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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온스는 자신의 몸을 보았다. 상처는 다 아물어 있다. 늑대인간이기 때문일까. 재생력이 어마어마해진 기분이다.

 

"일단 1차로 나한테 물을 뿌려서 좀비들이 나를 물게 하는 게 어떨까?"

"네가 들어간다고?"

 

뮤오린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내 재생력이면 괜찮을 것같아. 그리고 성수를 한 번 더 만들자. 여기 있는 게 20여명 정도니까."

"그게 좋을 것같군."

 

투마가 맞장구를 쳤다.

 

"넌 아프지도 않아?"

 

뮤오린은 걱정을 쏘아붙이는 것으로 하는 것같았다. 페리온스는 빙그레 웃었다. 무서울 때 웃는 자가 1류다. 라는 말을 새기면서.

 

뭉크가 성수를 페리온스의 온 몸에 적셨다.

 

페리온스는 아까 전과 같이 불을 끄고 라이트볼을 저 멀리 던졌다. 좀비들이 우르르 이동한다.

 

철창을 조심스레 열고 페리온스는 좀비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면서 다시 라이트 볼을 들어올렸다. 좀비들의 시선이 다시 페리온스에게 돌아갔다.

 

카아악! 

 

좀비들은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페리온스에게 다가가 물어뜯었다. 10명이 동시에 물어 뜯고 있었다. 그리고 좀비들은 다시 눈을 까뒤집으며 제자리에 누웠다.

 

페리온스는 철창으로 손을 내밀었다.

 

"컵을 줘!"

 

 

조금 아팠지만, 상처는 순식간에 아문다. 페리온스는 컵을 받아들어 검지와 중지로 물을 찍어서 좀비들의 입에 집어넣었다.

 

"오오, 찌르기 신공이야."

 

옆에서 투마가 감탄했다.

  

마지막으로 수비대장이 달려들었다. 페리온스는 이번에도 과감하게 찔러넣었다. 그도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정말 마지막. 우리를 공격하지 않는 좀비가 한 마리 있었다.

 

구석에서 쌕쌕 거리는 그 좀비는 바오였다.

 

"형. 고생했어요."

 

페리온스는 두 손가락으로 물을 묻혀 바오에게도 물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제 두 사람, 카일과 어니스트가 남았다.

 

두 사람도 조용했다. 진정마법 때문인지, 아직도 감옥 구석에 눈만 둥그렇게 뜨고 우스꽝스러운 손 동작을 하며 앉아있었다. 페리온스는 감옥 문을 열었다. 감염될 걱정이 없으니 당당했다.

 

페리온스는 가만히 앉아있는 두 사람에게 컵으로 물을 들이키게 했다. 둘도 거품을 물며 기절했다.

 

감옥은 조용했다.

 

감옥 안으로 뻗어나간 통로를 페리온스는 잠깐 보았다.

 

"투마, 여기 철창을 만들 수 있겠어? 좀비가 또 올지 모르잖아."

"문을 하나 만들어주지. 대장간은 없지만, 급한대로, 헤파이스토스님."

 

투마는 헤파이스토스를 소환했다.

 

"철창도 뜯어주십쇼."

 

-허허.

 

헤파이스토스는 별 말 없이 철창을 뜯었다. 뮤오린이 있던 쪽의 철창이 전부 뜯겼다. 헤파이스토스님은 다리를 조금 절뚝거렸지만 순식간에 철창을 제거해 투마 앞에 털그렁 놓았다. 성격이 아주 온유한 신같아 보였다.

 

헤파이스토스와 함께 투마는 구석에서 망치로 내려치며 뚝딱뚝딱하더니 금새 철문을 하나 만들었다. 통로에 문을 설치해놓고, 일행은 문을 옮기는 정도만 조금만 도왔지만 기력이 다해 주저앉았다.

 

"이제 좀비가 오더라도 어느정도 막을 수 있겠어."

 

웜이 싱긋 웃었다.

 

"난 더 들어가볼 생각이야."

 

페리온스가 말하자, 웜과 뮤오린은 깜짝 놀랐다.

 

"페리온스!"

"감염이 안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여기에 대한 정보가 아무 것도 없다고! 그리고 너 체력이랑 마나는 어떡하고?"

 

뮤오린이 페리온스의 어깨를 잡았다.

 

"일단 여기 좀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금 안색이 돌아오고 있는데, 놀라운 게 거의 아이들이야."

 

찢어진 옷을 입은 아이들이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고 있었다. 찢어진 옷이었지만, 비단이었고 원래는 비쌌던 것같은 옷들이었다.

 

아이들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당황해하고 있었다.

 

"기억나? 너희들은 좀비가 되었었어."

 

페리온스는 깨어난 아이에게 천을 주며 물었다.

 

"물렸던 건 기억이 나. 근데 너흰 누구야?"

 

페리온스는 자신의 옷차림을 살폈다. 누구에게 뭐라할 처지는 못되었다. 하얗고 긴 잠옷같은 천옷. 아직 옷은 수비대장에게 있었다. 얼른 수비대장에게 가서 옷을 되찾고 일행에게 옷을 건넸다.

 

"아직 애들이 다 안 일어났어. 안 볼테니, 빨리 갈아입어. 투마, 웜, 뭉크! 뒤돌아서서 막자!"

 

뮤오린에게 맨 먼저 옷을 건네었다.

 

뮤오린과 세느는 급하게 옷을 갈아입고 페리온스의 등을 툭툭 쳤다.

 

페리온스는 일행과 함께 옷을 갈아입었다. 그제야 환자같지 않고 조금은 여행자같아졌다. 방금 깬 좀비였던 아이들도 아이들끼리 서로 아는 사이였던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기 바빴다.

 

"너희들은 어디서 왔어? 우리는 메더스의 여행자들이다."

 

그제야 일행은 통성명을 할 수 있을 만큼 좀 진정되었다.

 

"우리는 호투성감옥에 견학 온 사드만 성 미라트 학교의 학생들이야. 전교생이 여기 왔었어. 400명쯤 될 거야. 우리반은 20명, 다는 아니지만 여긴 대충 다 우리 반 학생들이야."

 

"학교가 뭐지?"

 

투마가 물었다.

 

"음, 아이들을 모아서 교육시키는 기관이지. 아마 사드만이 제도적으로는 최초일 거라고 알고 있어. 사드만의 자부심이지."

 

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여기서 더 들어갈 수 있어?"

"여행자라고 했으니, 모험가겠구나! 그런데, 전교생이 다 감염되지 않았을까? 좀비 이게, 호투성감옥을 오기 전부터도 사실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병처럼 돌고 있어서."

 

왔던 길쪽에서 군인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이 환호했다.

 

"우리를 구해주러 왔나봐!"

 

전에 봤던 알론 경비대장이 앞장서서 있었다.

 

"휴, 늦지 않았군."

 

그는 씨익 웃었다.

 

"나는 알론 경비대장. 너희들은 모두 보호해주겠다! 수비대장님과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가도록 하여라."

 

"넵!"

 

경비대원들이 아이들을 부축했다.

 

"나는 이 아이들과 얘기하다 가겠다!"

"넵!"

 

어떻게 알았는지 경비대원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버렸다. 정말 타이밍이 좋았다. 경비대원들이 감염되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쁘기도 했다. 페리온스는 알론 경비대장을 힐끔 보았다. 아이들에게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 알론대장이 뽐내듯 양손을 허리에 얹고 서있었고 경비대원들은 전부 나가버렸다. 침묵이 이어졌다.

 

페리온스는 바오와 어니스트, 카일을 보았다. 거의 회복이 되었는데, 아직 옷은 흰 잠옷을 입고 있다.

 

"괜찮았어?"

 

알론 경비대장의 말이 의아했다.

 

"훗, 아직 눈치 못 챈 거야?"

 

페리온스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알론 경비대장, 수비대장한테 맞더니 좀 이상해졌나?

 

"짜잔."

 

경비대장은 휘리릭 돌며 체형이 변했다.

 

날씬하고 길쭉한 여자의 체형이었다. 그리고 머리도 옷도 까만 느낌.

 

"카르멘!"

 

어니스트가 뒤 쪽에서 고함을 질렀다. 페리온스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자신은 이런 쪽에서 너무 둔하다.

 

"여긴 어떻게?"

 

페리온스가 더듬거렸다. 카르멘이라면 무사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렇게 있는 곳을 알아채고 찾아올 줄은 몰랐다.

 

"날 두고 가버릴 줄이야! 하지만 나는 미녀도둑! 정보라면 잘 알고 있지!"

"양심이 있으면 미녀는 빼라."

 

어니스트가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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