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대원은 옷을 갈아입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 나왔다. 옷이 희고 붕 떠있었다.
“그런데 자네들은 너무 특이하군. 마치…… 할머니한테 이야기를 들었던 마법생물같이 생기기도 했고. 이런 실례. 그래도 한 사람은 귀가 너무 특이하고, 한 사람은 너무 작고 근육질이고.”
뮤오린과 투마를 말하는 것같았다. 뮤오린은 로브로 자신을 가리고 있었는데도, 수비대원은 눈썰미가 좋았다.
“성함이 뭔지 물어도 될까요?”
페리온스는 화제를 돌렸다.
“아, 난 데테르 상사다. 너희들은?”
페리온스는 지혜롭지 않은 질문이었던가 싶었다.
“저는 페리온스입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옆을 보았다. 뮤오린이 긴 속눈썹을 내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전 뮤오린.”
“나는 세느!”
한 사람, 한 사람 번갈아가며 나서서 소개를 하는 동안에 데테르 상사는 점점 고개를 갸웃하다가, 투마가 “난 투마다.” 라고 하자 투마에게 물었다.
“투마는, 목소리도 인간같지 않을 정도로 투박하군, 아 실례.”
“쇠랑 용광로에만 있어봐! 당신도 목소리가 이렇게 될걸!”
투마는 욱했다.
“대장장이인가?”
“그렇다! 자랑스러운 드워프지!”
카일과 어니스트가 화들짝 놀라 투마의 입을 막았다.
“읍읍, 나를 무시하지 말라고! 드워프제 검! 당신도 알고 있지!”
투마의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이건…… 대장님께 보고 해야겠군.”
데테르 상사가 벌떡 일어섰다.
“잠시만요!”
페리온스는 벌떡 일어섰지만 데테르 상사는 페리온스의 어깨를 툭툭 두 번 두드리고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페리온스는 멍하니 서있었다. 어깨를 두 번 두드린 것이 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지?”
“벌써 들켜버렸나.”
카일과 웜이 수근거렸다. 뭉크는 묵념하고 있었고 어니스트는 심각했다.
“처형받는 거 아니야?”
어니스트가 말했지만 일행의 공통된 두려움이었다.
곧 데테르 상사는 돌아왔다. 초조해진 어니스트는 받은 오우거의 장갑을 착용했다. 그리고 데테르 상사에게 검을 휘둘렀다.
“다들 도망쳐! 내가 막고 있을 테니까!”
오우거의 장갑을 쓰자 힘이 서너배는 세진 것 같았다. 어니스트가 위협적으로 허공에 검기를 날리자, 문이 그대로 날아갔다.
“우리집 여관문을…….”
데테르 상사는 노한 것같았다.
“오우거의 장갑은 수비대원 모두가 쓰고 있어. 잘난 척 말라고.”
데테르 상사는 두손을 중심에 두고 짧은 창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러더니 짧게 중얼거렸다. 일행은 듣지 못했지만, 페리온스에게는 그 발음이 똑똑히 들렸다.
confine(콤파인:가두다, 한정하다)
아치형의 음식덮개처럼 커다란 유리벽이 일행에게 쿵, 떨어졌다.
“살려주세요!”
카르멘이 납작하게 유리벽에 들러붙었다. 생전 처음보는 투명막이었다. 어니스트는 일행 쪽을 바라보다가 데테르 상사에게 달려들었다.
데테르상사는 다시 웅얼거리려고 하는 찰나였지만, 어니스트의 속도가 더 빨랐다. 어니스트는 가볍게 창날의 밑둥부근을 잘랐다. 데테르 상사는 말문이 막힌 채, 단도를 꺼내어 어니스트의 검을 맞받아치기 바빴다.
“일행을 풀어줘!”
“처음 봤을 때도 느꼈지만, 소질이 있는 검사군.”
데테르 상사는 여유가 있었다. 휘파람을 불더니, 여유롭게 단어를 내뱉었다.
tie up(타이 업:꽁꽁 묶다)
어니스트는 꽁꽁 묶여 엘프마을에 있었던 페리온스처럼 털썩 주저 앉았다.
페리온스는 그 모든 모습을 보며 그가 쓰는 것이 마법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다른 일행은 마법이라기보다는 그냥 검술로 보는 듯했지만, 그는 분명 마법사였다. 페리온스는 지지 않고 말했다.
unlock(언락: 해제하다)
유리벽이 없어졌다.
데테르 상사는 이번에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콤파인은 5클래스의 마법인데, 너는?”
페리온스가 긴장했다. 다음의 수는 생각한 적이 없는데. 어떡하지? 도망가야할까? 하지만 이 사람도 마법을 쓰는데. 페리온스가 복잡할 무렵이었다. 전갈이 다섯 마리 그려져 있는 옷과 큰 모자를 쓴 사람이 부서진 문을 향해 위압적인 포스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초대하는 것치고는 굉장히 어수선한데, 데테르.”
“대장님!”
“수비대장님?”
페리온스 일행은 침을 꼴깍 삼켰다. 여관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으니, 잡혀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드워프제 검을 만드는 드워프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수비대장은 이 난장판을 보고도 태연했다.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보시다시피 저희가 운영하는 여관이, 이 소년들로 인해…… 어디가?”
카르멘이 몰래 도망치려고 하다가 걸렸다. 그녀는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보자기를 둘러매고 창문에 발을 얹고 있었다.
“밖에는 몬스터들이 우글우글하다고. 밤에는 더 그렇지. 우리냐, 몬스터냐, 선택해!”
데테르 상사는 짖궂게 물었다.
“흑흑, 잘못했어요.”
카르멘은 포기한 듯 발을 내렸다.
“너희들은 어때? 이 여관을 부순 건에 대해서.”
마법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페리온스와 어니스트는 쉽게 사과하지 않았다. 종교재판이 열린다하더라도 싹싹 빌어야 하겠지만 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 때 세느가 번쩍 손을 들었다.
“잘못했어요!”
“그래, 그래.”
“그건, 마법이었습니다.”
페리온스의 입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말이 툭 튀어나왔다.
“너희들이 할 말은 아니지.”
“체포하실 겁니까?”
“생각해보고.”
“무슨 뜻입니까?”
데테르 상사는 빙그레 웃었다. 수비대장은 서 있기 불편한지 부서진 의자 가운데에 제대로 된 의자를 골라 앉았다.
“마법이 없으면 빛의 300일에서는 몬스터를 상대할 수 없네. 다 죽어 나가지. 포우에는 슬픔이 있어. 적어도 한 집에 한 명은 몬스터에게 희생을 당했다네. 나라에서도 그걸 알고 있고 물론 신의 땅과 앙파르에서는 우리더러 신성력만 기다리라고 하지만, 그러다간 모두 죽고 말아.”
수비대장은 말했다. 그는 데테르 상사를 가리켰다.
“이 녀석은 특별하지. 마법은 모두가 쓸 수 있는 건 아니야. 굉장한 재능을 갖고 있고 사제가 뭐라하든지, 우리는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똑같다는 뜻이야. 우리에겐 필요하다! 거기 일행에도 사제가 있군. 사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소승은, 배우는 단계입니다.”
뭉크는 그러고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데테르 상사는 마법에 대해 페리온스에게 물었다.
“이봐, 너는 마법을 어디서 배웠지?”
“친구들이 도와주긴 했지만 독학……했습니다.”
“네가 마법을 제일 잘하는 건가?”
“아뇨. 이 친구는 엘프고, 이 친구는 하프드래곤입니다.”
수비대장은 탄성을 질렀다.
“국경으로 간댔지? 사드만으로?”
“네.”
“역시, 사드만을 가는 자들은 세군.”
“배우는 중이라, 세진 않습니다.”
“그렇담 우리 일을 좀 도와줄 수는 있겠나?”
수비대장이 그렇게 말하자 데테르는 자신의 여관문을 가리켰다. 저걸 보라는 듯이. 일행은 애써 외면했다. 페리온스도 당장은 사과하기가 어려웠지만 언젠가는 사과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잔해였다.
“사막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을 구조해서, 모아다가 사드만 가는 길에 한 사람씩 좀 떨어뜨려주고 오게. 가지 말래도, 말래도 평지를 걷다 사막으로 길을 잘못 든다는 말이지.”
“저희만 갑니까?”
“데테르 상사와 함께 가게. 그가 우리 중에서 가장 강력해. 그리고 수비대원들도 갈거야. 마주칠 일은 없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단순히 길잃음 정도일 수 있겠지만 포우에는 몬스터가 많아. 아차차, 잊을 뻔했는데.”
수비대장은 포스에 비해서는 의외로 허당인지, 허둥대며 투마를 잡았다.
“이 나라에 드워프공방을 만드는 게 우리의 꿈이라네.”
“역시!”
투마는 수비대장의 손을 맞잡았다.
“이 사람이랑은 뭔가 통하는 게 있군. 핫핫핫!”
“인프라 만드는 건 제가 협력할 수 있습니다!”
카일의 눈도 반짝거렸다. 뮤오린은 다소 성가신 표정이었다. 드워프마을과 통신을 하려면 뮤오린이 꼭 친구에게 부탁해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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