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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호수

 

                                                        강복주 



차가운 호수에 바람이 걸어갔다 
낙엽은 바람결에 한 발을 디디다가
그만 흠뻑 빠져 호수에 낙인을 찍고 

너는 지나간 추억이 되고
나는 다가올 이별에 미리 아픈 
낙엽 

가을의 
겨울보다 덜 차가운 바람과
느끼는 것이 각기 다른 사람들은
갖가지 다른 옷차림으로 
사랑을 지나가서

아아, 미친 열기가 지나간 자리 

나는 수더분한 패딩을 입고 
호수는 잔잔하고 나무는 추워 떠는데 
초록이었다가 붉었던 화려함은 다시 색을 바래 
죽음과도 같았던 열정은 사랑이 아니었던가 
겨울은 오지 않았는데 
차분해진 마음은 
여름을 지나 겨울을 준비하는 것일까 
가을이란 그저 하나의 계절일까 
혹은 이어진 과정

내 몸 하나가 적시는 
너는 너무나 커서 
너를 바람에게 맡긴다 
나는 잠시 새겨졌다가
잠길 것이다
잠겨들어갈 것이다 

그 식어버린 열정이 비로소 
사랑으로 남을 것이다 
육신은 썩어도
그 미학을 우리는 눈으로 찍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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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시간을 두고 쓴 시가 9편이 되어서  

사랑싸움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시인 것같기도 해서 더 추가해서 올립니다(_ _)(- -)

사실 제목을 지어두고서도 써둔 것을 올리다보니 제목과는 좀 맞지 않는 시도 있었던 것같습니다.

예전에 써두어서 계절에 맞지 않는 시도 종종 있었구요. 

이 시도 10월에 써놓고는... 지금은 초겨울이니 좀 늦어버렸네요. 그래도 쌀쌀한 계절... 서로 통하는 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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