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 보러 갈래?”
“아니.”
수선화의 대답은 확고하다.
“오락실에 있대.”
“오락실?”
“응 요 옆에 대형오락실.”
수선화의 표정이 흔들렸다.
“나 오락실은 한 번도 안 가봤는데.”
“그럼 가볼래? 사람은 많겠지만.”
“흐음, 네가 괜찮은 거야?”
사람이 많은 것은 껄끄럽긴 하지만 선우를 보러 가는 거니까.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니까.”
“그럼 가보자.”
수선화는 순순히 수긍했다. 카페에서 15분에서 20분 정도 걷자 대형오락실이 나왔다. 전의 부서진 자리는 벌써 다 복구되어 있었다. 오히려 더 말끔한 모습으로 중간의 빨간 글자와 테두리의 파란색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건물 전체에도 반짝이가 붙어있다. 바깥에도 인형 뽑기나 펀치 기계가 놓여 있었고 안쪽으로는 서로 부딪히지 않고 몸으로 하는 격투 게임도 놓여 있었다. 사람들이 와글거리는데 시선은 다 안쪽으로 향해있다.
“선우를 보러 온 사람들인가?”
“여긴 히어로가 귀하지도 않은데 엄청 많이 몰려있네.”
“우린 잠깐 딴 거 하자.”
“뭐할 건데?”
“히어로가 되자! 라는 게임이 있어. 캡슐에 들어가서 하는 건데.”
“이미 히어로슈트도 받았는데 할 게 있나?”
“이건 게임이니까, 다른 인물로도 플레이할 수 있어. 다른 능력을 써볼 수 있는 거니까.”
“오호.”
수선화가 눈을 반짝였다. 우리는 그걸 하기로 하고 열려있는 캡슐에 몸을 맡겼다. 나는 몸을 반쯤 일으켜 수선화의 캡슐에 버튼을 눌러주었다.
“됐어. 이제 초록색 버튼을 누르면 닫힐 거야.”
“신기하네.”
수선화는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내 차례였다. 나는 얼른 캡슐 뚜껑을 닫고 히어로 목록을 살폈다. 예전의 히어로들도 있어서, 나는 주로 일렉트로닉 걸으로 플레이했었는데 오늘은 업데이트된 히어로가 있었다.
스텔라맨.
기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선우의 능력. 나는 궁금해져서 클릭했다.
-빛을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스텔라맨. 그의 능력은?
소개글이었다. 뭘까. 나는 섬광만 알고 있는데.
기술목록을 클릭했다.
섬광
시간여행
환영
레이저
기술은 여기서 끊겨있다. 나는 오늘은 스텔라맨으로 플레이해보기로 했다. 캐릭터는 꽤 강했다. 이천 원을 넣고 끝까지 플레이할 수 있었다.
캡슐을 열고 바깥에 나오자, 수선화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서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미안.”
“우리건 없더라.”
“아직 학생이니까.”
나는 싱긋 웃으며 레트로 게임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선우는 거의 레트로 게임을 주로 한다. 손가락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 사람들이 아까 전보다는 많이 줄어 있었다. 선우 같은 경우엔 여기 자주 오기도 하니까. 내가 다가가자 사람들이 알아보고 비켜주었다. 나는 툭툭 어깨를 건드렸다.
“어, 왔구나.”
“응.”
“수선화도 왔네. 좋아……. 가자.”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갈 건데?”
수선화가 물었다.
“맛집.”
선우가 대답했다.
“그럼 이찬오빠도 부를까?”
내가 말하자, 분위기가 싸하다. 원래 좀 냉정해 보이는 사람들이 무뚝뚝하게 나를 보고 있자 뭔가 여름인데도 추웠다.
“그러자. 형한테 사주긴 아깝지만.”
선우가 말했다.
“더치페이해.”
수선화가 딱 잘라 말했다.
“아냐……. 이 중에서 내가 돈을 제일 잘 벌 텐데?”
그건 사실이었다.
“그거랑 그거랑 뭔 상관이야. 돈 있는 사람 돈은 돈 아닌 것도 아니고.”
“내 마음을 무시하지 말아 줄래?”
불꽃이 일어난다. 왜 싸움이 일어나려고 하는 걸까. 나는 무심코 말이 튀어나왔다.
“가위바위보 해.”
“뭐?”
“둘 다 의견에 일리가 있으니 운에 맡기자.”
나는 싱긋 웃었다. 둘은 다시 불꽃이 튀었다. 서로 이겨야 한다는 의지가 아주 강렬하게 느껴진다. 선우는 주먹을 쥐었고 수선화는 팔을 뒤틀어 결과를 점쳐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여기를 보고 있었다.
“가위, 바위, 보!”
순식간에 결과는 나왔다.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선우가 이겼다. 바위로.
“좋아. 따라와.”
“흥. 오늘 아주 탈탈 털어주지.”
수선화가 말했다. 선우는 무시했다. 선우는 앞장서서 걸으며 잠깐씩 내 쪽을 뒤돌아보았다. 식당은 꽤 구석진 곳에 있었다. 10층짜리 높은 건물 안에서 지하로 내려가야 했다. 지하에는 꽤 넓은 공간이 있었다. 스페인식당이었다. 선우는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며 소개했다.
“우리 동네 맛집이라더라.”
“어떻게 알았어?”
내가 물었다.
“협회에서 여기서 2차를 했는데 맛있었어. 데려오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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