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비를 잃은 황태자의 삼간택이 끝나자마자 선영은 영친왕의 삼간택을 시작했다. 엄선영은 신중하게 집중하였지만 어린 영친왕은 삼간택에는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는 지금 이 수학원의 생활이 삶의 전부였고 굉장히 재미있어 하고 있었다. 엄선영은 자신도 아기나인이었을 때 그랬던가 싶었다. 그는 승부욕이 굉장히 강하여 다른 아이들에게 지는 날이면 돌아와 분하여 울기도 하였고 시험의 결과가 나오는 날에는 걱정하는 궁녀들을 물리치고 수라도 들지 않은 채 아침 일찍 학교로 나섰다.
“어마마마, 오늘은 시합이 있사오니 꼭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러소서. 시장하지는 않으시겠습니까. 중간에 꼭 여관들에게 꼭 챙겨드리라 이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영친왕은 기세에 차 있었다.
“전하, 이제 전하가 크셔서 배우자를 만날 때가 되지 않았사옵니까.”
선영은 영친왕에게 말을 꺼냈다. 고작 만 9살인 영친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배우자가 무슨 단어이옵니까?”
“장차 관례를 올리셔야 하옵니다. 관례를 하시면 궁궐에 전하의 배필인 여인이 들어오게 되옵고 나라의 내외를 다스려가는 것이옵니다.”
관례라는 말은 영친왕도 익숙한 듯 하였다.
“낯선 이와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인지요?”
“그리 볼 수도 있사옵니다.”
선영은 웃으며 그를 보았다.
“싫사옵니다.”
황태자는 딱 부러지게 말했다.
“어마마마, 저는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그러나 9세나 10세쯤 가례를 올리는 것이 보통이니 지금도 결코 이르다고 할 수는 없었다. 또한 영친왕에게는 자신의 세력이 필요했다. 혼란한 시국에 가례를 올린다면 그 가문을 영친왕의 편으로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은 확실했다.
“당장 같이 사는 것이 아니오니 염려마소서.”
영친왕은 같이 사는 것이 싫을 뿐 그 일에 대해 큰 관심은 없는 듯 하였다.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하자 그 투정은 곧 그쳤다.
“아, 어마마마, 영어성적이 올랐다고 칭찬받았사옵니다.”
“기특하시도다. 어쩜 이리 기특하시오이까.”
엄선영은 영친왕을 보면 늘 웃음이 머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영친왕은 시계를 보더니 갑자기 급해진 표정이었다.
“다녀오겠사옵니다! 이겨야하니 지체할 수 없사와!”
‘지금 조선의 미래를 구할 분은 영친왕 전하, 그대뿐이오…….’
뛰쳐나가는 영친왕의 뒷모습을 보며 선영은 조선의 혼란이 가슴아팠다. 이 아이만 제대로 커준다면, 재기할 길은 있을 것이다. 외교도 빼앗긴 지금이지만, 살 길은 있을 것이다. 아직 희망은 있었다.
황제도 분주했다. 자신의 시종무관장이었던 민영환은 을사조약을 체결하고 얼마되지 않아 자살하였다. 선영은 대성통곡하는 황제를 눈물지으며 바라봤던 터. 늘 옆에서 자신을 호위하던 부하의 죽음은 충격이었으며 이 사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신하의 결단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을사조약을 무효화시키기 위하여 해외에 파견할 인물을 고르고 있었다. 일본을 막을 방법은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느낀 것이다. 그들이 도의적으로 대한다면 가능성은 있었다.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가 소집하는 제 2회 만국평화회의. 결국 그는 이준, 이상설, 이위종을 택하여 비밀리에 파견토록 하였다.
“지금은 퇴임하였으나 웨베르공사관이 믿을만 하였지. 그의 처형인 손탁이 남아있지않소. 자네가 그곳에 다녀오지 않겠소?”
황제의 명을 받들어 엄선영은 손탁을 만나 국제문제의 조언을 들었다. 손탁과 선영은 자주 만나던 터였다.
손탁의 호텔은 공사관거리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었다.
선영은 방에 들어가 손탁을 기다렸다. 손탁은 곧 나타났다. 손탁의 푸른 눈이 엄선영을 주의깊게 살폈고 선영도 손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 참석 자체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하였다. 밀사의 능력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참석에 성공하는 것이라 하였는데 손탁이 소문에 밝은 터여서 그녀에게서 여러 정보를 가져오려 했으나 정치적인 문제였기 때문인지 그녀는 말을 아꼈다.
“일본이 알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그래요. 영국도 조심하세요. 영국과 일본이 밀약을 맺었다는 소문이에요. 영국이 인도를 점령하는 대신 일본은 한국을 점령한다는.”
이윽고 손탁에게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지만, 우리 호텔의 투숙객 중에 헐버트라는 사람이 있어요. 그라면 도와줄 겁니다.”
“손탁, 정말 고마워요.”
선영은 손탁의 손을 잡았다. 헐버트는 기꺼워하며 미국의 국무장관과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약속과 함께 고종의 밀서를 품 안에 넣었다.
선영은 불안감을 떨치려 애쓰며 거리를 걸었다. 서양의 상징. 서양의 거리. 도읍의 바뀐 이 모든 게 문득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였다.
헤이그 특사는 돌아올 때까지는 소식이 없는 밀사들이다. 그 동안 궁궐은 황태자비를 새로 맞이할 준비로 떠들썩했다. 황태자의 가례가 끝나면 영친왕의 가례가 기다리고 있었다. 황태자의 가례는 원칙대로라면 삼간택을 하여 올가미를 좁혀가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야했으나 나라의 사정이 사정인지라 이미 윤택영의 딸로 내정이 되어 있었다. 본래 귀족만 갈 수 있었던 궁녀의 원칙은 중인들과 평인, 천인들이 벼슬을 하고 궁녀인 엄선영 자신이 전하의 위치에 오를 정도로 뒤바뀌고 있었고 엄선영은 스스로의 신분 탓에 이 난세를 절망하는 유생들과는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었으며 이 난세를 이용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헤이그 특사가 성공하여야만 해…….’
가례로 떠들썩한 중에도 선영은 신경이 민감했다. 소화는 가례에 신경을 쓰고 있는 선영 대신 영친왕을 돌보기 위해 분주했다. 나인들은 선영의 민감이 신경질로 나타날세라 영친왕을 돌보는 데에 극성을 부렸다.
엄한 수학원의 교관들은 그런 궁인들의 극성에도 결코 수업시간을 줄이거나 영친왕을 봐주는 일이 없었지만 궁인들 중 일부는 꺼이꺼이 울기까지 하며 영친왕의 간식을 전달하려 들었다.
“영친왕전하께오서 시장하시면 안되나이다!”
“어허, 이 사람들이 왜 이래!”
교관이 말렸으나 그 것은 궁인들이 선영에게 잘보이기 위한 방식 중의 하나였기에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선영이 아끼는 궁녀에게 집을 한 채씩 내린다거나 잘해준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였고 서로들 거기에 들고 싶어하는 것이었다. 말리는 사람도 없었으나 그 광경을 보는 이들은 혀를 쯧쯧 차기도 하였다.
선영은 황태자의 가례를 마무리지으려 하는 것과 동시에 황제와 함께 헤이그특사가 실패할 시에 대한 사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황제는 지나치게 소식이 늦는 특사를 불안해하였으나 그 것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는 더없이 조심스러웠다.
“이미 성패도 모르는 일, 안좋은 것을 말하면 그대로 될까 두렵도다.”
광무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각지에서 처리가 버거울 정도로 많은 상소가 올라와 있었고 곳곳에 의병이 다시 기승을 부린다는 소식이 안으로 들어왔다. 의병을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이 황실의 위치이기도 하였다. 광무황제는 더욱이 그랬다. 이제껏 일어났던 수많은 반란과 위협. 의병이라는 단어에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예전의 위정척사파였다.
“어쨌든 이 사태를 수습해야만 하네.”
“그리 될 것이옵니다.”
선영은 그리 말하였으나 마음의 한구석에는 이유모를 찝찝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늦기 전에 황태자와 영친왕의 혼례를 마무리지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초조했다. 특히 가문을 중요시하는 풍토로서는 가족이 된다함은 황실의 편이 생기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하자면 여흥 민씨의 처자밖에 없어!’
엄선영은 현재의 권문을 떠올리며 이미 영친왕의 혼례도 예정해놓고 있었다. 외척으로 유명한 권문이라면 여흥 민씨와 안동 김씨가 있었다. 그러나 안동 김씨라 함은 아관파천 이후의 자신의 공에도 불구하고 자신 대신 왕후에 오르려했던 가문. 춘생문사건으로 자택에만 있다가 궁궐에 어렵사리 들어온 안동 김씨의 비는 자신이 왕후라 생각하기 때문인지 일본의 세력이 약화된 이후 왕후가 되는 것이 무산되어 직첩이 높지 않았음에도 자신에게 인사조차 오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더 이상 힘을 키우게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함은, 여흥 민씨의 가문밖에 없었다.
여흥 민씨라면 명성왕후의 가문으로 명성왕후의 밑에서 일했던 시절의 인연이 있어 아는 자들도 많았다. 게다가 그 질투가 많았던 명성왕후의 원혼이 위로될만한 일일 수도 있었다. 선영은 원혼이 기묘하게 신경쓰이는 것을 견디고 있었다. 그 것은 이상한 두려움이었다. 명성왕후의 원혼. 너도 저렇게 되리라는 일본의 협박. 불안한 미래.
헤이그 특사가 오지 않는 동안 선영은 불안함을 달래려 각지를 다니며 기도를 올렸다.
“순비전하, 여흥 민씨의 가문에서 처자를 고르시라 하셨지 않사옵니까.”
기도를 마친 후 가마를 타고 궁궐 안에 발을 들이자 소화가 마중을 나와 그 동안 후보자선출의 진척을 알렸다. 선영이 기도를 올리는 동안 소화와 숙양이 대신 처자들을 알아보러 다닌 터였다.
“총판 민봉식의 여식이옵니다. 조부께서 대신직까지 맡았던 가문이더이다. 행실도 말끔한 듯 하였사옵니다.”
“수고하였다. 잘 되었구나.”
엄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규수의 저택에 가서 미리 인물을 보았더니 그 말대로 단정해보이는 인물이었다. 몇 마디를 나누어보니 영리함 또한 지니고 있었다.
“초간택을 하자꾸나.”
엄선영은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황태자의 혼례가 끝나자마자 영친왕의 길례가 시작되었다. 겨울의 뜰에 초간택을 하기 위한 처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49명으로 왕비가 될 후보자들이었으나 이미 황실 속에서 뽑힐 이가 내정되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영친왕은 혼례의 자리였으나 천진난만하게 뛰어놀고 있었고 수많은 상궁들과 나인들 속에서 임금과 선영이 지켜보고 있었고 상궁들은 여식들에게 질문을 던져 지혜를 시험하였다.
그리하여 뽑힌 이는 7명.
그 날 밤 침실에서 선영은 황제에게 생각한 것을 고했다.
“전 의정대신의 손녀로 명망있는 이를 뽑고자 하옵니다.”
“그리하시게.”
황제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명성왕후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그 차별에도 불구하고 왕비로 간택하는 그 마음씀이가 황제로서는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은 머지않아 터졌다.
보냈으나 종일토록 오지 않던 헤이그특사의 소식이 들려옴과 동시에 일본은 칼을 들이댔다. 이위종이 유창한 프랑스어로 연설을 하였으나 기대와 달리 동정만 얻었을 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하였다. 각국의 신문에 그 사실이 실려 조선의 실정을 알리기는 하였으나 뚜렷한 이익이나 강권이 없는 이상 조선을 구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소식을 들은 황제는 신음했다.
“이준이 죽었다고…….”
시도는 실패하고 또 한 명의 인재를 잃은데다 일본의 반응은 격렬했다. 황제는 일본의 위협을 느끼며 이 시도의 실패가 또 한 번 뼈저린 상처가 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명성왕후를 성가셔 죽인 일본이었다. 황제는 그보다 성가시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으나 이제 황제도 죽여야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틀림없었다.
“잔학한 놈들.”
황제는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고 실소했다.
“어떻게 될지 알고 이러셨겠지?”
이토가 황제를 찾아와 비웃었다가, 황제의 반응이 무디자 광기어리게 웃으며 가가대소했다. 한 의자에는 황제가, 또 한 의자에는 엄선영이 앉아있었다. 이토는 눈을 크게 뜨고 황제의 얼굴 코 앞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있었다.
“기어올라봤자 너희는 안돼! 무엇을 하든지 실패할 것이다! 하하하! 잔머리를 쓰면 나아질 줄 아셨사오이까? 어허, 황제폐하께서 어찌 이리 멍청하시단 말이오!”
선영은 화를 견디지 못하고 외쳤다.
“너희들의 극악무도함을 세계가 알 것이다!”
“세계? 알면 어떻게 된단 말이오. 응? 알렸는데 무어가 변했사옵니까. 순비전하?”
높이는 칭호는 누가 보아도 조롱이 담겨있었다. 이토는 의자 주변을 서성이며 비웃음을 흘렸다.
“순비전하께서도 이리 되시면 당연히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기게 되시는 것이옵지요. 그 말 후회하지 마시길 비옵니다. 순비전하.”
그는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선영은 가까이 다가온 그 얼굴에 침을 뱉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이토는 연극을 하듯 아까 과잉된 동작과는 달리 목소리가 나직했다.
“이제 어떤 방법도 소용없소. 발악이란 발악은 다해봤잖아? 발악을 해도 끝났어.”
그의 단정적인 말이 주문처럼 퍼져나갔다. 그는 주술을 거는 듯 했다. 풍수적으로 조선의 맥이 흐르는 곳에 철심을 박으려는 소문도 있는 것을 보면 저 자는 모든 주술적인 수를 써서 사람을 죽이려는, 틀림없이 악마와도 같다. 얼어붙은 황제와 엄순비 사이로 차가운 정적만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토는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겠다는 그 말을 지켰다. 먼저 고종을 폐위시켜 강제로 양위식을 하게 한 이후로 일본에 영친왕을 데려가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안돼!”
엄선영의 가장 감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쓴 것이다. 엄선영은 냉정하려고 했으나 그 것이 뜻대로만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한단 말이냐. 어떻게. 숙양아. 소화야. 방법이 없겠느냐.”
“냉정하게 책략을 생각해보시오소서. 순비전하답지 않으시옵니다.”
곁에 있던 숙양과 소화가 아뢰었으나 선영은 늦은 나이에 낳은 아들이 현재 삶의 전부였다. 게다가 아직 11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나이였다. 일본놈들이 끌고 가서 어떤 짓을 하는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선영은 황제를 찾았다.
“폐하, 막아주오소서. 폐하.”
그러나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태황제가 된 광무황제에게는 뿌리깊은 유교사회에서 나오는 명분으로 인한 힘조차 상실한 상태였으며 훗날 순종이 되는 현재의 황제 역시 광무황제보다도 더욱 힘이 없었다.
“허어.”
광무태황제도 귀애했던 11살의 영친왕을 보내고 싶을 턱이 없었다. 그러나 머리를 부여잡고 탄식하는 것 외에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현재의 사태였다.
선영은 지금의 상태에서 간신히 쥐어짜낸 지혜로 길례를 들먹였다. 길례를 시작하였으니 그 것이 끝날 때까지 영친왕을 놓아달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관파천으로 한 번 뒤통수를 맞았던 일본이 그 것을 승낙할 리 없었다. 엄선영에게 시간을 벌게 해놓으면 또 한 번 요상한 방법으로 사태를 바꿔놓을 수 있으리라. 그들은 여지를 주지 않았으며 단호했다.
“데려가겠사옵니다. 영친왕전하를 위하여.”
이토의 말은 느물했다. 엄선영은 그 얼굴에 침을 뱉고 싶은 욕구를 또 한 번 참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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