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묻은 스펀지
강복주
다 받아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던 스펀지는
누구나 만나 잘 어울리고 물들어갔다
어떤 그릇도 자신을 만나면 깨끗해졌으므로
겁 없이 만나 닦아주고만 싶었던
집에 들어가면 깨끗하게 짜내기만 해도
뿌듯하고, 물든 그 모든 색색들이
자신의 마음 속에 수놓아졌던 기쁨
어느 날, 발을 잘못 디뎌
하수구에 들어가버린 스펀지는
모든 악취가 자신에게 스며들었다
어떤 플라스틱 깔때기는
저 안에서도 둥둥 떠다니며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는데
아, 나는 왜 스펀지인가
스펀지는 정말로 쓸모가 없어
스펀지는 그런 생각과 함께 잠겨갔다.
죽음보다 더 깊은 곳에 빠졌다는 생각이
며칠동안 잠겨가며
비가 왔다
강처럼 흘러 어딘가 망에 걸러진 스펀지는
이제 틀려먹었다고 생각했지만
스펀지를 건져가는 사람이 있었다
“스펀지도 재활용이 돼요?”
“아니. 스펀지는 재활용이 안돼.”
그는 스펀지를 꽉 짰다.
오염된 곳은 변하지 않았지만 탄력을 잃지 않았던,
여기서 벗어나 쉴 수 있다면 스펀지는 상관없었다
이제는 놓아버렸던 그 짧은 이틀
그는 자비롭게 쓰레기통에 스펀지를 놓았다
쓰레기통에 별별 부러진 것들이 들어있었지만
그 중 가장 험악한 것은 모든 것이 스며들던 스펀지의 악취
스펀지는 스펀지어로 작은 편지를 써두었다
스펀지들아
세상은 도전하라고 하지만 스펀지에게는 자기공간 깨끗한 물이 필요해
너는 충분히 매력적인 스펀지란다.
스펀지는 눈물이 뚝뚝 흘렀다.
그 작은 눈물이 흐른 곳은
새 것처럼 말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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