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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온스는 자세를 잡고 드워프와 대치했다. 드워프도 다음 상대를 직감한 것같았다. 페리온스를 마주 보고 자세를 더욱 낮추었다.

 

먼저 휘두른 것은 드워프였다. 망치가 날카롭게 날아오는 것을 페리온스는 빠른 뒷 걸음질로 물러나 피했다. 그리고 틈을 향해 달려갔다. 검이 드워프의 손을 향하는 찰나, 드워프는 망치를 든 손을 펴 덩그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놨고 그 소리를 페리온스가 들었을 때에는 드워프의 주먹이 페리온스에게 내리꽂힌 뒤였다.

 

“으윽!”

 

“페리!”

 

어니스트가 달려들었다. 어니스트의 검도 드워프는 두꺼운 손으로 잡았다. 드워프의 장갑은 검에도 잘려나가지 않고 되려 구운 오징어처럼 새하얀 긴 검을 말린 막대기로 바꿔버렸다.

 

그 때, 드워프의 뒤에서 검 손잡이로 타모르가 드워프의 머리를 내리쳤다. 둥! 하는 큰 소리가 동굴에 울려퍼지더니 드워프는 비틀거리며 기절해버렸다.

 

“안으로 들어갑시다. 주군.”

 

페리온스는 얼얼한 배를 매만지며 일어섰다.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같아 약간 시무룩했다. 어니스트도 문이 열린 것에는 집중하지 않고 돌돌 말린 검을 보며 기겁하고 있었다.

 

“이건, 찌르기밖에 못하겠잖아!”

 

“헤에, 형, 이런 검을 만들어 팔아봐도 예쁘지 않을까?”

 

카일의 말이었다.

 

“드워프제의 도구! 실례하겠습니다!”

 

드워프의 실력을 보고서도 카르멘은 겁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기다려!”

 

어니스트가 뒤쫓아 들어갔다.

 

“이런! 기다려!”

 

타모르가 외치며 들어섰다. 페리온스는 배를 만지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나머지 일행도 쓰러진 드워프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들어갔다.

 

“이건!”

 

웜이 깜짝 놀라 외쳤다. 먼저 들어간 일행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술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 그 구릿빛 피부가 새하얗게 질려 쓰러져 끙끙 앓고 있는 드워프도 있었다. 50명은 되어 보이는 드워프가 다들 일은 하지 않고 술에 취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거나 끙끙 앓고 있었다. 일행이 들어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듯, 동굴 안은 소란스러웠다. 안은 종유석이 모두 제거되어 있고 메마른 갈색 불에 종종 반딧불이가 날고 있었다. 3층 정도 낮게 넓은 계단이 있었는데 드워프들이 누워있었다.

 

웜은 위험을 무릎쓰고 조심스레 쓰러진 드워프에게 다가갔다. 맥을 짚어보더니 페리온스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탈수증상이야.”

 

“맥주인가?”

 

술이라면 타모르도 못지 않았다. 타모르는 널부러진 병을 하나 잡아들어 맛을 보더니 퉤퉤 뱉어냈다.

 

“맛대가리 없는 술이군. 드워프제라고는 믿기지 않아.”

 

“어떻게 된 거야…….”

 

카르멘이 중얼거렸다.

 

“아까 그 드워프가 제일 멀쩡한걸?”

 

카일이 말했다.

 

“치료를 시작하겠어요. 뭉크, 도와주세요!”

 

묵언수행을 하듯 말없이 따라오기만 한 뭉크도 쓰러진 사람을 향해 신성마법을 시전했다. 어떤 술 취한 드워프가 접시를 집어던졌다.

 

“주정뱅이들은 우리가 묶어놔야겠다.”

 

타모르가 말하자, 페리온스, 어니스트가 앞으로 나섰다. 카르멘과 카일도 드워프들을 묶을만한 밧줄을 발견해 타모르, 페리온스, 어니스트가 붙잡고 있으면 손목을 묶어두었다. 세느는 신기한지 넓은 광장같은 홀을 마음껏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뒤에서 세느를 휘감는 손이 있었다.

 

“멈춰!”

 

아까의 드워프였다. 세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질질 끌려갔다.

 

“드워프의 영역에서 나가라!”

 

“치료해드리려고 해요. 이대로 두면 탈수현상으로 죽어요!”

 

웜이 인상을 쓰며 고함쳤다. 뭉크도 땀을 뻘뻘 흘리며 아까의 공격적인 드워프를 바라보았다.

 

세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가 키를 높이듯 발꿈치를 들어올렸다. 세느의 머리가 그대로 드워프의 턱에 맞았다.

 

“악!”

 

“또 쓰러졌다.”

 

카일이 중얼거렸다.

 

“쓰러지지 않았어!”

 

드워프는 눈이 충혈되어 일어섰고 세느는 다다다 페리온스에게로 달려갔다.

 

“그만하게. 투마.”

 

뭉크의 신성마법이 통했는지, 기력을 차린 드워프가 앉아서 이야기했다. 거대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아서 장로인 듯했다.

 

“우리 일족을 지키고 나서 따지도록 하자.”

 

“장로님! 하지만 인간입니다!”

 

“인간이라고 다 같은 인간이겠는가. 이들은 좀 다른 것 같다. 드워프를 치료하는 인간은 없었어.”

 

“다 꿍꿍이 속입니다! 믿지 마세요!”

 

투마는 끙끙 대며 망치에 기대고 있었다. 가만보니 투마도 식은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다.

 

“식수…… 식수문제입니까?”

 

눈치를 챈 페리온스가 물었다.

 

“그래. 드워프가 살기에 이 마을은 적합하지 않아. 무기를 만든다고 물이 오염되어 버렸네. 그래서 맥주를 만들어 마시게 되었지만, 저기 흐르는 강물이나 샘물을 마실 수가 없어 물이 부족하게 되어버렸네.”

 

“밖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반짝반짝 예쁘던데.”

 

카일이 중얼거렸다.

 

“자네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 우리는 이제 멸족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건지도.”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투마가 소리쳤다.

 

“하나, 방법이 있네.”

 

“뭐죠? 돕겠습니다.”

 

페리온스가 말했다.

 

“이 물의 상류에서 우리에게 오는 물이 있는데, 상류의 물은 오염되지 않았어. 그 물을 마시면 되겠는데. 그 물은 엘프의 영역에서 흐르고 있다네. 하지만 엘프는 우리를 싫어하고 이미 늦기도 했지. 거기에 가는 도중에 우리는 다 목이 말라 죽어버리고 말 거야.”

 

“그럼 드워프가 물건을 만들 수 있습니까?”

 

“물건?”

 

“사실은…… 로즈소드라는 걸 만들 수 있다고 하셔서 왔습니다.”

 

“오, 그렇군. 하긴 드워프를 찾는 데에 다른 이유는 없겠지. 그래, 그 소드도 지금으로선 만들 수가 없지.”

 

“만들 수가…… 없습니까?”

 

페리온스는 더듬거렸다.

 

“그래. 왜냐하면 로즈소드에 넣을 장미는 엘프들이 기르고 있기 때문이야. 이제 우리로선.”

 

“꽃들의 숲인가요?”

 

“그래. 엘프들이 사는 곳을 그렇게도 부르지. 그들은 꽃을 좋아하니까.”

 

“다녀오겠습니다. 한 번 부딪혀 보겠습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다녀올 동안 우리가 무사하긴 할는지. 신성마법이나 의술도 한계가 있으니까 말일세.”

 

페리온스는 고심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러다가 번뜩이며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완벽한 해결은 아니지만, 제가 정수약을 가지고 있습니다.”

 

굴첸이 준 정수약이었다. 그가 싸준 물품들을 다 싸가지고 오지는 못했지만, 정수약은 끼워두고 있었다.

 

“그렇담 마법으로도 정수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군요.”

 

페리온스는 혼잣말을 하더니 세느를 보았다. 세느는 다시 광장을 달리며 동굴의 넓음을 만끽하고 있었다. 세느가 도와주면 좋겠지만 엘프들이 있는 곳으로 간 이후에도 늦지는 않을 것같다. 일단 정수약이 있으면, 당장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었다. 페리온스는 가방에서 정수약을 꺼냈다.

 

“자네도 필요할텐데.”

 

드워프의 장로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정수약이 있으면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꽃들의 숲에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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