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소식은 밀가루
강복주
뽀송뽀송 하얗게
소화되지 않는
아름다움
뽀송뽀송 하얗게
가공된
우리 얼굴
너의 소식은
밀가루처럼 예쁘게 꾸덕꾸덕했지만
끊어야만 해
나는 약을 먹어야만 하거든
나의 악이
초코가루가 되어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초코쿠키처럼 맛있어보였지만
우리의 만남이
선악이 없는 쿠키처럼
나쁜 것은 아니었더라도
잘 가,
가야만 해
내게 초코쿠키를 밀어넣는
아름다운 밀가루 요정
그건 어쩌면
상상 속의 존재
밀가루는 흔히 볼 수 있었던
재료였으니까
벽이 필요한 발
벽이 필요한 발
강복주
좀 더 다쳐야
벽을 세울 수 있겠지
이 말랑말랑한
살결에 굳은 살이 박히려면
좀 더 두드려야겠지
좀 더 참아야겠지
멀어지고 싶은 사람과
멀어지기 위해서도
좀 더 상하고
좀 더 다쳐야겠지
그래야 결단이
여린 살결 어딘가에
발날처럼 박히겠지
태권도를 하는 사람의
손은
벽을 세우고
발로 차 벽을 부술 수도 있겠지
투명 물고기
투명 물고기
강복주
세상은 점점 더워지고
열대에 사는
투명한 물고기처럼
사회는
내장과 똥이 다 비치는
하나가 되어
똥이다,
똥이다
상어는 똥을 누지 않는가
갈치의 이빨은 갈치를 삼키고
저 맛있는 사회를 뒤로 하고
맛없는 순둥이
다 비치는 더러움과 시끄러움
제가 뭘 잘못했어요?
다 잘못했어요
하늘만이 알까
바다만이 알까
살다보면 알까
몇 안 되는
투명함,
그 속에서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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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을 통과하며
정거장을 통과하며
어딘가에 갇혀있는
수많은 사람들
제각기 어울리지 못하는
하나된 정거장
아우성 없이
그저 기다리는 침묵 속에
먼저 다가가는 것도
공해가 되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과
의도가 없는 승객들
빠르게,
빠르게
그 곳엔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 곳에 당신은 없었던
그림의 점 하나
그림의 점 하나
강복주
큰 그림에서
사소한 일이었어
알지만
내게는 너무 큰 일이었어
흥분한 뒤
수습은 우울했어
이런 일이 많다고 해서
익숙해질까
단련된 이들이 많은 것은 알지만
나는 내가 큰 그림에서
어느 점찍힌 자리인지
보이지 않았어
없는 것은 아닌데도
옷감에 묻은 듯
사소한 번짐을
빨리 지워야만 할까?
그림이 아니라
툭 건드리고 만
이 본능이
무서워서
그 사람의 그림가치를 지우고
그냥 그림일 뿐이라는
사소한 일이라는
그 말을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