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줌마는 뭐야!”
이선은 소리를 치면 그들이 도망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자 급한대로 학생들과 여러명의 사이를 막아섰다. 그들은 이선도 함께 때리려고 손을 올렸다.
그 때 진형이 둘 사이를 떼어놓았다. 몸을 민 것 뿐인데도 학생은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그 괴력에 놀란 학생들은 진형을 쳐다보다가, 황급히 저 멀리로 도망쳐버렸다. 진형은 쫓아가지는 않았다.
“괜찮아?”
이선의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이렇게 떨면서 왜 나선 거야!”
진형은 버럭 고함을 쳤다.
“당연히 이래야 되잖아! 떠는 건! 겁이 많아서 그럴 뿐이야!”
“자랑이다. 자랑이야.”
진형은 이선과 학생 두명을 데리고 골목 밖으로 나왔다.
“학생들도 골목으로는 다니지 말아요.”
진형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저기, 저기요. 번호 좀 주세요.”
여자학생이 폰을 내밀었다. 수줍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진형은 손을 내저었다.
“미안하지만 번호를 주고 싶진 않은데, 조심히 다녀요.”
여자학생은 울상이 되었다. 남자학생이 손을 잡아 끌었다.
“가자.”
그런데도 여자학생은 버티고 서있더니 이번에는 이선에게 매달렸다.
“번호 좀 주세요. 사례하고 싶단 말예요.”
“고맙지만…….”
이선도 사양하려고 하는데, 그 학생의 눈가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선은 이내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
“내 명함이야.”
“고맙습니다!”
학생은 이내 얼굴이 환해졌다. 둘은 서둘러 인파에 섞여 사라졌다.
“엮이는 거 좋지 않아.”
진형이 한숨을 쉬었다.
“학생들인데, 뭐.”
“내가 있을 땐 나서도 좋은데, 혼자서는 제발 그러지 마. 위험하다고! 할 거면 격투기를 마스터하던가. 이런 데서는 나서지 좀 마. 이번에도 다칠 뻔 했잖아. 남 돕는 것도 내가 힘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거야. 합의금만 나온다. 너.”
“이번에는…… 고마워.”
“그래. 그래. 그러면 쇼핑 그만하고 따뜻한 커피 마시러 가자.”
“알았어.”
이선이 추천하는 커피숍으로 향하는 길에 이번엔 진형의 걸음이 멈춰섰다. 사격장 앞이었다. 이선은 발걸음을 멈춘 진형을 힐끗 보았다.
“사격하고 싶어?”
“한 번만 쏘고 갈까?”
경품으로는 인형이 걸려 있었다.
“뭐 갖고 싶어?”
진형은 잔뜩 설렌다는 표정으로 총을 만졌다.
“뭐든…….”
이선은 다소 심드렁했다.
“좋았어! 최고 좋은 걸 주지!”
진형은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이선은 점수가 높게 나올 때마다 오호, 하는 소리를 내며 바라보기 시작했다. 늘 보는 건데도 항상 어떻게 하는 건지 신기했다. 결국 이선은 큰 곰인형 하나를 떠앉게 되었다. 진형은 늘 총을 쏘기만 하고 인형을 가지지는 않았다. 인형은 계속 이선의 몫이 되었다.
둘은 인형과 귀고리 잔뜩을 들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숍은 지하에 있었다. 공간은 넓었지만 사람들의 목소리가 조금 울리는 장소였다.
“네 커피가 더 맛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놓고 진형이 천연덕스레 말했다.
“조용히 말해.”
“사실은 사실인걸. 그나저나 넌 뭘 그렇게 보고 있냐?”
이선은 휴대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아까 그 학생이 톡이 왔는데.”
“결국 연락하는구나.”
“우리 둘이 사귀냐는데?”
“음?”
“뭐라고 하지?”
“뭐라고 할 게 있어? 우리 둘이 안 사귀잖아?”
“그렇지?”
“……뭘 고민하고 있냐?”
이선은 툭툭, 손가락으로 타자를 치느라 바빴다. 한참만에 이선은 폰을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진형을 빤히 보았다.
“네 번호를 가르쳐달라는데?”
“뭐어? 설마 가르쳐준 건 아니겠지?”
“일단…… 싫다는 거지?”
“아까도 분명히 거절했잖아. 그건 싫은 거야.”
이선은 진형의 분명한 대답을 듣고도 망설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진형은 아메리카노를 빨면서 허리를 뒤로 젖혔다.
“하여튼 보면 은근 약한 데가 있어요.”
이선은 진형을 째려보았다.
“그거, 나한테 하는 말이야?”
“오늘은 너도 할 말 없을걸?”
“윽……. 좋아. 됐고, 너는 그러고보니 여자친구를 안 사귄다?”
생각해보니 이선이 일할 때, 종종 카페에 여자들이 진형의 번호를 딴 적이 있었다. 이선은 무심히 진형과 연락하겠거니 했는데 오늘 진형의 태도를 보니 번호를 주지 않은 것 같다.
“돈이 없잖아-. 대쉬할 처지가 못 돼.”
“대쉬할 생각인가보다? 대쉬받은 것도 많은 것같던데.”
“뭐…… 좋아하는 사람이랑 이어지는 게 좋지. 그 것도 지금은 무리지만. 월세내기도 빠듯해. 연애는 무리야.”
“마음있는 사람은 없고?”
“글쎄.”
진형은 알 듯 모를 듯한 웃음을 지으며 허탈하게 허공을 보았다. 얼마 전 웹툰이 공모에서 떨어진 영향일까. 이선은 진형의 정강이를 툭, 가볍게 찼다.
“뭐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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