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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두 대가 이동했다. 그레마는 르네의 어깨에 기대어 웃고 있었다. 르네는 불편하게 경직되어 그대로 앞으로 가고 있었다.

 

마차를 보고도 터벅터벅 걷고 있는 일행을 향해 그레마가 빼꼼히 마차밖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내 새끼들, 얼른 타!”

 

“그레마!”

 

페리온스는 환히 웃었다.

 

“엄마!”

 

세느가 다다다 달려갔다.

 

“타거라.”

 

“마차 안이 진흙투성이가 될텐데요.”

 

뮤오린이 말했다. 그레마의 눈이 반짝거렸다.

 

“엘프라니, 정말 오래간만이군.”

 

“설마……,”

 

뮤오린에게 페리온스가 했던 말이 번뜩이며 스쳐지나갔다. 드래곤? 그레마는 마차 문을 열고 재촉했다.

 

“빨리 타.”

 

“영광입니다. 그레마.”

 

타모르가 먼저 올라탔다. 나머지 일행도 하나둘씩 끼여 타기 시작했다. 그대로 르네의 저택으로 출발했다. 페리온스와 세느, 웜, 카일이 탄 마차에서 르네는 제 2왕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페리온스, 메더스의 제 2왕자가 이 영지에 왔네.”

 

“제 2왕자라니, 어떻게 하면 되죠?”

 

“지원을 받아야 하지. 이바님은 잘 써보았는가?”

 

“이바님……. 사실은요, 미라트를 물리칠 수 있는 단서를 찾았습니다.”

 

페리온스는 아티마를 내밀었다.

 

“이게, 아티마인데요, 휴대용 신전입니다. 아르테미스님이 들어있습니다.”

 

“아르테미스라면……… 고대의 신?”

 

르네도 아는 듯했다. 그레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회의에서 다른 신들을 찾아보자고는 했지만 아르테미스일 줄은 몰랐군. 하지만 그녀 혼자로는 무리일 거야.”

 

“7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 2왕자는 마법을 이용하려고 해. 페리온스, 자네는 마법이 되살아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를 설득할 수 있을 걸세. 그는 속내를 비추지 않았지만, 그는 이 대륙을 통일하려는 야심도 갖고 있을 거야. 자네의 영지재건은 그를 설득하기만 하면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네.”

 

“해보겠습니다. 언제죠?”

 

“급하긴 하네. 3일 뒤.”

 

페리온스는 딸꾹질을 참았다. 3일 뒤라면, 보름달이 뜨는 날.

 

“할 수 있겠지?”

 

안 보면 된다. 안 보기만 하면 되는데. 중요한 날인데.

 

“…….”

 

페리온스는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페리온스?”

 

“네? 네. 해보겠습니다.”

 

“걸리는 것이 있나?”

 

“아니요. 없습니다.”

 

마차는 덜그럭거리며 저택에 도착했다. 세느는 그새 그레마의 품에 안겨 쌕쌕 잠들어 있었다. 웜과 카일을 내리게 하고 그레마가 내린 후, 마지막에 페리온스와 르네가 내렸다. 르네는 페리온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무 긴장하지 말게.”

 

“괜찮습니다.”

 

“사교파티는 처음이지? 씻고 턱시도를 입어보게.”

 

 

다들 욕조에 들어앉아 노곤하게 앉았다. 편백나무로 만든 욕조였는데 남자방 여자방을 따로 나누어서 뜨거운 찻물을 부었다. 김이 서려 세상이 뿌옇게 보인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타모르가 말했다.

 

“파티라니, 딱 질색이야.”

 

“저는 싫다기보다는 좀 어색해요. 턱시도같은 건 입어본 적도 없고, 귀족들이나 입는 건 줄 알았는데.”

 

웜이 말했다.

 

“난 재미있을 거 같아. 여자들도 많이 오겠지?”

 

카일이 말했다. 그러자 어니스트가 타박했다.

 

“여자 밝히다가 큰코다친다. 나야, 뭐 아직 정식 기사라기엔 영주님이 영지가 없지만, 그래도 항상 꿈꿔오던 자리야. 기사가 되고 싶었으니까. 부수적인 것도 해야지.”

 

투마는 물에서 첨벙거렸다.

 

“쓸 수 있는 물이 이렇게 많다니 믿을 수 없군. 이봐, 나는 어떻게 참석해야하지? 들키고 말텐데 말이야?”

 

“투마와 뮤오린은 여기 있어야할 것같아요. 왜냐하면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편견이 많아서…….”

 

페리온스가 말했다.

 

“쳇!”

 

투마가 다시 욕조밑으로 가라앉았다. 페리온스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보다는 더 걱정이었다. 왜 하필 그 날 날짜가 잡힌 걸까. 그러나 그 날짜를 자신이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참석하느냐, 피하느냐, 두 가지 선택 뿐. 그러나 피하느냐의 선택지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페리온스는 생각에 잠겼다.

 

“표정이 그러니 똑같이 생겼구만.”

 

투마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카일도 답지 않게 생각에 잠겨 있다. 말을 밝게 하고 있었지만 평소보다 분명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페리온스로서는 그 것을 깊게 생각할 여력은 없었다. 머리에 두른 수건을 풀어 몸을 닦으며 일어섰다.

 

“먼저 일어서 보겠습니다.”

 

“그러세요. 주군. 우리는 몸 좀 더 풀어야겠습니다. 어어, 좋다.”

 

페리온스는 밖으로 나와 드레스룸으로 걸었다. 드레스룸에는 이미 여자들이 옷을 고르고 있었다. 카르멘만 참석할 수 있어 드레스를 대보고 있었다. 뮤오린이 페리온스를 보더니 밖으로 걸어나왔다.

 

“잠깐 뜰로 나와.”

 

페리온스는 뮤오린이 뛰어내린 창문을 보더니 계단으로 내려갔다. 저기서 뛰어내리는 것은 인간인 페리온스로서는 무리였다.

 

뜰로 나가자 뮤오린이 살짝 화난 듯이 뒤돌아보았다. 안 그래도 복잡한데, 왜 화가 났을까. 페리온스는 일이 꼬인다고 느꼈다.

 

“날짜를 들었어.”

 

“아, 날짜를 들었구나.”

 

“그 날은 피해야 해.”

 

“어쩔 수 없어. 이미 정해져 있는 날짜인걸.”

 

“안 돼. 보름달이 얼마나 무서운지 몰라서 하는 소리야.”

 

“날짜가 정해져 있어서 어쩔 수 없어. 인간세상은 그래.”

 

“정말 고집이 세군…….”

 

갑자기 갓 물을 닦은 듯한 웜이 달려왔다.

 

“페리온스, 페리온스! 큰일 났어. 갑자기 투마가.”

 

“투마가?”

 

페리온스는 뮤오린에게 향했던 고개를 웜에게 돌렸다.

 

“울어.”

 

운다니, 무슨 말일까. 투마가 울음?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페리온스는 뮤오린을 돌아보았다.

 

“잠시, 다녀올게!”

 

뮤오린은 그 자리에 서있었다. 웜과 페리온스는 급히 목욕탕으로 다시 돌아왔다. 정말로 투마가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목욕하다가 갑자기 왜 그래? 투마?”

 

“드워프 주제에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러고 있는 거냐? 가족들도 보고 싶고, 장로님도 보고 싶어. 인간세상에서는 파티도 참석 못하는데, 우리 드워프였다면 축제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해주고 칼도 함께 만들었을텐데. 칼도 만들고 싶어. 그리워, 드워프들. 다시 돌아가고 싶어. 내가 너무 드워프들에게 무례하게 굴었어.”

 

“드워프는 여행을 싫어한다고 그랬어.”

 

웜이 말했다.

 

“일단 닦고 얘기하자.”

 

페리온스가 투마를 일으켜 세웠다. 투마가 밖으로 나가자, 나머지 남자들이 목욕탕 안에 모였다. 그들은 수군댔다.

 

“뭐 좋은 방법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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