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
강복주
톡 쏘는
가벼운
동그라미가 즐거워
톡톡 깨어지는
그 틀이 즐거워
물로 변하기 전에
많은 동그라미를
위로 올려
늦기 전에 마셔
톡톡
사라지는
세월에
남아있던 것은
소화가 될 테니
기다림의 길이
기다림의 길이
강복주
기다림이 길어진다는 것은
마을을 떠난 걸음이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같다
다만 앞을 바라보았다
집은 그 자리에,
언젠가 돌아가야만 하는데
걸음은 앞으로만
한 발자국만,
한 발자국만
닿지 않는 저 먼 곳
중간에 와
마음이 시린
여긴 존재하는 곳
찾을 수 없는
어딘가에서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기다리며
도달하기를
한 모금
한 모금
강복주
끊임없이 한 모금을 넘기는 것
갈증에 지쳐 드디어 한 모금을 만나는 것
행복을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삶은 대부분
갈증이었는데
우리의 몸은
한 모금이 모여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어서
우리의 삶도 한 모금을 붓고 붓고 하여
이 수많은 물탱크와 사람의 손길
한 모금이 당신의 몫이 아니라
한 모금이 나의 몫이 되어 가는 과정
갈증은 쉬이 없어지지 않아도
정수된 물 한 방울은
빛나고 있어요
렌즈
렌즈
강복주
오목하고 볼록하고
망막을 흉내낸 렌즈처럼
처음부터 우리의 세상은
사실 그대로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사실이 각색되면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겠지만
때론 맑은
때론 흐린
이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보면
우린 사실 그대로도,
드라마같은 각색드라마도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