글우글한 것 같아. 좀비라면 이제 더 이상 물리기 싫어."
카일이 진저리를 쳤다.
그렇게 두 팀은 갈라졌다. 어니스트가 걱정스레 페리온스를 돌아보았다.
"나 없어도 괜찮겠어? 검사가 없는데."
"어쩔 수 없죠. 형이 물리는 것보단."
뭉크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다가와서 빤히 쳐다보았다. 페리온스는 뭉크를 돌아보았다.
"사제님, 할 말이 있으신가요?"
"네. 일단 갑옷 바깥에 성수를 발라 놓겠습니다."
"아 네. 그렇게 하시죠."
뭉크는 남은 성수를 조금씩 보호대와 간이갑옷에 펴발랐다.
정말 이제 준비가 끝났다.
"조금 있다 만납시다!"
카일이 큰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들이 나가고 난 빈 감옥에는 좀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페리온스는 철문을 열다가 멈칫했다.
"철문을 이번엔 방패로 만들자."
"간단하지!"
투마가 자신있게 철문을 뚝딱뚝딱 개조했다. 4인분의 방패는 금방 나왔다. 일행은 하나씩 집어들었다.
"좋은 생각이 하나 났어."
페리온스는 싱긋 웃었다.
"마법?"
뮤오린이 물었다.
"push(푸쉬:밀다)를 쓰는 거야."
"밀 수 있을까? 엄청나게 밀려올텐데. 지금까지는 20명 정도였지만."
"path(패쓰:작은 길)은 어떨까?"
"그게 더 낫겠다. 그건 무적일 거같아."
"짜놓고 가길 잘했다."
페리온스는 손바닥을 폈다. 그 제스처를 뮤오린은 의아하게 보았다.
"이 손바닥을 손바닥으로 치는 거야. 그게 바로 파이팅이라는 인간의 제스처야."
뮤오린은 피식 웃고는 페리온스의 손바닥을 짝 하고 쳤다. 그 때였다. 소리를 들은 좀비떼들이 앞에서 압도적으로 밀려오고 있었다. 자칫 기세에 짓눌릴 것같았다. 투마가 주춤하며 말했다.
"아무리 마법생물이라도 물리는 게 좋은 일인지 모르겠군!"
"걱정마!"
페리온스가 외쳤다.
pathway(패쓰웨이:좁은 길)
거대한 좀비무리 사이로 고고한 길이 났다. 좁은 길이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씩 걷기에는 충분했다. 좀비들이 팔을 뻗었지만 그래도 걸을만한 공간은 충분했다.
"흠흠! 내가 앞장서지! 어니스트가 없으니까 말이야."
투마가 무거운 발걸음을 사뿐사뿐 걸었다.
"언니랑 오빠는 내가 지켜줄게!"
세느가 팔랑팔랑 투마의 어깨를 잡고 따라 걸었다. 페리온스는 뮤오린을 앞세우고 마지막에 걸었다. 아무래도 처음과 끝이 가장 주의해야할 장소일 것같았다. 어니스트의 존재감은 꽤 컸다. 그 큰 체격의 뒤에 서있으면 든든했는데, 투마도 힘이 세긴 했지만 잘 막을 수 있을까하는 우려는 되었다. 세느도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블레이드소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꼬마였다.
어쨌든 길을 만들고 나니, 조금은 안심하고 라이트볼을 켤 수 있었다. 뮤오린이 빛을 띄우고 앞으로 걸었다. 페리온스는 뒤에서 신중하게 길을 만들었다. 10여분이 지나고 철창으로 이어진 복도를 전부 다 걸어냈다. 좀비들은 무대에 선 연극배우들을 응원하듯이 손을 내밀었다.
잠깐 끊겨진 복도는 꺾여서 다시 이어져 있었는데, 페리온스는 투마를 따라 걷다가 작은 비상구를 발견했다.
"잠깐. 여기, 빨간 문이 있는데."
작은 문이었다.
"오오, 열어봐. 아니 열지마. 좀비떼가 올 거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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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온스는 자신의 몸을 보았다. 상처는 다 아물어 있다. 늑대인간이기 때문일까. 재생력이 어마어마해진 기분이다.
"일단 1차로 나한테 물을 뿌려서 좀비들이 나를 물게 하는 게 어떨까?"
"네가 들어간다고?"
뮤오린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내 재생력이면 괜찮을 것같아. 그리고 성수를 한 번 더 만들자. 여기 있는 게 20여명 정도니까."
"그게 좋을 것같군."
투마가 맞장구를 쳤다.
"넌 아프지도 않아?"
뮤오린은 걱정을 쏘아붙이는 것으로 하는 것같았다. 페리온스는 빙그레 웃었다. 무서울 때 웃는 자가 1류다. 라는 말을 새기면서.
뭉크가 성수를 페리온스의 온 몸에 적셨다.
페리온스는 아까 전과 같이 불을 끄고 라이트볼을 저 멀리 던졌다. 좀비들이 우르르 이동한다.
철창을 조심스레 열고 페리온스는 좀비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다시 라이트 볼을 들어올렸다. 좀비들의 시선이 다시 페리온스에게 돌아갔다.
카아악!
좀비들은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페리온스에게 다가가 물어뜯었다. 10명이 동시에 물어 뜯고 있었다. 그리고 좀비들은 다시 눈을 까뒤집으며 제자리에 누웠다.
페리온스는 철창으로 손을 내밀었다.
"컵을 줘!"
조금 아팠지만, 상처는 순식간에 아문다. 페리온스는 컵을 받아들어 검지와 중지로 물을 찍어서 좀비들의 입에 집어넣었다.
"오오, 찌르기 신공이야."
옆에서 투마가 감탄했다.
마지막으로 수비대장이 달려들었다. 페리온스는 이번에도 과감하게 찔러넣었다. 그도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정말 마지막.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좀비가 한 마리 있었다.
구석에서 쌕쌕 거리는 그 좀비는 바오였다.
"형. 고생했어요."
페리온스는 두 손가락으로 물을 묻혀 바오에게도 물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제 두 사람, 카일과 어니스트가 남았다.
두 사람도 조용했다. 진정마법 때문인지, 아직도 감옥 구석에 눈만 둥그렇게 뜨고 우스꽝스러운 손 동작을 하며 앉아있었다. 페리온스는 감옥 문을 열었다. 감염될 걱정이 없으니 당당했다.
페리온스는 가만히 앉아있는 두 사람에게 컵으로 물을 들이키게 했다. 둘도 거품을 물며 기절했다.
감옥은 조용했다.
감옥 안으로 뻗어나간 통로를 페리온스는 잠깐 보았다.
"투마, 여기 철창을 만들 수 있겠어? 좀비가 또 올지 모르잖아."
"문을 하나 만들어주지. 대장간은 없지만, 급한대로, 헤파이스토스님."
투마는 헤파이스토스를 소환했다.
"철창도 뜯어주십쇼."
-허허.
헤파이스토스는 별 말 없이 철창을 뜯었다. 뮤오린이 있던 쪽의 철창이 전부 뜯겼다. 헤파이스토스님은 다리를 조금 절뚝거렸지만 순식간에 철창을 제거해 투마 앞에 털그렁 놓았다. 성격이 아주 온유한 신같아 보였다.
헤파이스토스와 함께 투마는 구석에서 망치로 내려치며 뚝딱뚝딱하더니 금새 철문을 하나 만들었다. 통로에 문을 설치해놓고, 일행은 문을 옮기는 정도만 조금만 도왔지만 기력이 다해 주저앉았다.
"이제 좀비가 오더라도 어느정도 막을 수 있겠어."
웜이 싱긋 웃었다.
"난 더 들어가볼 생각이야."
페리온스가 말하자, 웜과 뮤오린은 깜짝 놀랐다.
"페리온스!"
"감염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여기에 대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다고! 그리고 너 체력이랑 마나는 어떡하고?"
뮤오린이 페리온스의 어깨를 잡았다.
"일단 여기 좀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 안색이 돌아오고 있는데, 놀라운 게 거의 아이들이야."
찢어진 옷을 입은 아이들이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고 있었다. 찢어진 옷이었지만, 비단이었고 원래는 비쌌던 것같은 옷들이었다.
아이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당황해하고 있었다.
"기억나? 너희들은 좀비가 되었었어."
페리온스는 깨어난 아이에게 천을 주며 물었다.
"물렸던 건 기억이 나. 근데 너흰 누구야?"
페리온스는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 누구에게 뭐라할 처지는 못되었다. 하얗고 긴 잠옷같은 천옷. 아직 옷은 수비대장에게 있었다. 얼른 수비대장에게 가서 옷을 되찾고 일행에게 옷을 건넸다.
"아직 애들이 다 안 일어났어. 안 볼테니, 빨리 갈아입어. 투마, 웜, 뭉크! 뒤돌아서서 막자!"
뮤오린에게 맨 먼저 옷을 건네었다.
뮤오린과 세느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페리온스의 등을 툭툭 쳤다.
페리온스는 일행과 함께 옷을 갈아입었다. 그제야 환자같지 않고 조금은 여행자같아졌다. 방금 깬 좀비였던 아이들도 아이들끼리 서로 아는 사이였던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기 바빴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어? 우리는 메더스의 여행자들이다."
그제야 일행은 통성명을 할 수 있을 만큼 좀 진정되었다.
"우리는 호투성감옥에 견학 온 사드만 성 미라트 학교의 학생들이야. 전교생이 여기 왔었어. 400명쯤 될 거야. 우리반은 20명, 다는 아니지만 여긴 대충 다 우리 반 학생들이야."
"학교가 뭐지?"
투마가 물었다.
"음, 아이들을 모아서 교육시키는 기관이지. 아마 사드만이 제도적으로는 최초일 거라고 알고 있어. 사드만의 자부심이지."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여기서 더 들어갈 수 있어?"
"여행자라고 했으니, 모험가겠구나! 그런데, 전교생이 다 감염되지 않았을까? 좀비 이게, 호투성감옥을 오기 전부터도 사실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병처럼 돌고 있어서."
왔던 길쪽에서 군인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이 환호했다.
"우리를 구해주러 왔나봐!"
전에 봤던 알론 경비대장이 앞장서서 있었다.
"휴, 늦지 않았군."
그는 씨익 웃었다.
"나는 알론 경비대장. 너희들은 모두 보호해주겠다! 수비대장님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가도록 하여라."
"넵!"
경비대원들이 아이들을 부축했다.
"나는 이 아이들과 얘기하다 가겠다!"
"넵!"
어떻게 알았는지 경비대원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버렸다. 정말 타이밍이 좋았다. 경비대원들이 감염되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기도 했다. 페리온스는 알론 경비대장을 힐끔 보았다. 아이들에게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 알론대장이 뽐내듯 양손을 허리에 얹고 서있었고 경비대원들은 전부 나가버렸다. 침묵이 이어졌다.
페리온스는 바오와 어니스트, 카일을 보았다. 거의 회복이 되었는데, 아직 옷은 흰 잠옷을 입고 있다.
"괜찮았어?"
알론 경비대장의 말이 의아했다.
"훗, 아직 눈치 못 챈 거야?"
페리온스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알론 경비대장, 수비대장한테 맞더니 좀 이상해졌나?
"짜잔."
경비대장은 휘리릭 돌며 체형이 변했다.
날씬하고 길쭉한 여자의 체형이었다. 그리고 머리도 옷도 까만 느낌.
"카르멘!"
어니스트가 뒤 쪽에서 고함을 질렀다. 페리온스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자신은 이런 쪽에서 너무 둔하다.
"여긴 어떻게?"
페리온스가 더듬거렸다. 카르멘이라면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있는 곳을 알아채고 찾아올 줄은 몰랐다.
"날 두고 가버릴 줄이야! 하지만 나는 미녀도둑! 정보라면 잘 알고 있지!"
"양심이 있으면 미녀는 빼라."
어니스트가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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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 이바 53
어니스트가 수비대장을 끌어당겼지만, 그는 힘이 셌다. 페리온스는 마법을 걸었다.
throw!(드로우:던지다)
수비대장이 1m는 나가떨어지고 바오는 수비대장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었다. 좀비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마지못해 철창을 발로 찼다. 쾅 하면서 닫기는 철창에 투마와 뮤오린, 웜이 당황했다.
"꼭 잠궈! 닫아!"
"너희는!"
"일단 1명이라도 살아남아야 돼!"
어니스트는 바닥에 떨어진 나무 막대기를 쥐고 휘둘렀다.
"다 해치울 수 있지! 이 놈들 세지는 않아! 나뭇가지 같은 걸!"
반대편 감옥의 철창이 비어있었다.
"으윽 난투전은 약하다고.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여기로 들어가는 게 좋겠어, 형, 페리."
카일이 재빨리 감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좀비들이 몰아쳐왔다. 카일을 속수무책으로 손목을 깨물렸지만 버티고 서 있었다.
throw!(드로우: 던지다)
마나는 조금씩 닳았다. 그러나 이 정도쯤은 가볍다. 수십번을 던지는 동안 어니스트가 자리를 잡았다. 페리온스도 무서워하고 우왕좌왕하는 세느를 안고 급히 들어갔다.
"바오가……."
"저 형은 이미 감염됐어."
어니스트가 철창문을 닫았다. 좀비들이 철창을 물어뜯고 안으로 쾅쾅거렸다.
"방법이 있을 거야. 바오를 구할 방법이."
페리온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대로라면, 도미할아버지를 볼 면목조차 없다.
"최고의 감옥이라더니, 튼튼해."
카일이 철창을 보며 감탄했다.
"거기는 괜찮아?"
페리온스가 상대편 철창에 소리를 지르며 물었다.
"우린 다친데 없어. 거기는 어때?"
뮤오린의 가볍고 투명한 소리가 어울리지 않게 톡톡 울려퍼졌다.
"우리도 괜찮아."
페리온스는 머뭇거리다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카일은 손목이 물려서 손목에서부터 점차 핏줄이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고, 어니스트 형도 여러 좀비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어깨에 상처가 나있었다. 그리고 페리온스 자신도 들어올 때 손을 조금 물렸다. 페리온스의 손은 아직 회색으로 변하지 않고 멀쩡했다. 세느도 온 몸을 물렸는데, 조금도 아픈 기색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 지 몰랐다.
카일은 점점 안색이 나빠졌다. 최대한 참고 있는 듯했지만, 이제 몸의 반이 핏줄이 곤두선 회색이다.
"오린 경비대장이 왜 좀비를 못 죽였는지 알겠어."
페리온스는 혼잣말을 했다. 어니스트가 힐끗 페리온스를 보았다.
"좀비가 원래는 인간이었던 거야."
"페리온스, 주군. 미안한데,"
어니스트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형? 왜?"
"나도 틀린 거 같다. 늦기 전에 카일을 데리고 나갈게.
"나갈 수 없어. 저걸 봐."
좀비들은 철창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서며 위부터 아래까지의 철창을 전부 물어뜯고 있었다.
"형, 어떤 기분이야?"
"피가 마르는 기분."
"이상하다. 나는 멀쩡한 것같은데. 세느? 넌 괜찮아?"
"무서워! 히잉."
페리온스는 자신의 판단에 후회했다. 너무 자만했던 것같다. 마법이 통할 것이라고. 자신때문에 이렇게 된 일행을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페리온스는 얼굴 전체를 감싸고 떨구었다.
"괜찮아?"
멀찍이서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웜의 목소리였다.
"너희는?"
"네 목소리를 들으니 알겠다. 안 괜찮은 거지? 솔직하게 말해. 페리.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어."
"사실은, 우리는 전부 다 물렸어."
소리가 들리자, 좀비들의 키이익하는 소리가 더 커졌다.
"뮤오린과 내가 얘기해봤는데, 고서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 마법생물은 마법적 저주에 감염되지 않는다."
"좀비가 되는 게 마법적 저주라고?"
"응, 그러니까 인간만 걸릴 수 있는 저주인 것같아. 세느는 무사한 거지. 그리고 또 하나 희망적인 일이 있어."
웜은 모처럼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쳤다. 페리온스는 평소 조용한 웜이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고서에 이런 구절이 있어. 저주는 빛의 힘으로 풀린다."
"빛이라면, 라이트마법 말인가?"
"그건 뭉크가 알고 있었어. 신성력으로 좀비를 원래대로 돌릴 수 있대. 그런데, 너무 많은 좀비에게는 너무 많은 신성력이 필요해서, 신성력을 다 쓰게 되면 다크프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이 많은 인원은 무리일 것같아. 그래서 성수를 쓰면 좋을 것같은데. 물이 필요해. 근데, 네 말을 들으니까, 라이트마법으로도 충분히 유인은 할 수 있겠다. 카일이랑 어니스트형은 괜찮아?"
"공격을 하지는 않지만. 알았어. 세느를 데려갈게."
아무런 이상도 없었지만, 페리온스는 자신도 물렸으니 곧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미 어니스트와 카일은 몸을 뒤틀며 키이익 소리를 내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눈을 감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한글을 쓰자.
진정해.
어니스트와 카일은 평온해졌다. 마법생물에게도 이 마법이 통하는 걸까?
그리고 감옥의 등불을 나무막대기로 부수었다. 곧 깜깜해졌다. 그 신호를 알아들었는지, 뮤오린 쪽에서도 불이 꺼졌다. 가래끓는 소리가 멈추었다. 좀비들은 조용해졌다.
그리고 빛의 구를 만들었다.
light ball(라이트볼: 빛의 공)
왔던 길 쪽에 넓은 자리로 멀리멀리 던졌다. 좀비들은 우르르 빛을 따라 몰려갔다. 그 틈을 타서 세느를 업고 철창문을 열었다. 짧은 거리지만 식은땀이 흐른다.
"안 보여. 히잉."
"쉿."
페리온스는 달려서 철창까지 달렸다. 좀비들은 아직 빛의 구를 쫓고 있었다. 웜은 철창을 열었다.
"페리, 너도 들어와."
"나는 틀렸어. 세느만 데려가."
속사포처럼 조용하게 주고받았다. 그러자, 투마가 페리를 잡아당겼다. 거대한 힘에 페리온스는 그대로 철창 안에 들어왔다. 좀비들이 철창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바꿔 들었다.
"잠궈. 잠궈."
웜과 뮤오린이 낑낑거렸다. 문은 금새 잠겼다. 그리고 다시 횃불에 불을 켰다. 밝아지며 좀비들이 다시 몰려왔다. 철창은 튼튼하다.
뭉크가 구석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그 옆에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나도 감염됐을 거야."
"너는 감염이 안 됐을 수도 있어."
뮤오린이 말했다.
"고서에는 안 나오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
웜도 턱을 괴었다.
"무슨 뜻이야?"
페리온스가 물었다. 뮤오린은 고민하다가 페리온스에게 천을 던져 주었다. 그러고보니 우리의 옷도 저 수비대장이 가지고 있었다.
"늑대인간도 마법생물인가, 인간인가 하는 문제이지. 만약 감염되어도 걱정마. 감염되는 시간이 있고 우리에겐 뭉크가 있으니까."
"늑대인간?"
투마와 세느가 깜짝 놀랐다.
"오빠도 마법생물이야?"
"핫핫 늑대인간이 반가워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페리온스는 투마와 세느의 반가움에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인간이라고 믿었었는데. 그런데 아직도 피가 잘 돌고 있는 느낌이기는 했다.
"세 명이나 두고 왔어. 바오, 어니스트형, 카일."
혼자서 묵묵히 기도하던 뭉크가 눈을 떴다.
"기도로서 신성력을 회복했습니다. 좀비가 몇 명일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20명 정도는 마법과 더불어 쓰면 효과가 있을 것같습니다."
"마법? 뭘 쓰면 되죠?"
뮤오린이 물었다.
"물을 좀 만들어주시면, 성수를 만들 수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뭉크는 작게 외쳤다.
Holy cup!(홀리 컵: 신성한 컵)
그는 잔을 들고 멤버들의 중앙에 건배를 하듯이 내밀었다.
뮤오린과 페리온스가 외쳤다.
water(워터:물)
금새 공기 중에 이슬이 찰랑찰랑 차올랐다.
컵 안에 그 이슬이 모두 들어가자 손바닥만한 크기의 컵에 물이 가득 고였다. 뭉크는 손바닥을 내밀어 빛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 좀비들의 입 안에 성수를 넣어야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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