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있고 세느도 있고 뭉크도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마스터로 인정. 가는 길에 연습하면 진정마법은 완전 마스터한 게 되겠지.”
뮤오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 가자!”
페리온스는 자신감이 붙었다. 일주일만의 쾌거였다.
뮤오린의 마법을 통해 하나하나에게 그 쾌거를 전달했다. 일행에게 알리자, 다들 준비 기간이 하루는 더 필요하다고 했다. 페리온스는 하루는 완벽히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뮤오린에게 물었다.
“뮤오린, 네 방에 놀러가도 돼?”
“얼마든지.”
여자들의 방은 2층에 있었다. 그레마, 세느, 뮤오린이 쓰는 공간이다. 뮤오린이 나중에 합류했기 때문에 그레마가 급하게 짐이 있던 방 안을 치운 것은 알고 있었다. 전에 보았을 때는 짐밖에 없었고 공간도 예전에 타모르가 입원치료를 하던 방 안보다 침대가 하나 더 들어갈 정도로만 넓은 정도였다.
뮤오린은 순순히 걸어올라갔다. 페리온스도 긴장이 되었지만, 호기롭게 말을 던져놓았으니 따라 올라갔다. 첫 발을 들인 순간, 페리온스는 탄성을 질렀다.
“우와, 많이 바뀌었구나.”
허리 아래로는 덩굴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고 꽃병과 향초도 장식되어 놓여 있었다. 양탄자가 구석에 깔려있었고 기도하는 공간인지 아티마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침대마저 녹색이다. 위쪽으로는 빨간 태양 문양이 패턴처럼 그려져 있었다. 깔끔하고 자연적이었고, 기도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서 아르테미스 여신님과 함께 대화를 하곤 해.”
뮤오린이 다가가자 아티마가 한층 더 빛났다. 아르테미스 여신님도 뮤오린이 있어야 더 기운을 차리는 것같다.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뾰로롱 나타났다.
-오늘은 페리온스구나.
“저 말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나요?”
-카르멘이라는 소녀와 까불거리는 드래곤은 종종 오더구나. 카일이라는 소년도 헤르메스가 날 보고 싶다고 해서 가끔 왔었지.
“그렇군요.”
페리온스는 자신도 모르게 뮤오린과 함께 나란히 양탄자에 앉았다.
-제우스님을 찾아야 해.
아르테미스는 비밀스럽게 말했다.
“제우스님…….”
-미라트를 우리들만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 거야.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래. 우리들도 널 만나서 다행이란다.
“네, 제우스님이 안 계신 동안에는 이바도 있으니까요.”
-그는 이세계에 유일하게 간섭이 허락된 드래곤. 그러나 드래곤이야. 신과는 다르지. 신이 만든 영혼과 육체이니까.
“하지만 저를 선택하신 이유는 이바가 아닌가요?”
-그렇군. 지금으로서는 이바가 우리보다 더 강력할 수도 있겠어. 우리도 인간의 몸을 빌리지 않으면 영향력이 미미하고, 지금 세상에서 가장 센 건 미라트겠지만 두번째로 센 건 이바일 거야. 이바를 한 번 다루어보렴. 제우스님까지 오시면 넌 물, 불, 번개까지 다루어낼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이바와 친해지는 것도 요원한 일인 것같았다. 문헌에는 그가 굉장히 활달한 성격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나올 때야 활기차기는 하지만 대부분 귀찮아하는 것같았다. 페리온스는 신들과 대화하면 조금은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멀리 있는 일을 지금 말하는 것만 같다.
“그럼,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러렴, 뾰로롱.
아르테미스는 사라졌다.
다음 날, 일행은 철제 보호막을 간단히 차고 최대한 가벼운 차림으로 먼 길을 나섰다. 타모르는 여전히 집 안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고, 페리온스, 뮤오린, 세느, 어니스트, 카일, 웜, 카르멘, 투마, 뭉크 아홉 명이었다. 푸코에 있는 무지개화산섬이 목적지였다. 먼 길이라고 말도 한 필 붙여 보냈지만, 인원에 비해 말이 적어서 말은 짐꾼으로 쓸 작정이었다. 모험가가 사라진 요즘에 흔치는 않은 일행이었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눈에 띄는 일행이 있어, 그 날 성문 밖을 나서는 그들은 조금 묻힐 수 있을 뻔 했다.
성주의 아들, 카몬이 당당하게 시험을 합격해 신의 땅으로 유학을 간다고 백마와 수십대의 마차일행이 성문을 나서고 있었다. 심지어는 악단을 이끌고 있어 축제분위기처럼 시끌벅적했다. 이동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마을에서는 큰 이벤트였다.
“카몬이다.”
어니스트가 페리온스에게 속삭였다.
“그냥 지나가게 두자구요. 형.”
“그러는 게 좋겠지? 내 생각도 그래.”
그러나 생각보다 페리온스일행이 튀었던 것일까, 카몬과 페리온스는 눈이 마주쳤다.
카몬의 눈에 광기가 서렸다.
카몬은 백마를 몰아 페리온스의 앞에서 말을 세웠다. 백마가 이히힝 소리와 함께 높이 서서 치솟아 올랐다. 카몬은 칼을 뽑아들고 페리온스를 노려보았다.
“나는 성기사가 될 거다. 그 전에 이 놈을 처단하고 가겠다!”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렸다.
“이 놈은 이교도다!”
“으윽, 왜 일정이 겹친 거야.”
카일이 투덜거렸지만 페리온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어니스트도 검집에 손을 올렸다. 페리온스는 카몬에게는 계속 지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했다. 페리온스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낯선 단어를 꺼내었다.
“진정해.”
낯설고 이상한 언어였다. 그러나 카몬은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이다. 말 한 마리로 짓밟아버리려고 했는데, 말이 차분해졌다. 어떤 이상한 발음에 의해서.
“큰일 났습니다. 여러분 대피하십시오!”
오늘은 날을 잘못 잡은 것은 틀림없었다. 경비대가 부산스럽게 성문 안으로 들어와 인파를 헤치고 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것은, 누가 봐도 경비대의 행동에 정당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몬스터.
트롤이 마을을 습격하고 있었다.
카몬은 말머리를 휙 돌렸다. 성문을 부수고 있는 트롤은 덩치가 성문보다도 높았다.
“가자! 우리는 트롤은 상대할 수 있어!”
페리온스가 카몬을 제치고 성문으로 달려갔다. 일행도 뒤이어 쫓아갔다. 뮤오린은 빠르게 성문 위로 올라가 등 뒤에 걸고 있던 활을 꺼내들었다.
페리온스도 급한대로 검을 빼들었다. 아직까지는 마법보다는 검이 나을 것이다.
카일, 웜도 검을 꺼내들었다.
투마는 망치로 트롤의 발을 쾅쾅 쳤다. 트롤은 더 약오른 것인지 발을 쿵쿵 굴러댔다. 투마는 뒤로 뒹굴뒹굴 굴렀다.
세느는 어쩔 줄 몰라하며 뒤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엄마에게서 사람들 앞에서는 함부로 마법을 쓰지 말고, 페리온스의 허락을 받아서 쓰라고 당부받은 터라 어떻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제일 잘 싸우는 것은 어니스트와 뮤오린이었다.
어니스트는 뛰어올라 트롤의 손을 찌르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트롤의 재생능력이 그보다 더 한 수 위였다.
“이럴 때 타모르 사부님이 계셨다면!”
어니스트는 탄식했다.
경비대가 모여들어 진영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었다.
“이렇게 큰 트롤은 처음 봐…….”
은색 검을 뽐내며 경비대가 외쳤다.
“소년들 비켜!”
페리온스 일행은 각자 성벽에 달라붙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경비대가 원형으로 둘러싸서 트롤에게 돌진했다. 찔린 부분도 있었지만 트롤의 괴성과 함께 휘두르는 손에 맞아 대 여섯 명이 나가떨어졌다. 트롤은 금새 회복했다.
뮤오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페리온스, 난 빙의할게.”
“뭐라고? 나도 뭔가를…….”
뮤오린은 아티마를 불렀다.
페리온스도 다급하게 이바를 불렀다.
“이바, 이바 도와줘. 제발.”
-흥, 위급할 때만 부르고 말이야.
“계속 불렀잖…….”
페리온스가 억울해서 그렇게 말하려는 찰나 몸이 뜨거웠다. 이바의 기운이 몸에 스미며 단도를 트롤에게 기울였다. 파아아아악! 분출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열기가 훅 느껴졌다. 남은 것은 재가 된 트롤이었다. 페리온스도 그 힘에 당황해서 계속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흥, 봤냐? 봤어?
단도가 스트레칭을 하듯 몸을 양 옆으로 뒤틀었다. 트롤이 쿵, 하고 쓰러졌다.
와아아아!
사람들의 함성이 떠나가듯이 울려퍼졌다.
-내가 필요없었군.
아르테미스도 빙그레 웃더니 다시 들어갔다.
사람들이 다시 성문 근처로 와글와글 몰려들었다. 카몬이 탄 백마와 마차는 행진이 어려워 멈추어섰다. 카몬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검을 한 번 뽑아보지도 못한 채 트롤이 무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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