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솔리의 이야기
"안녕."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나는 구석에 앉아서 미소를 띠며 목례를 꼬박꼬박하고 있었다. 20세의 생일이었다. 나 말고 내 남자친구, 아니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자친구였던 사람. 내 생일과는 10일 정도 차이가 난다. 내 생일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번쩍이는 수십 가지의 선물상자, 스테이크와 카나페, 무 알코올 와인, 이 중 하나라도 내 생일 파티에 해당한 게 있을까?
짜증을 부리는 엄마가 소주를 한 잔 했을 뿐이다. 물론 나는 마시지 못했다. 물론 먹였다면 엄마는 더 이상한 사람이다.
나는 나이든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늙음은 젊음의 상징이었다. 그들보다 어리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늙음이었다. 완전성인들은 모두 젊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나는 이 장소에 와서 열심히 인사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남자친구였던 사람조차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쓸쓸하지는 않았다. '내 생일에 올래?' 무심하다 못해 권태로웠던 그 편지를 받았으니까. 나는 승낙했다. 자존심도 없냐고? 나는 그 권태를 이해한다. 나는 57세의 햇병아리였고 남자친구는 20세.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100세가 넘었다.
우리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끝이 없었고, 요즘 유행하는 슬로건이 있었다. "직접 천국을 만들자."라는 슬로건. 사람들은 끝없이 발전하고 성장하고, 늙지 않았다.
그래도 삶을 경험하라는 철학 아래에 60세까지는 늙어야 다음의 과정을 밟게 된다. 60세 다음은 20세였다. 다들 20세가 되는 주사를 맞았다.
20세가 지나가면, 다음 해엔 또 20세가 된다.
57세인 나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57세는 어리디 어린 햇병아리였다.
이렇게 된 모든 이유는
인구가 너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20세였고 겉보기로는 평등했지만 나는 그 세월을 잘 알지 못한다. 대부분의 내 나이의 아이들은, 그 세월을 잘 알지 못하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그 세월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과거에는 나이 차가 너무 나면 안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다른 나이테를 가지고 있어서 90살 차이 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 일이 진행된 건 이미 200년 전의 일이었고, 사람들은 국가가 너무 일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200년 전 죽지 않았던 사람들 가운데에서는 180살의 나이 차를 소화하고 있기도 했다. 겉보기로 차이도 나지 않았고 모두 20살이었다.
"왔어? 안 올 줄 알았는데."
그래도 사람의 생김새는 각기 다르다. 남자친구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단생각. 그의 마음은 읽을 수 없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다.
"고마워. 와줘서."
"오빠야말로 헤어지자더니."
"여긴 다 20살이야. 각아라고 불러. 너도 곧 20살이 될테고."
"응."
"안 튀었으면 좋겠어. 너도 알잖아."
"응. 각이가 소심하고 섬세하고 지랄 맞은 거 다 알지."
"그래. 알면서 그래."
이 사람의 포용력에 나는 반할 수밖에 없었다.
"왜 내 생일에 안 왔어?"
"그건, 까먹었어."
"과학기술로 뇌세포도 멀쩡한데?"
"시간이 무서운 거지. 1시간인지 24시간인지 구별이 잘 안가."
"전여친 만난 거 아냐?"
"난 100세 간 모태솔로야. 네가 처음이고, 그리고 아껴주고 싶어. 물론 57세에 널 만난 건 잘못했어. 난 네가 20살인 줄 알았어. 물론 그 늙음이 아름다움의 증표라는 건 알지만, 노안인 건 줄로만 알았고 그냥 이쁜 건줄 알았어."
"내가 노안이라는 거야?"
"넌 어린애가 그런 구닥다리 말은 어디서 배웠니? 그거 200년 전 말인데. 노안이 안 좋은 것도 200년 전이야, 노안이 얼마나 특별한 얼굴인데. 어쨌든 네가 20살이 되면 다시 만나자. 그때까진 헤어져 있을 거야. 그리고 난 아무도 안 만날 거고."
"이렇게 향락과 쾌락이 가득한 파티에?"
"무슨 소리야."
생각은 펄쩍 뛰었다.
"생각해봐. 20살의 팽팽 돌아가는 머리와 건강으로 100년을 살면 이 정도 부는 축적할 수밖에 없다고. 너도 곧 그렇게 될 거야. 넌 아직 어리잖아."
사람들이 극적인 대화에 흘끗흘끗 쳐다보았다.
"나랑 계속 만날 거야?"
"나는 너밖에 없어."
나는 싱긋 웃었다.
"각이라면 괜찮을지도."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건지, 생각은 멋쩍게 웃었다. 곧 뒤에서 그의 어깨를 툭툭 치는 남자가 있었다. 그의 절친인 새모이였다.
"사람들이 기다려."
"솔리야. 기다리고 있어. 넌 아직 20살이 안되어서, 같이 가는 건 무리일 것같다."
"응! 기다릴게!"
그리고 나는 멍하니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앉아있었다. 쌓여있는 선물과 기계,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우리 집은 청소라고 한다면, 청소라고 할 게 별로 없었다. 뭐가 많이 없었으니까.
'비교는 좋지 않아. 괴롭잖아.'
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비교를 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인구가 너무 많다는 것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끝없이 증가하고.
어라, 경찰?
호루라기 소리를 내며 홀 한 가운데에 경찰 복을 입은 사람이 걸어왔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긴 다 20살이다. 그리고 사귀는 건 아마도 잘못일 거다. 지금은 물론 헤어졌지만, 사귀었었다는 것도 잘못일지도. 20살 이후엔 술을 마실 수 있었지만, 60살까지는 학교에 다녀야하고 완전성인이 된 20살들의 모임에 참석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는 그래도 생일 주인공 답게 듬직하게 단생각이 나섰다. 어딘가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던 단생각은 책임자로서 경찰과 대화하고 있었다.
"이 파티에 완전성인이 아닌 자가 왔다고 해서요."
"그럴, 리가요?"
하지만 그는 거짓말을 잘 못한다. 더듬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나서면 더 망치겠지. 이제 사람의 사회적인 성장은 어린이, 청소년, 청년, 중년, 장년, 노년으로 나뉘었던 예전과는 달리 세 가지로 나뉘었다. 미성년, 성년, 완전성인.
"게다가 완전성인이 아닌 자와 연애를 했다고요?"
"그럴, 리가요?"
"이보세요. 아무리 인구가 많아졌다고 해도 지킬 건 지킵시다. 네?"
"잠시만요."
그 때 전설의 200년을 산 20살, 한센놈이 나타났다. 그는 이름만 들어봤지, 본 것은 처음이다. 그가 단생각을 위해 나서주다니, 모든 사람이 수근거렸다. 나는 군중 속의 한 명이었다.
"어제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출산금지령이 내려진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아니... 한센놈."
모두가 20살이었지만, 인생 선배에게는 쩔쩔매고 있었다. 오히려 평등해졌기에 살아온 세월을 무시하지 못한다. 그리고 한센놈은 사람들이 영생을 누릴 수 있도록 과학계에 일조를 한 사람이었다.
"이제 인구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중절 수술을 할테고, 더 이상의 증가는 없을테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리끼리 잘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완전성인이 아닌 자가 있으면 잘 살펴 보내겠고 이제 죽은 법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경찰은 기세에 눌려버렸다. 무려 한센놈이었다.
"출산금지령은 알고 있습니다만."
나는 듣는 게 처음이었다.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 합니다. 한참 어린 사람이 여기에 있다고 들었어요."
경찰은 더듬거렸다.
"있는 사람은 잘 데리고 갈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나쁜 짓을 했소? 어차피 20살이 될 거고, 이미 의미 없는 사어란 말입니다. 인구는 너무 많고, 분별할 방법이 있습니까? 이제 더 낳지 않기로 사회가 극적으로 합의했잖습니까. 살 애들은 알아서 살고, 우리는 신경 쓸 이유가 없소. 그 애들이 죽든 살든 사회에는 큰 이바지 하지 않는다는 말이오."
"그렇게 크게 접근하시면."
하지만 그도 할 말은 많은 표정이었지만 할 말을 잃었는지, 그냥 뒤돌아섰다.
"저는 다 알고 왔습니다. 신고자가 다 말씀해주셨거든요. 3년 기다렸다가 참석을 하시든, 연애를 하시든 하고, 건드리지 마시고요. 훈방조치하겠습니다."
"알았습니다. 우리도 알아들었소."
"감사합니다. 삼촌."
나는 깜짝 놀랐다. 한센놈이 삼촌이라고? 나서 줄 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참석자로 볼 때도 놀라웠는데 삼촌인가.
기가 죽는 기분이기도 했고, 단생각은 나를 도대체 어떤 사람으로 생각할까 싶기도 했다. 농락 당하는 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좋기는 했다.
겨울의 날씨는 실내와 바깥이 완전히 다르다.
나는 파티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코 끝에 찬바람이 엥하니 맴돌았다. 마음이 복잡하다.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 건 익숙했는데, 남자친구에게까지인 걸까?
그 때 뒤에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솔리야."
"단생각."
"미안해. 누가 신고를 했나봐."
"왜 잡는 거야?"
"잡는 거아냐. 그냥 미안하다고."
"알았어."
"왜 그렇게 오늘 차가워?"
차갑다고? 내 생일에 오지도 않아놓고 차갑다고? 확 끓어오르는 감정이 느꼈지만 나는 미소를 띠었다.
"나랑 만날 생각은 있어?"
"응."
"확신을 줄 생각 있어?"
"응. 3년 뒤에 만나자."
어쨌든 순수하게 100년을 살았나보다. 나는 휙 돌아서 걸어갔다. 뭘까, 이 이별인지 아닌 지에 대한 찝찝한 기분은.
돌아가는 길은 길었다. 집에 도착하니 맞이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불 속이 어쩐지 전보다 더 차갑게 느껴진다. 곧 따뜻해질 것이다. 내 체온으로.
다음 날, 학교.
아이들이 왁자지껄했다. 20살 어머니, 아버지를 둔 57살 학생들이 한 반에 100명은 바글바글이었다. 그때 선생님이 심각한 얼굴로 교실에 들어왔다.
"세계와 국가 멸망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내려졌어."
"뭔데요?"
아이들의 얼굴은 맑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임신을 못하는 약물을 맞기로 했다. 이건 영원히 지속될거야."
"싫어요!"
"아냐, 난 편하고 좋을 거같아!"
선생님은 책상을 탕탕 쳐서 주목을 끌었다.
"어차피 너흰 20세가 되니까, 젊음이나 마음껏 누리려무나."
나는 생각이 많았다.
"어쩄든 너희는 아이를 못 낳아. 주사는 국가를 위해서 맞아야 해. 모두가 다 맞는다."
아이들이 왁자지껄한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일단은 안 맞고 싶다.'
라고.
-----------------------------------------------------------------------------------------------------------------------------
2025년 1월쯤 올렸다가 내린 글이었습니다만, 수정보완 후 다시 재업로드합니다:)
양심에 찔리는 부분이 몇몇 있어서 수정했는데요. 아직도 전달력이 좋지는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솔리의 나이가 어린 부분에 대해서 수정을 했고요(만약 상처를 받으신 분이 있다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경찰관님과 공권력에 대해서, 저는 평소 치안을 안전하게 지켜주시는 경찰관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고 있는데요, 소설은 재미있게 쓰려고 하다보니 약간 나쁘게 묘사된 측면이 있는 것같습니다. 만약 선을 넘었다 싶으시면 제가 글쓰기 능력이 없는 탓이며, 오해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긴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저 혼자 웃기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해서 코메디는 뺐고요
코메디가 그렇듯이 위험한 부분이 있지만 누군가를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을 밝힙니다.
제가 쓴 글 중에서는 가장 반응이 좋았던 글이라
아쉬운 마음에 나름대로 부족한 점을 수정하여 재업로드합니다.
단방향 소통이라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감당할 여력을 생각하고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데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감사합니다.
'소설쓰기 장편 > 자녀계획(SF)' 카테고리의 다른 글
6화 출산 (0) | 2025.05.07 |
---|---|
5화 웨딩 (0) | 2025.05.07 |
4화 캠핑 (0) | 2025.05.07 |
3화 이 시대의 부모님 (0) | 2025.05.07 |
2화 단생각의 이야기 (0) | 2025.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