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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강복주

 

 

웃을 때 과거가 모두 지워졌으면 좋겠죠

가끔 착각도 하죠

이 가벼움이 영원할 것이라고

발목에 묶인 돌은 과거로부터 이어져와 끊기지를 않고

저 먼 곳의 하늘에는 풀숲에 숨은 포수들이 총을 겨누고 있어요

까마귀 떼가 모여든 하늘 위로 독수리는 누구도 닿지 않는 곳까지 가열차게 올라갔고

, 독수리의 표정도 굳어있는 저 화려한 삶이여

나는 당장 엄마가 가져다 준 밥그릇에 씨익 웃어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날개를 살찌우고 있어요

묶인 발목의 띠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색이 섞였고

과거를 생각하지 않으면 미래도 없고 이 순간,

연결된 끈을 자르지는 않았지만

점점 지워지는 현실의 가능성

올라가지 못해도, 남은 자존심으로

독수리가 내려오길 바라지 않았는데,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들려요

귀를 막아요

웃음, 과거와 미래를 지워버렸으면 좋겠죠

나는 웃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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