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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한 번 해보세요!”

 

페리온스가 몸을 웅크리며 외쳤다. 뭉크가 뗏목 한 복판에서 한 손을 올리고 외쳤다.

 

holy light(홀리 라이트: 거룩한 빛)

 

빛이 점점 커졌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수라성기사가 몸을 던지며 홀리 라이트에 다가왔다. 그러다가 불나방처럼 홀리 라이트에 붙어서 사라졌다. 신성마법은 무기를 강화하지 않는 이상 보통 무언가를 해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기이한 일이었다. 괴물물고기는 너무 눈이 부셔서 도망을 갔다. 그러다가 점점 무거워져서 배가 뒤집혔다.

 

일행은 풍덩 물에 빠졌다.

 

lift up(리프트 업: 들어올리다)

 

다행히 전에 썼던 마법이 생각났던 페리온스는 급히 일행을 건져 올렸지만 이미 물을 먹은 세느나 카르멘도 있었고 괴물물고기가 군데군데 있었다.

 

move(무브: 움직이다)

 

하나씩 차근차근 하자고 생각하며 페리온스는 주문을 외웠다. 괴물 물고기가 올 때는 주문을 세 개를 겹쳤다.

 

kill(킬: 죽이다)

 

좀 찝찝한 주문이긴 하지만, 몬스터는 잘 사라졌다.

 

이윽고 일행은 모두 강변에 도착했다.

 

“아수라성기사가 신성력에 약하구만.”

 

어니스트가 비린 물을 뱉어내며 중얼거렸다. 나머지 일행도 축축 젖은 몸을 겨우 일으켰다.

 

“빨리 여관 가자아.”

 

카일이 투덜거렸다.

 

일행은 건조약을 뿌리고나서 비척비척 걸어 사람들을 헤치고 걸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였는데도, 사람들의 시선은 무심하다. 자리에 앉아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도 있었고 욕설을 하며 무거워보이는 성벽을 탕탕 두드리는 사람도 있었다. 입구를 찾는 것은 어려웠지만, 군데군데 통로가 있었다. 그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딱 두 사람, 검은 옷을 입은 사드만의 경비병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게 마법방어구를 입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를 잡으려고 하다가 튕겨져 나갔다.

 

페리온스는 경비병의 앞을 막아섰다.

 

“뭐냐?”

 

그는 고압스러운 표정으로 페리온스를 위아래로 살폈다. 페리온스는 건조약으로 말리기는 했지만 아직 덜 마른 축축한 옷을 입고 있어 찝찝하기도 했고 영 물에 젖은 생쥐꼴이다.

 

페리온스는 저장알약에 넣어온 통행증을 꺼냈다. 르네백작이 써준 것이다.

 

“통행증? 안 돼! 지금 사드만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돌아가.”

 

그는 거절했다. 페리온스는 이번에는 포우의 왕세자에게 받아온 통행증을 내밀었다. 경비병은 콧웃음을 쳤다.

 

“전쟁중인 상대편의 통행증을 내밀어서 어쩌겠다는 거냐? 우린 필요없어. 감옥에 안 가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물론 이 성벽에 있다가 나가는 순간 먹잇감이 되겠지. 여기서 굶어 죽거나, 도망가거나. 도망가도 산다는 보장은 없지만. 크하하하핫하! 돌아가! 어딜 넘어오려고.”

 

약이 올랐지만 페리온스는 참고 돌아섰다. 일행에게 의논하는 것이 우선일 것같다.

 

뒤를 돌아보자, 카르멘이 눈을 빛내고 있었다.

 

“도둑스킬이 이제 쓰일 때가 있겠지?”

“일단 일행하고 말해보고요.”

“어니스트는 내가 하는 건 다 안된다고 할걸. 해보고 올게!”

 

카르멘은 경비병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로프를 휙휙 돌리더니 성벽 위에 걸었다. 10미터는 될 법한 높은 성벽이었는데도, 카르멘의 솜씨는 나쁘지 않았다.

페리온스는 얼른 일행을 찾았다. 바로 근처에 있는데도, 그들끼리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얘들아. 얘기할 게 있어.”

 

페리온스는 일행에게 다가갔다.

 

“으악! 살려줘!”

 

카르멘의 비명이 들렸다. 사람들이 좀비떼처럼 카르멘을 붙잡고 따라 올라가려고 하고 있었다.

 

“카르멘!”

 

페리온스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일행도 모두 페리온스의 시선이 가는 곳에 시선이 향했다.

 

카르멘은 그대로 추락했다. 로프는 꽤 질겨 보였는데, 수십명이 달라붙자 뚝 끊겨 버렸다.

 

페리온스는 황급히 사람들을 치웠다. 카르멘이 깔려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 틈에서 안전하게 착지한 카르멘이 방긋 웃었다.

 

“미안! 실패!”

“넌 또 뭐하는 거야!”

 

어니스트가 화가 나서 달려왔다.

 

“사람들 참 무섭고만~.”

 

카르멘이 농담처럼 말했다. 일행은 심각했다.

 

“이 사람들도 여기에 있다가는 죽을 일밖에 안 남았으니까.”

“완전히 성벽 근처는 안전한 것같아. 사드만도 성벽 아래 사람들까지 죽이지는 않네.”

“어차피 시간 지나면 죽을 거니까 그런 거 아닐까.”

 

페리온스는 세느를 보았다.

 

“세느, 이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어?”

“음, 마법이 걸려있지만 할 수 있어!”

“그래?”

“해볼까? 오빠. 비켜요! 비켜!”

 

세느는 일어서서 자기몸보다 큰 블레이드소드를 휘둘렀다.

앉아있던 사람들은 커다란 검의 기세에 자기도 모르게 도망쳐서 길을 내주었다.

 

wind blade(윈드 블레이드: 바람 칼날)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 와장창 성벽을 부쉈다. 쾌감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파괴력이었다. 거친 바람에 성벽이 무너졌고, 네 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사람들은 와! 하는 소리와 함께 성벽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달렸다. 일행은 멍하니 있다가 사람들을 따라 달렸다. 경비병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뒤쫓아 왔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성벽은 뚫렸다.

 

뛰어서 얼마나 가게 되었을까, 페리온스는 뒤따라온 일행을 헤아렸다. 9명, 그리고 말 한 마리. 한 명이 없었다.

 

“난 여기에 있어.”

 

지붕 위로 뛰던 뮤오린이 훌쩍 땅으로 내려왔다. 도시는 검고 회색이었다. 그리고 비싸보이는 도시였다. 철제로 만든 가로등이 구역마다 서있었고 구역마다 똑같이 생긴 회색지붕 집들이 있어,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망보면서 뛰고 있었어. 이젠 안전할 거야.”

 

세느와 투마가 쌕쌕 숨을 내쉬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세느도 한 번에 마나를 너무 써서 좀 지친 모양이었다.

 

“세느는, 업혀. 내가 데리고 갈게. 여관을 찾자.”

 

페리온스는 세느를 업었다. 그러자 어니스트가 입에 손을 댔다.

 

“쉬잇, 조용히 해야 돼. 사드만에서는 큰 소리 내면 안 돼.”

 

그건 포우에서도 종종 듣던 말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페리온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대답했다.

 

“알았어.”

“난 커서 오빠랑 결혼할거야.”

 

세느도 작게 말했다.

 

“응?”

 

페리온스는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 옆으로 얼굴을 돌렸지만 세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세느는 헤헤 웃었다.

 

“흐응.”

 

뮤오린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숨을 내쉬며 페리온스를 보았다. 페리온스는 굉장히 난처한 기분이었다.

 

“애잖아.”

“흐응.”

“빠, 빨리 여관을 찾자.”

“흐응.” 

 

뮤오린은 알 수 없는 눈빛을 보내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쉿.”

 

어니스트가 조용히 할 것을 강조했다.

 

곧 다른 집과는 다른 모양의 9층 높이의 여관을 찾을 수 있었다. 같은 집에서 홀로 높아서 이렇게 튀는 집을 그 동안 왜 발견을 못했을까 싶었다.

 

그 여관의 문은 닫겨 있었는데, 한 사람이 여관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다가갔다.

 

“도와드릴까요?”

 

으어어, 으어어억

 

그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기괴하게 목을 틀었다. 그대로 페리온스와 눈이 마주쳤다. 동공이 작고 눈에 핏줄이 서있고 뒤집혀 있었다. 피부의 색은 거무튀튀한 회색이었다. 송곳니가 약간 튀어나와있었다. 페리온스는 뒷걸음질을 쳤다.

 

“이, 이게 뭐지?”

“언데드다! 언데드 중에서도 좀비는 물리면 안돼! 물러나! 주군!”

 

어니스트가 외쳤다.

 

light ball(라이트 볼: 빛의 공)

 

뮤오린이 빛의 구를 던졌다. 좀비는 빛에 비명을 지르더니 도망쳐서 사라졌다. 일행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여관은 1층이 어두운 유리창으로 되어있었다. 문이 덜컥 열렸다.

 

“내쫓아줘서 고맙소. 들어오시오.”

 

얼굴만 내보이는 덩치가 큰 주인이 얼른 오라고 일행을 손짓했다. 오랫동안 말하지 않은 것인지 말투가 어눌했다.

 

일행은 모두 급히 달려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10명이 모두 들어가자 여관주인은 주위를 살피더니 조용히 여관문을 닫았다. 말은 바깥에 묶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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