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모이는 길
강복주
생각은 정답이 아닌
가능성일 뿐
가능성을 여러 개 놓고
우리는 무엇을 꿈꾸는가
가만히 놔두면 어둡게
흘러가는 그 생각에
수로를 건설하자
가능성이 빛이 되어
가로등이 되도록
수로를 건설하자
수로를 건설하자
평평한 곳에
불과 물이 평범하게 흐른다
축제
축제
강복주
따사로운 햇살
오늘만큼은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준비한 것을 드러내 봐요
흰 색 부스마다
촘촘히 이어진
현수막
뻥튀기 소리가 들리고
한바탕 뛰어다니거나
뛰는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에 바람을
건너뛰게 해요
손님이여
맑게 개인 하늘 아래
작은 기쁨의 조각
하나 담아가 봐요
선글라스
선글라스
강복주
어두울 때는 벗어도 좋습니다
마음의 걱정거리를 눈에 쓰고
파도를 넘어 떠오르는 빛을 바라봅니다
당신의 주변이 어두웠던 이유는
태양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털
털
강복주
마음은 보송보송한 털 같아요
어쩌면 우리의 마음은
동물에 더 가까워서
쓰다듬을 수록
따뜻해지고
아주 차가운 때에
눈이 쌓여 딱딱한 털도
감싸 안으면
온기를 전해주는 것같아요
때로는 깍아내어
사회적인 동물이 되고
관리하기는 귀찮지만
몸의 솜털같이
안으면 부드럽게 가라앉는
마음은 털 같아요
마법모자
마법모자
강복주
마법모자는
어린이들의 친구였다
죽어도
말을 하겠다며
가위 앞에서도 당당한
늘씬한 몸매
사실은 너를 만든
가위였을까
지팡이에 걸려
잣대가 되어주는
마법모자
때로는 편견이 되고
때로는 이해가 되는
그 경계선에서
절대 누군가의 머리 위로는
가지 않는다
마법모자는
노래를 불렀다
모두가 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