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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가는 길
강복주
삶은 삶의 규칙으로
시장은 시장의 규칙으로
산은 산의 규칙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누군가가 풀숲 걷어낸 길따라 걸어도
숨이 턱턱 무겁게 막힌다
산의 규칙 아래에
저 정상까지 가려면
그동안 가진 모든 것들이
숨 가까이 들린다
모든 것을 버려도
몸은 버릴 수 없구나
정상으로 가는 길이 저 멀리 한 점
걸어도 걸어도 닿지 않는다
길 밖에는 풀 숲이 많았다
첫걸음 디딘 사람들은
풀숲으로 들어갔겠지
나도 오늘은 첫걸음일 뿐인 것을
정상으로 가지 마시오
를 이겨내야 한다
가자, 가도록 하자
10번을 쉬어도 산은 기다려주었다
낮은 산 정상에서는
야호소리 민망하지만
땀은 식고 풍경은 드넓다
산은 오라가라 권하지 않았으나
정상에 첫걸음 디뎠노라
정상의 선물은 더없이 투명하고 맑게
톡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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