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대답없는 단도
용병단 일행을 먼저 앞으로 보내고 난 다음 이튿날, 페리온스일행은 발자국과 흔적을 쫓아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의 분위기는 전과 달랐다. 긴장되어 있었고 마을의 어른들이 팔짱을 끼고서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다. 페리온스와 웜은 긴장되어 일행의 선두에 서서 어른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사과의 말씀과 사정을 함께 말씀드렸고 어니스트와 카일은 그들의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채로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웜.”
웜의 부모님은 특히 이상했다. 여러 여행장비까지 다 챙겨서 웜에게 주고 계셨다.
“우리는 너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지금까지 너무나도 우리의 기대에 걸맞게 잘 커주었다. 하지만 우수한 자녀는 나의 자녀가 아니고 세상을 위한 자녀라는 말이 떠오르고는 했었지.”
확실히 마을의 어른들은 웜에게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들은 웜을 에워싸고 있었다.
“우리는 8년 전에 페리온스라는 분이 우리 마을에 왔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알고 있었어. 악의 씨앗이라는 것은 혹시 모를 외부인과 감시자들을 속이고 따돌리기 위한 것이었고 백성을 사랑했던 지오트라스공작이 우리에게 자녀를 맡기셨다는 영광을 잊지 않고 있었다.”
웜의 아버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 중 감시자가 있다면 우리는 죽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선언한다. 이바를 가져오신 분이라면 틀림없이 우리를 다시 영예롭게 하실 것이다. 우리는 악마에게 더럽혀지기 쉬운 감시받는 마을에서 벗어나겠다. 우리는 지오트라스 가문을 다시 따르겠다!”
이번에는 시선이 페리온스에게로 갔다. 페리온스는 담담하게 그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쳤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모른 척 해주셨던 것도. 그리고 지금 응원해주시는 것도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셨으리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페리온스는 제법 훌륭하게 일어서서 연설을 시작했다.
“곧 원조를 얻어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이 마을을 일으켜 옛 영예를 회복하겠습니다. 르네백작님께 가겠습니다. 그 분이 많은 일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달 내로 돌아오겠습니다. 웜의 아버지. 그 동안 비천했던 저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웜도 빌려가겠습니다.”
페리온스의 다정한 말에 웜의 아버지는 눈물을 흘렸다. 어느 농부가 외쳤다.
“지오트라스 만세!”
“지오트라스 만세!”
“페리온스 만세!”
다들 알면서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비천한 페리온스라는 왕을 지켜보며 페리온스가 하는 행동을 낱낱이 보고 그를 국토를 다스리는 영주로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끊이지 않고 외쳤다.
그 검투사, 싸움꾼, 거리의 부랑아, 페리온스가 만세였다.
“이상한 날이군.”
카일이 허브를 질겅질겅 씹으며 웃으며 내뱉었다.
하루는 세실 마을에 머물렀다. 사람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성의껏 차린 빵이며 감자스프를 병사들과 일행에게 대접했다. 마을에서 나온 병사라고 해봤자 마을을 방위하는 사람들 중에서 골라낸 10명 남짓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페리온스 일행의 호위를 자청했다.
페리온스는 마을사람들과 마치 딴판인 된 사람인 양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적을 속이려면 우리편부터 속이라는 말이 있으니까 말이야. 아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어. 하지만 10년 전 공작님의 죽음에는 전 공국민이 분노했다네. 그 분은 백성을 매우 사랑하시는 분이거든. 이렇듯 자네처럼 우리의 말을 듣는 것도 꺼리지 않는 분이었지.”
푸줏간 마크는 그러나 유달리 말이 많았다.
페리온스는 몇 번 정도만 끄덕인 것같았는데도 두어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었다. 대장장이 빅터는 중간에 참지 못하고 몇 번 끼어들었다.
“참 훌륭한 분이었지. 동화책에 나오는 못된 영주는 아마 앙파르국에나 있을걸! 그 분이 왜 교황의 적이 되었고 그리고 왜 돌아가셨는지는 참 애석해!”
“아버지께서는 왜 돌아가셨죠?”
“신성력과 마법력이 싸우는 시간이 오래되었고 우리 대륙은 신성력만이 높게 추구받았지. 공작님은 마녀재판을 없애야한다고 주장하셨어. 진짜 마녀들은 전부 빠져나가고 애꿎은 사람만이 죽는다는 말이었지. 말이야 바른 말 아닌가. 하지만 지금까지 못된 짓을 한 셈이 된 교황님에게는 그게 괘씸죄가 되었다네. 공작님은 파문되었지. 우리가 사는 풍요로운 땅은 악마의 땅이 되었고 못된 짓을 당했어.”
페리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 미라트드로2세는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어!”
빅터가 큰 소리로 말했다. 푸줏간 마크가 그 것보다 더 큰 소리로 쉿!을 외쳤다.
페리온스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러한 것을 생각하느라 페리온스는 뜬 눈으로 밤을 새며 하루를 보냈다.
“이야! 우리 왠지 행색이 좋아졌어!”
용병에서 하루만에 기사로 올라선 어니스트가 기분 좋게 하는 말이었다. 이제 중앙에는 건초더미를 사러간다는 마부 켄이 마차 안에 네 명을 태우고 있었고 그 마차를 중심으로 10명의 호위병들이 둘러싸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에잇! 느려빠진 아저씨들 때문에 속력이 안 나잖아!”
“느려빠진? 전쟁은 안했지만 사냥으로 단련된 아저씨한테 맞아볼테냐?”
옆에서 투구를 쓰고 노란 수염이 삐져나온 아저씨가 크게 소리쳤다. 켄은 투덜거리면서 마차를 몰았다.
“천천히 가도 되겠습니까?”
페리온스를 향한 질문이었다.
“물론입니다. 아저씨들께 민폐로군요.”
“헤헤.”
쑥스러운 듯 켄은 뒷 머리를 긁적였다.
“어제부터 10년 이상은 족히 안 쓴 투구를 빡빡 닦아냈지.”
“스트레칭도 하고 무예스탭도 확실히 점검했지! 녹슬기는 했지만 몬스터 정도는!”
아저씨들은 들떠있었다. 카일이 헤헤 거리며 아저씨들에게 술을 공급했고 어니스트가 그런 카일의 머리를 쳤다.
웜은 마을지도를 펼쳐놓고 페리온스와 상의했다. 페리온스는 많은 일에도 들뜨지 않고 담담하게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돌아와서는 내 영지를 선언할 거야.”
“세실마을 정도밖에 협조하지 않을 거야.”
웜과 페리온스는 수군거렸다.
“마을이 적어도 5개는 있어야 영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성 안은 죄다 엉망이니까, 성밖부터 시작해내야해.”
“카일을 보낼까?”
“뭐 엉뚱한 짓만 하지 않으면 매력적인 놈이기는 하니까.”
페리온스와 웜은 곁눈으로 카일을 보았다. 카일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짚더미처럼 덥수룩하게 머리가 내려와 있었지만 취하지 않았으면 빛나는 하얀 이와 환한 미소를 가지고 있었고 눈치도 빠른데다 농담도 좋아했다. 손재주도 좋았지만 귀족가의 여인들이 카일을 보면 까르르, 싫지 않은 눈치로 다가오는 것은 육체적인 매력이 큰 탓도 있었다.
“성격도 전혀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카일은 너와 생긴 것이 닮았으니까.”
웜의 말도 사실이었다. 적당한 체격에 다부진 몸부터해서 머리칼은 페리온스가 더 윤기가 나고 부드러웠지만 카일과 페리온스는 멀리서보면 형제로 착각할 정도로 서로 닮아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카일이 항상 페리온스에게 말을 걸고 서로 어울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좋아.”
페리온스는 결정을 내렸다.
“카일!”
페리온스는 카일을 불렀다. 카일은 곁눈질을 하더니 페리온스에게 다가왔다.
“왜 그러시나. 나으리.”
“마차에서 내려.”
“윽, 주정꾼 탄압인가?”
카일을 퍼석한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마을을 순회하면서 동조해달라는 외교 좀 해줘. 편지는 썼어! 전달과 센스있는 대처가 필요할 거야. 너밖에 생각나는 놈이 없군. 아저씨들도 믿음직하지만 빠르게 돌아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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