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뛰는 소리
강복주
가만히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면
수십년 홀로 걷는 나그네가 생각난다
잘 때나 누울 때나 활동할 때
늦거나 빠르지만
쿵덕쿵덕 그대로 앞으로만 가는
나그네에게
뛰는 순간이란
급격하지만 않으면 더 튼튼해질 것이다
오른쪽 왼쪽 함께 걸으며
피야 돌아라
핏줄은 우락부락
그저 끊임없이 걸을 뿐이지만
그 걷는 길에 숨쉬는 모든 것이
온 몸을 살아있게 만들어
그래 다들 힘을 다해서
살아있었다
뛰고 있었다
삶을 걷는 나그네
어디선가 마주칠 실핏줄도
돌아와 한 걸음으로 함께할
여러 심장
작은 심장
나 하나의 심장
나 하나의 뛰는 소리
지구가 뛰는 소리
지나간 썸에 대하여
지나간 썸에 대하여
강복주
사랑에는 나약해서
마음속 간직한 것을 드러내는 것보다
그저 8시간 동안 벽돌을 쌓는 것이 더 쉬울 수 있었던
멀어지면 마음 편하게 혼자 마음에 품는 것은
세상을 알기 때문일까, 모르기 때문일까
사랑한다는 그 말은 영원히 닿지 않겠지만
살면 그것으로 된 것일까
찾지 않겠지만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면
담담하고 창백한 얼굴과
유리창, 물 한 컵
마음의 콘크리트
마음의 콘크리트
강복주
맨바닥에 건물을 지을 수는 없어요
바닥을 다지고 콘크리트를 부어야 한대요
아마 아무것도 세우지 못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힘든 게 쌓여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다져졌을 때
언젠가는
도로와 건물이 되어
어쩌면
가능성이 되어
그렇지 않더라도
길이 되어 이정표가 되어있는
그 소우주
우리의 마음에
콘크리트를 부었군요
조금은 삭막할지 몰라도
쓰여져 보려고,
꾹꾹 눌리며
다져지고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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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질은 3분간
양치질은 3분간
양치질은 3분간
한 번 왔다갔다고 해서
한 번만에 되는 일이 없다는 걸
이에 끼인 음식물이
히히 웃으며 썩어가고 있었다
두 번 왔다갔다고 해서
깨끗하게 정돈되는 매뉴얼은 없다는 것을
아직 누런 이가
헤헤 웃으며 그대로 있었다
그 자리에 있어도 되지만
아니야, 한 번만 더 하자.
몇 번만 더 채우자
이제 약간 지루하기도 하고
잇몸이 살짝 아프려고도 한다
더 하면 다치기 전에
멈춘다
의사쌤의 말이 맞았다
양치질은 3분간
아마 대부분 지루한 시간
그러나 시간이 필요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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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화산이 바다에게 말하였다
활화산이 바다에게 말하였다
강복주
아무도 오지 않는 곳
화산재 날리며
울던 외딴 섬의 산 하나
바다만이 그 얘기를 듣고 있었다
몸 한구석 재가 오는 것은
그도 기껍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바다는 그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고
산은 말할 때마다 울컥거리는
마그마를 숨기지 못했다
너는 나중에 아주 예쁜 산이 될 거야
둘 다 그 말을 하고 싶었지만
감히 장담할 수 없었던
시간
시간이 흘렀다
꽃이 피고 사슴이 노니는
바다는 몰아칠 때가 있었으나
대부분 잔잔하게
아, 풍경이 아름답다
한라산이 장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