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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돈으로 우릴 구슬리려는 거냐?”

 

“내가 먼저 받을 거야!”

 

한 쪽이 욱했지만 한 쪽이 5실버를 낚아챘다.

 

“야 내 놔!”

 

“쫓아!”

 

대 여섯명이 되어보이는 일행은 서로 쫓아가기 시작했다.

 

“페리!”

 

카일이 반갑게 외쳤다. 페리온스는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의 반이 가려져 있었지만 역시 카일이었다.

 

“카일!”

 

페리온스는 우선 카일을 미용실로 데려갔다. 짧게 깎자 그 환한 얼굴이 드러났다. 거리에서 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어떻게 같은 얼굴인데도, 자신은 주목을 받지 않는데 카일은 저토록 화려할까, 때로 신기함이 느껴지는 페리온스였다. 딱히 부럽지는 않았는데 카일이 여자에게 뺨 맞는 모습도 많이도 봐왔기 때문이었다.

 

“너는 이 도시에도 먹히는구나.”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마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어떡하고?”

 

웜이 다그쳐 물었다.

 

“말도 마. 두들겨 패서 내쫓더라고. 죽을 뻔했다.”

 

“상처가 하나도 없는데?”

 

카일이 원래는 희었을, 때 묻은 사제복을 입은 빡빡머리 사람을 가리켰다. 그는 매우 왜소해보였다. 왜소하다기보다는 어려보인다는 쪽이 맞을런지도 모른다.

 

“이 분이 내 은인이셔. 상처도 신성마법으로 힐해주시고.”

 

“마법?”

 

어니스트가 물었다. 그러다 아차, 하고 고개를 들었다. 웜이 말했다.

 

“신성마법만큼은 허용되어 있으니까요.”

 

“알고 있어. 깜빡했을 뿐이야.”

 

어니스트가 허둥대자 카일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법이 신성마법 말고 뭐가 있어?”

 

“아냐. 아무 것도.”

 

넷은 입을 꾹 다물었다. 카르멘이 빡빡머리를 한 소년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주었다.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데? 몇 살이니?”

 

“소승은 12세입니다. 이름은 뭉크라고 합니다. 스승님의 명을 받아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카르멘에게 합장을 했다.

 

“아가씨, 저는 안 닦아주시나요?”

 

카일이 카르멘을 보고 한 쪽 눈을 찡긋 했다.

 

“물수건 줄테니 혼자 닦아요.”

 

카르멘은 물수건을 던졌다. 카일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제님은 어디서 오셨는지요?”

 

어니스트가 정중하게 물었다. 아무리 어린 나이라지만 요즘 세상에 사제라면 꽤 높은 계급이었다. 뭉크는 어니스트에게도 합장을 했다.

 

“소승은 앙파르에서 왔습니다. 꽃들의 숲에 가면 아티마의 행방을 알 수 있을까 하여 가려다가 길을 잃어 카일님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도 꽃들의 숲에 가는 길은 아니지만 반짝이는 계곡으로 가려던 참인데.”

 

페리온스가 말했다. 뭉크는 반색을 했다.

 

“같이 가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사소한 상처는 잘 낫게 합니다.”

 

“나도 의사 지망생인데.”

 

웜이 중얼거렸다.

 

“신성력하고는 영역이 다르시겠지요. 의술도 배워보고 싶습니다.”

 

뭉크는 다시 합장을 했다. 웜은 빙그레 웃었다.

 

“그런데 앙파르라면 교황님과 대신전이 있는 곳인데.”

 

어니스트가 말했다.

 

“제 스승님은 과거에 대주교셨고 지금은 시골에 계십니다.”

 

“정통교인이시군요. 그런데 아티마가 뭐죠?”

 

“성물입니다. 목걸이인데요, 7개의 아티마가 모여야지 하나의 목걸이가 됩니다. 그게 흩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어니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중에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그나마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어니스트였다. 페리온스와 웜, 카일은 귀가 쫑긋거렸다.

 

“그럼 다같이 가죠.”

 

페리온스는 제안했다. 웜이 페리온스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귓속말로 다급하게 외쳤다.

 

“페리온스, 신전 사람이야.”

 

“부딪혀야 알 수 있으니까. 저 아이는 그리고 괜찮을 것같아.”

 

“좋은 애 같긴 하지만…….”

 

“소승은 정말 행운아입니다. 미라트께 감사를!”

 

뭉크는 다시 합장을 했다.

 

와글와글 저택에 들어온 아이들을 보고 그레마는 갸우뚱했다.

 

“숫자가 늘었군.”

 

“나도 갈래!”

 

세느가 페리온스에게 다다다 달려갔다. 페리온스는 어쩔 줄 몰라하며 세느를 반쯤 엉거주춤하게 안았다.

 

“그래, 그래. 다녀오거라. 딸내미.”

 

멀리서 그레마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바는 투덜거리기 시작했지만 페리온스에게도 잘 들리지 않을만큼 작은 소리였다.

 

 

11. 

 

다음 날, 저택의 앞에는 카르멘과 타모르가 비딱하게 기대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니스트가 타모르에게 다가가자 타모르는 검지를 세웠다.

 

“아직 어니스트가 안심할 실력이 되지 않으니 이번 한 번만! 따라가겠습니다.”

 

언뜻 보면 비굴하거나 비열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타모르는 페리온스의 앞으로 다가갔다. 옆에서 카르멘이 밝게 웃었다.

 

“따라가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왔어. 마스터의 허락도 받았어~.”

 

페리온스는 싱긋 웃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도 되는 거 맞아? 야호!”

 

카르멘이 깡충깡충 뛰었다. 타모르는 흐흐 웃으며 칼집에 손을 얹었다.

 

도시 바깥에도 한 동안은 한가한 전원풍경이 이어져 있었다. 밭과 일하는 사람들, 드문드문 아이를 업은 여자들이 있었지만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산으로 향하는 길 입구로 향해있을 무렵이었다.

 

남자아이들 한 무리가 노을을 뒤로 하고 페리온스일행에게 다가왔다. 리더로 보이는 아이는 목에 무거워보이는 흰 천을 휘감고 있었다.

 

“귀족은 아닌 것같고, 몰락귀족인가?”

 

“여행자입니다.”

 

페리온스가 대답했다.

 

“아무리 나으리라도 통행료를 내야겠어.”

 

그들은 행색을 쓱 살폈다. 새로 출발한다고 해도, 마차도 없이 검 한자루 든 일행. 르네백작이 빌려준 비싼 로브를 쓰기는 했지만 페리온스가 스스로 생각해도 위압감은 없을 것같다.

 

“통행료를 내면 보내주지.”

 

“얼마면 됩니까?”

 

자금이 넉넉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시비가 붙고 싶지는 않았다.

 

“네 몸값만큼 내.”

 

“…….”

 

“야, 이 분의 몸값은 이 마을 통째로 팔아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확 모가지를 잘라버릴라.”

 

타모르가 결국 발끈했다. 그러나 마을의 아이는 전혀 긴장한 기색없이 흐흥 웃었다.

 

“그럼 그만큼 내던가.”

 

“이름이 뭐지?”

 

“내 이름? 비고다.”

 

“문서를 주겠다. 백지문서지만.”

 

“문서?”

 

“내가 잘된다면, 네게 작은 경영권을 주겠어. 나를 도와주겠어? 보아하니 나와 나이가 비슷한 것같은데.”

 

“누구지?”

 

“페리온스다.”

 

“이런, 이런 건 또 처음인데.”

 

“지금은 아무 것도 없고, 알려줄 수도 없어. 하지만 우리를 봤으니 가능성을 볼 수 있다면 그렇게 해. 아니면, 한 판 붙자.”

 

거리의 아이들 정도야, 타모르가 있다면 금새 끝날 일이었다. 페리온스로도 이길 자신은 있었다. 그 것을 이들이 안다면, 이들도 가능성이 있는 것이었고 모른다면 별 일 아니었다.

 

“그 아저씨 살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좀 그러네. 좋아, 증서라도 줘.”

 

“종이가 없다.”

 

비고는 목에 휘감고 있던 천을 내밀었다. 페리온스는 싸인을 했다.

 

“좋아. 가셔.”

 

“또 만나자.”

 

비고가 비키자 열댓명의 아이들도 우르르 비켜섰다. 어두컴컴한 산의 입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기괴한 바람 소리가 들렸다.

 

페리온스 일행은 산으로 들어섰다. 산으로 들어서자, 인간이 사는 곳과는 분위기가 딴 판이었다. 마법이 금지되면서부터 산에 들어서는 인간의 수는 현저히 줄었다. 마법생물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야생산과 인간이 양식지로 관리하는 산이 나뉠 정도였다.

 

입을 딱딱 벌리는 야생식물들이 길이 나지 않은 곳으로 번져있어 발이 깨물릴까봐 한 발짝 한 발짝 걷기가 조심스러웠다.

 

50M도 가지 못하고 페리온스 일행은 주변을 다 칼로 정리하고 모였다.

 

“여기서 며칠씩 걸리겠는데?”

 

카일이 말했다. 페리온스는 고개를 뒤로 하여 앞길을 보았다. 두 세 걸음 간격으로 나무가 빽빽하다. 타모르가 아이디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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