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점
강복주
어릴 때
아이들은 조회 시간에 모여
중간 줄에서 "기준!"을 외쳤다
그 기준이라는 것
모든 사람은 기준이 되었다
중간과 양 극단에서
캠퍼스가 그리는 원처럼
휑하니 비어있는 원은
사실은 중간처럼
꽉 차있다
어느 누가 찌르면
바로 기준이 되는
그 점
점점이 떨어져 꽉 찬
운동장 안의 아이들
햇살을 밝고
훈화는 짧게 끝나서
이내 기준이 다하고
흩어진다
흩어져 돌아간다
접시의 뒷면
접시의 뒷면
강복주
감춰두었던 달의 뒷면
굳이 숨기려고 했던 것은 아닌
접시의 뒷면
흔적이 남은
다 먹은 자리
황폐한 숟가락 자국
씻어낸 빛은
반짝임을 반사 시키고
담았던 일부분을
가장 맛있는 부분을 담았던
과거를 잊고
뒷면이 기대 서서
반짝이네
뒷면은 지구와 똑같은
일식처럼
상표의 가치가 붙어있네
불편하지만
뒷면도
작은 원이라는 사실이
같았네
커피의 이름
커피의 이름
강복주
너의 이름은 카페모카
너의 이름은 카라멜 마끼아또
너의 이름은 카페라떼
너의 이름은 아메리카노
원래의 이름은 커피콩
원래의 이름은 우유
원래의 이름은 시럽
같은 존재도
다른 존재도 아닌
당신의 이름은
곧 만들어질 거야
인어의 그리움 속에서
인어의 그리움 속에서
강복주
인간의 몸으로는
너무 깊이 들어갈 수 없어
바다 깊은 곳에 사는
인어가 말했다
너도 인간이잖아,
사람은 말했다
나도 들어갈 거야
인어는 오래 전에는
인간이었는데
생각도 나지 않는 그 오래 전이
행복했었던 것 같다
밤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인어,
사람은 깊은 곳까지 가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그리고 언젠가는 그는 인어가 되겠지만
인어는,
뽀르르 물거품을 올렸다
기절한 그를 뭍으로 데려다 놓았다
안의 화려한 색상
안의 화려한 색상
강복주
바깥에서 보면
그저 하나이지만
그 안에서는
화려한 색깔들이
그 의미가
바깥이 아니더라도
적절히 표현했으므로
안에서 드러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