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마는 아마, 신들을 찾아다니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왜냐하면, 신전에서만 강림할 수 있는 신들의 이동수단이니까.”
뮤오린이 말했다.
“신께 바친 것이지만, 우리가 만든 것이다. 찾아야 한다.”
투마가 결의하자 뮤오린은 손을 내밀었다.
“잠시 휴전하는 게 어때?”
“네가 엘프의 대표가 될 수는 없어! 넌 엘프들이 하는 일에 딴지를 걸고 싫어하잖아. 그런 네 말에 엘프가 하나가 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군! 네가 둑을 무너뜨린 건 다행이지만 그건 네가 특이한 엘프라서야!”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지.”
뮤오린은 꼿꼿하게 뒤돌아서 천을 내렸다. 등이 훤히 보인다.
“뭐하는 짓이냐! 망측스럽……게, 어라, 전설의 꽃?”
등에는 그림처럼 납작하고 검게 싹이 움트고 있었다. 다 핀다 해도 입체적일 것같지는 않다.
“그래. 엘프의 말을 대변할 수 있겠지?”
“음!”
투마는 할 말을 잃은 듯 그 자리에서 굳더니 몸을 휙 돌렸다.
“따라와. 드워프의 요새에서 이야기하자.”
반딧불이가 떠도는 삼층의 넓은 동굴 안에서 페리온스는 일행과 다시 마주칠 수 있었다. 페리온스는 일행 한 명, 한 명을 부둥켜 안았다.
“왜 이래?”
카일과 웜은 멋쩍은 듯이 페리온스를 밀어냈다. 뮤오린은 드워프은 낮은 탁자에 앉았다. 장로가 지팡이를 짚은 반대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래. 신이 나서기로 했단 말인가. 그래도 너희들의 힘으로는 부족할텐데.”
“이바가 도와줬습니다.”
페리온스가 말했다.
“이바! 네가 이바를 가지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입니다.”
“오 그래…….”
장로는 상당히 놀란 듯했다.
“만질 수 있는 사람이 저 뿐인 듯 했는데요.”
“남아있는 자손이 많지 않으니까. 이바님이 계시다면 걱정이 없겠네. 투마, 아티마를 찾으러 자네가 가는 것도 좋겠네.”
“제가요?”
투마는 버럭 외쳤다.
“저는 이 마을을 떠나 본 적이 없단 말입니다!”
“드워프가 여행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자네밖에 없겠네. 엘프에게 질 생각인가? 엘프도 여행을 나서지 않는가!”
“엘프는 원래 날렵하잖습니까! 끄응. 하지만, 아티마를 찾아오겠습니다.”
장로는 앉아있는 뮤오린을 보았다.
“투마에게 자네에 대해 들었어. 과감하군. 드워프의 마을에 뛰어들다니.”
“피지도 않은 꽃인걸요.”
뮤오린은 귀를 쫑긋거렸다.
“무슨 얘깁니까? 꽃이라뇨?”
모여있던 어니스트와 카일, 웜이 말했다.
“엘프들에게는 천 년에 한 번 피는 꽃이 있다. 그건 한 엘프의 등에서 피어나는 꽃이지. 그건 엘프의 긍지이지만…….”
“드워프는 그 꽃을 넣어 무기를 만들기도 했어. 엘프를 채로 넣어버리는 것이지.”
일행은 모두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렸다.
“과거의 일이야!”
투마가 크게 손을 저었다.
“그래서 엘프가 둑을 지었구만.”
타모르가 비아냥거렸다.
“엘프는 드워프를 생각해서 둑을 지은 건 아니였어요. 정말 미안하게 됐지만……. 꽃에 줄 물을 공급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지난 일은 이제 되었네. 우리도 죽을 뻔했지만 아티마를 찾았고 이바가 있으면, 정말 신들을 모을 수 있는 거야. 일단은 엘프와 우린 적이지만 손을 잡아야겠지. 평생 이 산맥에서 치고박고 싸울 게 아니라면 말이야.”
페리온스는 뮤오린을 보았다. 겁이 없는 걸까? 그녀를 공격할 수도 있는 드워프들 앞에서도 그저 피어있는 것같아 보였다. 그리고 이바를 보았다. 이바는 다시 말이 없었다.
“로즈소드는 만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그래. 일주일만 기다려줘. 드워프의 광장에서 잠을 자라.”
삼층으로 된 휑한 홀이 드워프의 광장인 것같았다. 동굴 안이라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바깥에서는 물소리가 들렸다. 타모르는 침낭을 깔고 누웠다. 사람들이 자는 동안 페리온스는 기다렸다. 뮤오린은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페리온스는 이바를 작게 불렀다.
“이바.”
그러나 이바는 나오지 않았다.
페리온스는 조심스레 바깥으로 나섰다. 뮤오린이 별을 보고 있다. 보름달이 생각나며 조심스러웠지만, 아직 보름달이 뜰 날은 아니다. 페리온스는 별을 보았다. 알알히 박혀있는 빛나는 별들. 아직까지는 자신에게 저주를 내리지 않는다. 뮤오린은 페리온스를 돌아보았다.
“하늘을 보다니 겁이 없군.”
“하늘, 보름달은 뜨지 않잖아?”
“일행에게 말하지 않을 생각이야?”
뮤오린은 그게 궁금했던 것같다. 페리온스는 고개를 숙였다.
“안 돼. 아무래도.”
“말을 해야 해.”
“버려지는 게 두려운 게 아냐.”
“그럼 무엇 때문에 말하지 않는 거야? 사람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조심할게. 내가 없으면 지금까지 이 일이 다 물거품이 돼. 이바를 다룰 수 있는 건 나 뿐이야. 이바가 있어야만, 지금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어. 비밀로 해줘. 부탁이야.”
“…….”
“조심해서 이겨내볼게.”
“도와주긴 하겠지만 위험할 거야.”
“너도 이바 때문에 온 거 아냐?”
“난 꽃을 피우러 온 거야. 꽃은 엘프들의 아름다운 마음씨의 증표이고, 행복한 마음의 증표야. 그래서 너와 함께 갈 거야.”
“그래……. 열심히 해볼게.”
페리온스는 싱긋 웃었다.
“나는 나무 위에서 잘게.”
“잘 자.”
페리온스는 드워프의 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일행들이 잠꼬대를 하며 깊게 잠들어있다. 페리온스는 침낭을 배고 몸을 쪼그렸다. 어서 일주일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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