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양말
강복주
양말 한 짝,
우리를 감춘 그 신발 속에
꽃무늬를 피운
촌스러운 자연의 뜰
발바닥의 화려함
화려함을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저도 모르는 사이
발 벗고 나서야 해서
짠
맨발로 단상에 올라가고
사람들의 웃음꽃
세상살이 걸어온
아재, 아지매들
비웃음이 아니었네
존경도 아닌 그저 본능,
유쾌한
한 쌍의 꽃밭
어찌 한 짝 한 짝이 똑같이
꽃이 펴서
네가 사랑스럽다고
엄마양말을 그대로 닮은
순박한 웃음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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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가 생각나 올립니다.
생각날 때 올리다보니 어느새 사랑싸움이라는 칸에도 100편이 되었는데요.
한 몫에 예약올림으로 올리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짬짬히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감사합니다.
복된 하루 되시길 (_ _)
삶이 꽃피는
삶이 꽃피는
강복주
집 안 난초에 꽃이 피면
바깥 나무에 싹이 움트면
저는 저대로 잘 살았을 뿐인데
마음이 따뜻해지며
아름답네요
우리도 이리저리 치여도
파릇파릇하게 살다보면
그저 사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게 보이는
그 삶을
피워내겠죠
겨울산에서 숨쉬다
겨울산에서 숨쉬다
겨울철 등산에는
체조를 많이하세요
차가운 공기가 들어갔다가
뜨거운 공기가 후욱
겨울철의 숨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정도로
아스라히
부서져
운동을 하기엔
꽤 좋지 않은
사람과 함께 하기엔
꽤 좋은
딱딱한 유연함
차가운 곳에는
습기가 차요
이끼낀 거대한 돌에
엉덩이가 차가워져도
너는 변하지 않아요, 당장은
지독히도 내가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겨울
녹아서 미끄러운 얼음장
하늘만이 다 녹일 수 있기에
나는 내 차가운 엉덩이만 털어내고
야, 너 참 예쁘다
소리지르고 내려오던
나를
겨울철 동산은
잠들어 듣지 못하고
숨은 숨으려 해도
가빠져,
더운 것을 이해시키려 하지 않고
다만 우리는 서로와 서로를
보여줄 뿐
하얗게 바랜 마룻바닥
하얗게 바랜 마룻바닥
강복주
태양과 오래 바라보며
하얗게 바란 마룻바닥은
까칠한 외곽만은 본래 색깔로 남기며,
말티즈가 누워있기에 좋았던
맑은 날
강아지를 홀로 두고
그대가 거리를 다니며
순간에 몰입하여 웃던
그 비어있던 영역의 맑은 청춘
그 곳도 태양은 힐끗 보고
불안하지 않고
잠들었던
빈자리의 약속
툭툭
집에 돌아온 엄마는 괜히
걸레질을 강아지의 배쪽으로 하고
나른함은 마룻바닥의 바랜 색깔
본래보다 맑은 그 색깔이
사실은 객관으로 아름답지 않았지만
정이 들어
아름답네
그대가 아름답네
과거
과거
강복주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과거였을까
부끄럽던 날 것의 천연덕스러운 악이
가장 가까운 이에게 향하던 날
사나운 말과 집착으로 오염된
진흙같은 사랑을 잡고
나는 울지 않았지만
오래도록 기억했다
어쩌면 더 오랜 기간을 너는 기억했겠지만
앞으로 걷던 쳇바퀴같은 시간 속에서
비가 와서 나를 씻겨주기를
인간의 자격이 희미해진 안개
사랑을 아는 짐승아, 네가 낫구나
함께 비 맞던 것은 어째서
아무런 마음 없던
시간이 지나면 진흙은 씻겨내려가고
팩을 한 것처럼 허얘진 손,
사랑?
미안했었던 죄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과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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