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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겠습니다, 감자

 

                                                          강복주



몽글몽글 부스러지는
감자 
조금의 단단했던 시간은 
불과 20분만 함께 했어도 
용암같은 찌개 속에서 

단단한 감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어렵지 않게 씹을 수 있었던 
그런 본질이 

한편으로는 너무 맛있는 음식인 
감자

죽는다면
어떤 죽음을 상상해봤을까

감자는 서로 툭툭 부딪히며
투박하지만 상처입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며, 
싹도 피우지 않았을 때 빙그레 웃고 

매끈하게 다듬어져
투하

부서져 찌개와 하나가 되어도 
내가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었으니까,
여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고민을 했어도
이젠 고민없이 투하 
그게 정말 진정한 맛이어서 

더 끓여서
내일 아침에 먹겠다고 
잘 먹겠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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