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이었다. 쨍하니 햇빛이 비치고 있었고 바닥도 뜨거웠다. 몸도 마음도 쌩쌩했다. 어제의 피로는 간데없었다. 마나로 인한 피로라 몸의 피로보다는 빨리 회복이 되는 듯했다.
데테르 상사는 먼저 일어나 있었다. 날이 밝아 있다. 날이 밝자 보호구역을 기웃거리는 몬스터도 훨씬 적었다. 대부분은 평화롭게 아무 몬스터도 지나가지 않았다. 데테르는 모닥불을 피우고, 남은 물에서 팔딱 거리고 있던 물고기 몇 마리를 구웠다.
“기운 내세요. 할아버지.”
도미 할아버지에게도 식사를 챙기고 난 뒤 데테르는 이송해야할 사람이 한 사람이기 때문에 운송장치 마법으로 마나를 쓰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했는지 도미할아버지를 업고 haste(헤이스트:신속)마법을 걸었다. 페리온스도 자신의 발에 haste(헤이스트:신속)마법을 걸었다.
여관에 돌아갔을 때는 10시쯤이었다. 데테르는 도미할아버지를 의자에 내려놓았다. 일행은 여전히 뚝딱뚝딱 탁자와 의자, 그리고 문을 고치고 있었다.
“거의 완성됐어!”
어니스트의 말에 수비대원 중 한 명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만들다가 다시 부순게 5개쯤은 되지만 말일세!”
“으윽, 어쨌든 하고 있잖아요.”
그 동안 카일도 합류해있었다. 투마는 여전히 수비대장과 이야기삼매경이었다. 여관 안의 의자는 못 본 동안 훨씬 늘어나 있었다. 길을 잃어버렸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오가 되자, 일은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데테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요리를 해서, 코코넛젤리와 전갈을 이용한 탕과 갖은 양념을 버무린 볶음과 전갈튀김등 각종 요리들을 내어놓으셨다.
“오늘 국경 주변에 실종한 사람들을 찾아 각자 지역에 데려다 놓아야 하는데, 어제 나눈 일행으로 각자 보호된 오아시스로 찾아가서 사람들을 데려다놓으면 좋겠네. 오늘 찾은 일행들만 좀 집에다 데려주게.”
데테르가 수비대장에게 소곤거렸다.
“데테르가 자네들에게 선물을 가져왔다는데.”
데테르는 알약에서 귀금속을 쏟아놓았다. 투마와 카르멘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건!”
“어머어머, 에메랄드 아니야? 이건 루비고! 금도 엄청 많네!”
“분실물입니다만……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도 모르겠고 놔두면 모래에 파묻혀 없어질 것이었고 지금껏 관례상 국고에 환수했던 것이기도 하니까요. 제 생각엔 이 소년이 아니면 찾을 수 없던 것이라, 이 소년에게 2분의 1은 줘도 될 것같습니다. 이 소년이 우겨서 찾았거든요.”
이 소년이라 함은 페리온스였다. 페리온스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얼마인지 가늠이 안되는군.”
수비대장은 팔짱을 끼고서 말했다.
“계산은 제 전문이랍니다. 오호호!”
카르멘이 손을 번쩍 들고 웃었다. 그녀는 보석의 값어치를 면밀히 계산하기 시작했다.
“물에 젖었지만, 금과 보석이니까~”
계산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카르멘은 전문가였다.
“엄청나네요. 들고 옮기면 하나당 100골드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2000골드가 넘겠어요! 엄청난 양을 들고 왔네요~. 이 알약이 대단한데요!”
“좋네. 자네들도 오늘 실종된 사람을 찾고 또 사드만의 국경까지 가야 하니, 1000골드를 가져가게. 그런데, 알약에 넣어서 가져가는 건가?”
“그렇습니다.”
페리온스가 대답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어니스트가 외쳤다.
“주군이 빚진 1000골드를 이 금액으로 다 갚는 거야. 어때? 모두 찬성?”
“좋아.”
투마가 말했다. 웜도 카일도 고개를 끄덕였다. 페리온스는 1000골드 어치의 귀금속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둘러싼 일행 8명의 앞에서 페리온스는 말했다.
“내 생각엔, 나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의 빚을 갚는 게 좋겠어. 그 것도 1000골드잖아.”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어니스트가 말했다. 카일이 씨익 웃었다.
“좋긴 좋지만, 우리 성의를 어떻게 보고. 너무 그렇게 살면 호구된다. 너.”
“카일.”
카일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의외였다. 카르멘이 손을 들었다.
“해결책이 생각났어! 좋은 생각! 페리온스 빚 500골드랑 우리도 각자 다 반씩 탕감하기!”
카르멘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뜻밖이었다. 그러나 페리온스, 어니스트, 웜, 카일 모두 그 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다가, 수긍했다. 웜이 모처럼 나서며 말했다.
“그게 맞는 것같아. 반씩 탕감하는데에 쓰자.”
카일도 어깨를 으쓱하며 수긍했다.
“그게 진정한 운명공동체지.”
어니스트가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이걸 무사히 푸코까지 갔다가 집까지 들고 가는 게 문제야.”
페리온스는 빙그레 웃었다.
“맞아. 유니콘이 그 것보다 더 비쌀 수도 있어. 어쨌든 들고 가보자.”
“이런, 그걸 생각 못했군. 유니콘을 팔긴 파는 거야?”
카일이 늘어지게 몸을 기울이며 의자에 기대었다.
“가봐야 알겠지만 해봐야 알겠지.”
페리온스는 견고한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이라면 사드만을 지나갈 수도 있을 것같군.”
수비대장이 그들의 소란을 보고 듣더니, 옆에서 툭 던지는 말이었다.
“사드만은 어떤 곳이지요? 정보가 하나도 없어요.”
“침묵과 어둠, 왕과 법이 가장 엄격한 곳, 우리가 아는 건 그 정도야. 사드만에서 너무 많은 강력한 몬스터가 와서 우리랑은 사이가 좋지 않지. 그 곳에서 몬스터를 만든다는 소문도 있을 정도야.”
“몬스터를요? 왜요?”
“이유는 모르겠어. 왕이 좀 이상해. 미움 받은 우리와는 달리 미라트가 강력 지원을 해주지만, 좀 어둡고 강한 곳이지.”
카일은 수비대장의 말을 듣고 으스스하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른 지나가자. 푸코로!”
“당부해두지. 그곳에서 이방인으로 체포되지 않으려면 말을 해서는 안되네! 침묵의 나라라고 할 수 있지. 어쨌든, 자, 출발하게. 어니스트, 웜, 뭉크가 출발하고 엘프여성들도 출발하고, 데테르와 자네도 마지막으로 다른 보호된 오아시스에 다녀오게, 수비대원들도 다른 곳에 갈테니 마지막으로 데려오게. 일주일간 시간을 줄테니, 다녀오면 이제 국경까지 천천히 가면 돼. 급할 거없어. 사드만이니까.”
“네. 출발하겠습니다.”
페리온스는 일행이 나가고 마지막까지 수비대장의 앞에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나?”
“……아닙니다.”
“데테르 상사와는 괜찮았나?”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허허, 가보게.”
“네.”
페리온스는 haste(헤이스트:신속) 마법을 걸고 붕붕 움직였다.
“따라와!”
데테르 상사가 먼저 달렸다. 다른 길이었지만 이제는 익숙한 사막 길이었다. 사막에도 나무가 있었고 이정표가 되어주는 식물들이 있었다. 낮이라 몬스터가 많지 않아서 오아시스에는 금새 도착했다.
“물이 너무 예쁘군요.”
페리온스가 그렇게 말하자 데테르가 미소지었다.
“오, 그런 것을 볼 눈도 있었군. 여기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좀 더 먼 곳에 가볼까.”
페리온스는 불만없이 따라갔다. 꽤 먼 곳까지 온 것같다. 30분 이상은 뛴 것 같은데, 아직 뭔가가 보이지는 않는다.
“조금만 더 가면 돼.”
가는 동안 거대 전갈이 세 마리가 튀어 나왔지만, 마법 kill과 페리온스의 검술 정도로도 상대할 수 있었다. 이윽고 오아시스가 나왔다. 멀리 있어서 그런지 마방구의 범위가 좁았고 오아시스의 물은 미지근했다. 그래도 나무가 우거지듯 호수를 둘러싸고 있었다.
“……려주세요!”
오아시스 안을 둘러보는데, 웅웅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잘못 들은 건가? 페리온스는 고개를 들었다.
“살려주세요!”
오아시스와 연결된 사막 바깥이었다. 피범벅이 된 소년 하나가 오아시스 안으로 달려오려고 하는데, 도중에 식인 박쥐 세 마리에게 물어뜯기고 있었다. 그는 황급히 칼을 휘둘렀지만 이제는 지친 것같았다. 날쪽으로 제대로 맞지가 않았다. 페리온스는 급히 보호막바깥으로 달려나갔다. 사막에 바람이 심했다. 자신도 칼을 겨누지 못하는데, 잘못 주문을 외워 저 소년을 다치게 하면 어떡하지, 페리온스는 걱정이 되었다. 박쥐만을 노려야한다는 일념 하에 자신도 모르게 주문이 튀어나왔다.
kill bat (킬 뱃: 박쥐를 죽여라.)
그 때 머리가 어지러웠다. 주문이 잘못 되었나? 페리온스는 마나를 잘못 썼다는 걸 직감했다. 박쥐가 어지러이 있다가 이번에는 세 마리 모두 페리온스에게로 날아왔다.
뒤에서 주문이 들려왔다.
kill the three bats here(킬 더 쓰리 뱃츠 히어: 여기에 있는 세 마리의 박쥐를 죽여라.)
엄청난 마나가 빨려 올라갔다. 남이 쓰는 마나인데도 엄청난 마나가 소요되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대신 힘이 강력해서, 세 마리의 박쥐는 참혹하게 사라졌다. 그 잔해는 사라졌지만 이미 거의 부서진 상태였다.
“문장을 쓰는 건 위험하다니까. 아까 네 문장은 성사되었으면 감당이 안 되는 거야. 모든 박쥐를 다 죽이게 된다고. 아주 섬세하게 써야하는 거니까, 문장은 쓰지 말도록 해.”
페리온스는 데테르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들으면서 다친 소년에게로 달려갔다.
“빨리 이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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