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흰 꽃

 

                       강복주

 

마음에

흰 꽃을 보내었습니다

 

뿌리없고

씨앗있는

흰 꽃을 보내었습니다

 

겨우내

흰 서리를 맞은

어느 구석에

쪼그려 앉았습니다

 

씨앗은

게슴츠레 눈을 뜨고

 

눈이 녹아

지저분해지기 전,

떠나려 합니다

 

향은 불붙어

흰 꽃은 타 들어 갑니다

 

수 십 송이 놓았던,

이젠

예의 없이

재만 남은,

 

또 한 송이,

겨우내 나는

꽃을 놓습니다

흰 꽃을

 

 

반응형

'자작시 > 지하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둠이 바라본다  (0) 2023.02.01
배추 속  (0) 2023.01.31
용기  (0) 2023.01.29
단편  (0) 2023.01.28
바둑판  (0) 2023.01.27
반응형

 

 

용기

 

                              강복주

 

겪는 것만큼

큰 교훈은 없다지만

상처는 겪을 수록

아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겪은 후

반드시 피해있는 시간을 가져야

반복하지 않지만,

 

때로 드는 의문,

반드시 겪었어야만 했을까?

 

진정된 감정들 속에서

지금의 나는

겪지 않았다면 없었을 것을 알지만

 

그 것은

교훈이었을까

 

삶에는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이유를 믿지 않는다면

살 수 없기에

어둠에 모여드는 이들

이유를 찾기 위해,

 

다만

이유를 만들어내지는 않을

용기를 가지자

 

악이 되지 않을

용기를 가지자

 

 

반응형

'자작시 > 지하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추 속  (0) 2023.01.31
흰 꽃  (0) 2023.01.30
단편  (0) 2023.01.28
바둑판  (0) 2023.01.27
지하철  (0) 2023.01.26
반응형

 

단편

 

                                  강복주

 

 

약한 자를 위한 장검이 없듯이

약자는 단편을 쥔다

강렬한 소식은

왜 진실이 아닐까

어떻게든 끼워맞추려는

코끼리 다리 만지기

현란한 솜씨도

효과가 없다

 

10, 20년이 모여

조각들이 완성되어 간다

 

장편이 되지는 않지만

최선이었다면

혹은 차선이었다면

그걸로 됐다

 

 

반응형

'자작시 > 지하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 꽃  (0) 2023.01.30
용기  (0) 2023.01.29
바둑판  (0) 2023.01.27
지하철  (0) 2023.01.26
종이컵  (0) 2023.01.25
반응형

 

 

바둑판

 

                                     강복주

 

흑백의 세상이 있었다

 

검은 돌과

흰 돌로

도끼 썩는 시간이 지나가는 그 속

보았는가

 

검은 돌

흰 돌보다

더 오랜 시간을 지켜온

19줄과 19

그리고 황토색 들판

 

흑백으로 싸우는 와중에도

그 둘을 공평하게 떠받친다

 

 

반응형

'자작시 > 지하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기  (0) 2023.01.29
단편  (0) 2023.01.28
지하철  (0) 2023.01.26
종이컵  (0) 2023.01.25
영하  (0) 2023.01.24
반응형

 

지하철

 

                               강복주

 

 

아무도 가지 않은

지하를 뚫는

사람들

 

빠르고

적막한 길

 

이루어지기 전에는

여럿이 외로웠던

차가운 바람

 

빠르게 오고가는

거미줄처럼

지하철이 오갈 때

사람들도 오가고

규칙이 생기고

여전히 빠르고

 

차가운 공기는 여전하지만

지하철로 어딘가를 왔다고

평범하게 말하는

일상들

 

 

 

반응형

'자작시 > 지하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  (0) 2023.01.28
바둑판  (0) 2023.01.27
종이컵  (0) 2023.01.25
영하  (0) 2023.01.24
면발  (0) 2023.01.23

+ Recent posts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