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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火田)

 

                                                  강복주 

 

심장의 불꽃이 한 줌 남았다

불꽃도 꽃이다

꽃은 잿덩이가 되기 전 너를 향해 쏟아붓겠지만

한 줌 남은 불꽃은

옮겨 필 단 한 번을 기다린다

 

지친 자리에는 다시 필 수 없는 불꽃은

도전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작게 가라앉고

세상은 도전해야만 한다고 가르쳐 줬으나

네 마음도 내 마음같이 다 타버리면

아무것도 없다면

 

꽃은 점점 작아진다

결국 다 죽은 잿더미에

너는 마음을 열어 보여주었다

심장은 누구에게나 불꽃이 아니었음을

그곳에는 깊고 깊은 물이 흐르고 있었음을

누구의 불꽃이 더 큰지

비교만 하던 내 심장에 물이 들이부어졌다

 

오랜 시간 지나

잿더미엔

불꽃도 물꽃도 아닌

새싹이 빼꼼히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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