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
강복주
밝은 햇살이
비친다
늪지대도
깔끔하게 보이도록
활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절경도
울퉁불퉁한 상처도
환하기만 하다
점심을 먹기 전
가벼운 몸놀림
어쩌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쾌활함이
기쁨이 필요하다
분위기
분위기
강복주
분마다 위기가 찾아오는
분위기
당신과 나의
공통된 흐름일까
각자가 느끼는
대화의 흐름일까
분위기는 파도와 같아서
휩쓸려 가기도
숙련된 서퍼처럼 타고 가기도
어쩌면
파도의 뽀글뽀글한
공기의 무게를 잘 느끼는 사람이
위기를 잘 넘기는 것인지도 몰라
그 것을 위기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더없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고꾸라지는 것은 순식간,
물 속은 안전하기도
무엇보다 위험하기도
분위기를 잘 타는
어느 소녀와 소년같은
우리의 정신은
업
업
강복주
업이란 쌓아올리는 건물 같아요
이 길 저 길
선업 악업
끝은 없지만
모든 길은 로마를 거쳐
각자의 실핏줄로 흩어져
건물의 위에서
자신의 끝, 지평과 수평을 바라보고
또한
이 서울에서
쌓아 올리고 있어요
야경!
어느 방향이든 끝없이 이어지는
건물 모퉁이를 돌아
소화기
소화기
강복주
저거 또 게거품 문다
건물 귀퉁이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소리를 듣던
소화기
게거품은 나쁜 건가
혼자서 생각하다
나는 게거품을 물 것같은데
혼자서 두려워졌다
불이 나지 않기를 원하는데
불이 나지 않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스트레스만 받는 소화기
평생 게거품을 물지 않기를
자신도, 사람들도 바라지만
언젠가는 게거품을 물 것이다
게거품을 물어 모두를 보호할 것이다
매일 아침
매일 아침
강복주
새가 지저귀는
새벽과 아침 사이의 어느 날
새벽 바람은
흔들리고
새싹은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물기 어리게 울고 있었다
앞으로 커갈 일만 남아
사람 달리는 소리를
형제처럼
보고 있었던가,
각자의 이유로
또는 그냥
도보를 새로이 걷는
매일 아침은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