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정지!”
카몬은 고함을 쳤다.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페리온스에게로 다가가 손을 꼭 잡았다.
“고맙네. 고마워.”
페리온스는 어쩔 줄 모르며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카몬은 더욱 더 약이 올라 말에서 내려서 달려갔다. 달려가며 은 빛 검을 지잉 뽑아냈다.
“너는 즉결처분이다!”
“공자님!”
경비대장이 당황해서 달려왔다.
“다들 봤지? 이 자가 마법을 쓰는 것.”
카몬은 목에 핏대를 세웠다.
“마법이 아니라 소울소드다.”
페리온스도 뻔뻔하게 맞받아쳤다.
“아니, 그래도 마을을 구했지 않습니까.”
경비대장은 둘 사이를 막아섰다. 성 안 사람들도 웅성거리다가 서로 얼굴을 보며 외치기 시작했다.
“맞소! 트롤이 오면 수십명은 죽었단 말입니다!”
“억지 쓰지 마시오! 공자님!”
“뭘 쓰든 지키면 된 거 아니오!”
“성기사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요!”
사람들이 외치며 더욱 흥분한 듯, 기세가 등등해지자 카몬도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에게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성기사가 되면…… 마법을 부숴버릴 테다. 두고보자.”
“나도 가만히만 있지 않아. 카몬.”
“너부터 쫓아가겠다. 나는 틀림없이 들었어! 그 파티에서 너의 반역!”
페리온스는 카몬과 한참을 서로 바라보았다. 카몬은 사람들을 해쳐나가 다시 백마에 올라탔다.
“지금은 바쁘다, 다들 가자!”
악단의 나팔 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비키시오! 공자님 나가신다!”
사람들이 다시 서서히 양 갈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몬은 상당히 당황했는지, 트롤의 잔해를 밟고 앞으로 나갔다. 마차와 수레가 덜컥이며 간신히 잔해를 넘고 앞으로 갔다. 도망치듯 마차는 달리고 있었다.
페리온스 일행도 서둘러 성 밖으로 나섰다. 길이 달라서, 이정표가 적힌 팻말 앞까지 열심히 달렸다. 따라오던 사람들이 배웅을 했다. 몇 키로는 달려서야 일행이 다 왔는지 뒤를 쳐다볼 수 있었다.
“어쩌다보니 트롤을 사냥했네.”
카일이 말했다.
“아직 트롤도 무리였다니.”
어니스트가 중얼거렸다. 페리온스도 동감이었다. 갈 길이 먼데, 저런 몬스터가 나오면 이바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까.
“나도 살면서 저렇게 큰 트롤은 처음 봤어.”
뮤오린도 말했다.
“그래도 저런 트롤은 도둑길드에서도 10골드 짜리의 현상금이구 엄청 비싼 녀석이니까 너무 걱정들 마. 저런 애들 없다니까?”
카르멘이 호기롭게 말했다.
“누가 보면 여행 되게 많이 한 줄 알겠다.”
어니스트가 이번에도 카르멘의 말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정보료를 안 요구한 건 너라서야. 비싼 정보인 줄 알라고. 흐흥.”
그러나 거기에 기죽을 카르멘은 아니었다.
첫 시작부터 트롤을 만나서 그런 것인지, 다들 지쳐 있었다. 오전에 출발했지만 산을 하나 다 넘지도 못하고 중턱에 가서 편편한 곳을 찾자 다들 드러누웠다. 투마가 드러눕자 어니스트, 카일도 이어서 푹 늘어졌다.
“오늘은 여기서 머물까?”
페리온스도 약간 피곤했다. 첫 날부터 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같았고 텐트도 한 번도 쳐본 적이 없어서 머물 천막을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걸릴 것같았다. 굴첸이 준 알약보관함을 열자 텐트 천이 툭 튀어나왔다. 낑낑거리는 페리온스를 보자, 어니스트가 금방 일어서서 다가왔다.
“주군, 거기를 잡고 있어봐봐. 이건 내 전문이야.”
그러고보니 어니스트는 용병 생활도 꽤 오랫동안 해왔었다. 어니스트의 지도에 따라 나무막대를 세우고 천을 올리자, 금새 움막이 세 곳 뚝딱 만들어졌다. 그리고 중앙에는 모닥불이 피어올랐다. 아직 마법보다는 나무를 비벼 불을 피우는 게 더 안전했다.
페리온스, 어니스트, 웜이 한 팀이 되어 한 천막을 썼고 카일, 투마, 뭉크가 천막을 썼다. 나머지 천막에는 뮤오린, 카르멘, 세느가 머물렀다. 첫 날이라 야외생활에 익숙한 뮤오린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과일을 잔뜩 따서 담아왔다.
“저녁은 과일을 구워먹어도 되고……. 생으로 먹어도 돼.”
카일과 투마는 고기가 없어서 섭섭한 표정이었지만, 뮤오린도 눈에 띄게 미안한 표정이라 다들 불만없이 과일을 구웠다.
몸이 피곤하고 긴장이 되어, 그렇게 많은 음식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간단히 먹고 각자 천막에 들어가 멍하게 있거나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고 있을 때 페리온스의 천막에 카르멘이 놀러왔다. 바구니에 망고스틴이 6개 담겨 있었다.
“뮤오린이 그러는데, 이거 귀한 과일이래.”
“아, 카르멘.”
페리온스는 카르멘이 오자, 마침 궁금한 것이 생겼다.
“카르멘, 도둑길드는 정보를 다루죠?”
“음, 그게 제일 본업이기도 하지!”
“미라트에 대해서 궁금한데요.”
“어라, 그건 우리가 미라트 성기사 학교도 아니구.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좀 알아는 볼게!”
어니스트가 듣더니, 투덜거렸다.
“생색은.”
“어니스트는 하여튼 표현을 이렇게 한다니까?”
“무슨 뜻이야.”
“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말할 것이지.”
카르멘은 빙그레 웃었다. 어니스트는 얼굴이 벌게져 펄쩍 뛰었다.
“착각하지마. 그 것도 병이다. 너.”
“네네, 어쨌든 페리온스.”
“뭉크님에 관한 것도 궁금한데요. 사제들의 문화는 원래 그런가하고. 좀 괴롭힘을 당하는 것같았는데요.”
“그건 알고 있지! 마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니까.”
“뭔데요?”
“궁금해? 궁금하면 5코퍼.”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카르멘을 보며 미소짓던 웜까지 표정이 굳었다.
“아니~.”
카르멘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농담, 농담.”
“나도 며칠 전에 용병단에서 들은 적이 있어. 신데렐라 사제라고 하더군.”
어니스트는 가부좌 자세로 몸을 곧게 세우고 팔짱을 꼈다.
“맞아. 굉장히 착하고 성실하긴 한데, 그게 더 미움을 사나봐. 근데 마을에서 높은 서기관님은 또 좋아하는 것같던데. 그런데 어쨌든 출신성분이 좋지 않기는 해. 도둑보다 더 안 좋을 수도?”
“도시에서도 마법이 그 정도로 나쁜 거야?”
원래 살던 마을에서도 악의 씨앗이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정작 도시에 와서는 르네백작때문인지 마법에 대한 생각이 그 정도로 나빠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지키려고 웅크리고 있던 마음이 펴질 정도였는데, 난생처음 보호를 받아봐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다들 필요는 느껴서 원하지만, 무서워하지.”
어니스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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