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는 말을 모은다는 뜻으로 일제말기, 조선말말살정책이 있을 때 한글사전을 편찬하는 이야기입니다.
정신적인 사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힘에 힘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지켜나가는 정신적인 힘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 부분에서 오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영화 자체는 무난하게 감동적으로 볼 수 있는 작품 아닌가 싶습니다. 잔잔하게 달려가서 나중에는 울림을 줍니다. 중간중간 눈물이 차오르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유해진분이 윤계상분의 가방을 소매치기하는 데서부터 영화가 시작하는데요, 앞부분에는 두 사람이 앙숙으로 으르렁거리는 부분이 많이 나옵니다. 유해진분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범죄자라 하여 깔보고 의심하는 윤계상분에게 자꾸 자존심이 상하고 윤계상분은 유해진을 동료라고 인정할 수 없습니다.
도무지 어울릴 수 없을 것같은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일로 서서히 상대방을 인정해나가게 되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유머러스하게 농담을 던지는 것을 시도하는 장면도 몇몇 있었는데, 소소한 개그나 재미는 불발이었습니다.
사실 유해진분은 까막눈이었는데요. 사전편찬작업을 하는데 까막눈이라니, 윤계상분은 더욱 못마땅합니다.
그러나 글을 배우며 기쁨을 느끼는 유해진분은 점차로 변하게 됩니다.
윤계상 분은 부잣집 아들로서 본인 혼자라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위치를 포기하고 뜻있는 일에 몸담는 인물인데요. 때문에 프라이드가 셉니다.
그러나 점차로 궂은 일도 마다않는 유해진의 진심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영화의 배경은 1940년대입니다. 독립될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기이지요. 유해진분의 아들도 배우실 거라면 일본어를 배우라고 합니다.
영화자체로는 캐릭터가 뚜렷하지 않고 농담이 와닿는 부분이 적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보면 감동이 있습니다. 빵 터지는 부분은 없지만 그래도 그런 농담던지기 덕택에 그럭저럭 지루하지 않게 흘러가기도 합니다. 단순히 의미가 있는 역사이기 때문에 봐야만 하는 감동이 아니라 서사가 있고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와닿는 감동입니다.
손에 꼽는 명대사는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낫다."라는 것입니다.
어려울 때야말로 공동체정신이 빛을 발하는 것같습니다.
14명의 복역자들이 도와주러 나타났을 때, 통쾌함도 있었고, (한 사람의 열 발자국보다 열네 놈의 한 발자국이 더 낫지 않겠어.) 민들레 홀씨가 퍼져나가는 것처럼 번지는 우리 것에 대한 애정에서 시대의 감성이 느껴졌던 것같습니다.
이런 영화를 보면 항상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시대를 참 잘 타고났다.. 라는 것인데요.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아마도 고귀한 정신을 추구하며 살지는 못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이 고귀해보였고 말이 우리의 정신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무심코 살아가면서 정신을 많이 잊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날갯짓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해진은 끝까지 책임을 다합니다. 그 모습에서 가슴이 울리는 감동이 있었던 것같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나쁘지 않게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는 평범한 편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감동적이고 의미가 있어서 본 가치는 충분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슴 찡한 것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합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툴리(2018) 감상, 내용을 알고 봐도 재미있는 영화 (0) | 2022.06.20 |
---|---|
영화 기적(2021) 감상 (0) | 2022.06.19 |
영화 내 안의 그놈 감상 (0) | 2019.02.20 |
스윙키즈 감상 (0) | 2019.02.17 |
보헤미안 랩소디 감상 (0) | 2019.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