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바람이 요리한 마음

 

                                            강복주

 

햇빛을 쬐고 바람이 불 때면

흩날리는 맛들이

매달려 마르고 있습니다

 

쌀쌀한 마음도

바람결에 흩날립니다

맛보다는 오래가고 싶어서,

이 마음이 오래오래 가고 싶어서

 

마음을 바람이 요리하고 있습니다

 

바라는 것들은, 바람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요동치지만 알고 있습니다

마음은 바람에 흔들려도

마음이 바람은 아니라는 것을

저 매달린 미역처럼

때론 무기력해도

알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맛있게 햇볕과 바람을 간직한

그런 맛이라는 것을

 

 

반응형

'자작시 > 사랑싸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물포장  (0) 2023.06.01
알 것만 같아  (0) 2023.05.31
경계의 꿈  (0) 2023.05.29
얼음이빨  (0) 2023.05.28
다이너마이트  (0) 2023.05.27
반응형

 

 

경계의 꿈

 

                                   강복주

 

잠들지 못하는 어느 밤

꿈과 현실이 헷갈리는

어느 경계에서

 

거친 운전이 마음을 막아서는

부서진 벽

얕은 물이 오가는 틈새를 바라보면

벽을 튼튼하게 막을걸

하는 후회가 깔렸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을걸

 

꿈에서는 부서질 수밖에 없었을걸

 

얕은 잠의 끝에

비친 희미한 불빛

 

너와 나 사이

아직까지 멀쩡한,

마음의 실수를 이해해

이해해서는 안되지만,

아직까지 멀쩡한,

멀쩡한 벽

 

 

 

반응형

'자작시 > 사랑싸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 것만 같아  (0) 2023.05.31
바람이 요리한 마음  (0) 2023.05.30
얼음이빨  (0) 2023.05.28
다이너마이트  (0) 2023.05.27
차 한 잔 위의 꽃잎  (0) 2023.05.26
반응형

 

얼음이빨

 

                                     강복주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아픔은

사랑할 수 없는 장벽이기도 하였습니다

 

얼음과도 같이

따스한 햇살에 녹는 그 성벽은

매끄럽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찍어누르던 망치도 함께 얼어붙던

그 성벽은 다만

당신을 기다리고

 

성벽 앞에 서서 계십니까

얼음과도 같이 온 몸으로 우는

소리없는 이빨,

입을 막아서는 그도

기다리고 있었지만

왜 물러설 수 없었을까,

다만 앙다물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반응형

'자작시 > 사랑싸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요리한 마음  (0) 2023.05.30
경계의 꿈  (0) 2023.05.29
다이너마이트  (0) 2023.05.27
차 한 잔 위의 꽃잎  (0) 2023.05.26
매미는 기다림의 끝에서  (0) 2023.05.25
반응형

 

다이너마이트

 

                                       강복주

 

흙 속에 묻힌

다이너마이트

흙 한 겹,

흙 한 겹,

막아서는

답답한 폭발물은

거의 대부분 보지 못하고

 

그 것은 진심이었을까

다칠텐데도 진심이었을까

 

동굴에 홀로 들어가야지만

마음껏 터지고

인류에도 기여할 수 있는데

 

왜 당신과 들어가보고 싶었던 것일까요

 

다이너마이트

다이너마이트

외쳐보는

디이너데이트

 

만나지 않는 게 좋겠죠

홀로 터져서

산 길이 트이는

그 외의 길을 생각하지 않겠어요

나를 놓아요

놓고 떠나요

 

흙을 파헤친 그 손,

저녁을 먹을 수는 있나요

발견된

긴장된 이 순간,

이 순간이

다이너마이트를 알아봐주었던

그 유일한 순간

 

뇌관은 쓱쓱

흙에 자신을 굴리며

조금의 시간이

조금의 시간이

기다려

필요해

 

 

반응형

'자작시 > 사랑싸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계의 꿈  (0) 2023.05.29
얼음이빨  (0) 2023.05.28
차 한 잔 위의 꽃잎  (0) 2023.05.26
매미는 기다림의 끝에서  (0) 2023.05.25
나는 사랑하기 위하여,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리  (0) 2023.05.24
반응형

 

 

차 한 잔 위의 꽃잎

 

                                                 강복주 

 

컵 한 잔에 동동 뜬 꽃잎 하나

홀짝홀짝 돌아가며

물의 흐름에 춤추며

위태로웠지만

가라앉지도 않고

입 안에 들어가지도 않았지

춤추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몸을 던져 물을 물들이면서

 

반응형

'자작시 > 사랑싸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음이빨  (0) 2023.05.28
다이너마이트  (0) 2023.05.27
매미는 기다림의 끝에서  (0) 2023.05.25
나는 사랑하기 위하여,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리  (0) 2023.05.24
물먹은 시계  (0) 2023.05.23

+ Recent posts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