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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선영을 보며 중전 민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일본을 조심하였던 것일세.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일세. 지금은. 게다가 조선의 위치가 어디인가? 위에는 청나라와 러시아가 있고 옆에는 일본이 있네. 잘만 한다면 힘의 균형이요, 못한다면 나라가 불행해지네. 그런데 이번 일로 균형이 무너져 일본과 청이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형상이네.”

선영은 두 가지의 충격이었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이라는 위급상황을 현재까지 알지 못했음과 수신사로 다녀온 김홍집은 틀림없이 이 사실을 알았을 것같은데 왜 자신에게는 이야기해주지 않았던가에 대한 의문과 약간의 배신감이었다.

어쩌면 김홍집, 그가 지나치게 일본을 믿고 있는 탓인지도 몰랐다. 예전부터의 행동으로 보았을 때,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

난 자네의 말이 맞다고 생각하네. 현재의 사태는 이이양이로 해결할 수 밖에 없어. 더 많은 문호를 개방해야해. 그 틈아귀에서 살아야하네. 그들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겐 죽음밖에 없네.”

민씨는 계속 말했다.

청에 영선사를 보내고 왜에 수신사를 보내었으나, 그 것만으로는 되지 않으이. 개혁만이 아니라 외교가 필요하다는 말일세.”

과연 그러하오이다.”

개혁만으로는 아직 옆의 나라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현실직시였다.

나를 도울 수 있겠느냐.”

미천한 몸이오나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거든 기꺼이 하리오이다.”

나와 뜻을 같이 하는 이, 외교로 믿을 수 있는 이가 있거든 추천해다오. 자네의 눈이 그런 것을 스쳐보지는 않았을 것 같아. 내 외교로 고민하고 있으나 의논할 이가 없구나.”

엄선영의 머릿속을 스쳐지나는 인물은 한 명이었다. 자신이 아는 한 가장 나라를 위하는 이. 외교의 경험이 많은 이.

한 분 떠오르는 분이 있사옵니다. 제가 감히 말해도 되올런지.”

누구신가?”

수신사로 다녀오신 김홍집대감이 마마의 근심을 떨쳐내어 드릴 것이옵니다.”

김대감이라 하면…….”

조선책략을 소개하여 나라를 시끄럽게 한 책임으로 현재 하야해 계시오나 그 것은 나라를 위한 것이었사옵니다. 그보다 적합한 인재가 없을 줄로 아뢰오.”

과연 그러하다. 그를 생각지 못하였구나.”

사직하였던 김홍집은 2년 만에 궁궐에 들어올 수 있었다. 민비의 옆에 선 엄선영을 본다. 김홍집은 내심 미천한 궁녀의 신분이나 보통내기가 아니구나.’하고 생각하며 힐끗 시선을 옮겼다. 천한 궁녀라 한들 상궁이 되면 대감이 부럽지 않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궁궐 속 암투의 이치였다. 엄선영의 뒤에는 이미 그런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듯하였다. 비록 스승의 입장이었으나 김홍집 자신이 좋든 싫든 줄을 잘 잡은 셈이었다.

 

임오군란 이후 김홍집은 여기저기로 파견되어 혼란한 정국의 뒷수습을 하였다. 그러한 상태에서 결과는 나쁜 결과와 더 나쁜 결과만이 있을 뿐이었고 임금이 어찌되었냐는 질문에 김홍집은 고개를 숙였다.

“50만냥의 배상금을 지불토록 하였고 일본공사관에 경비원이 주둔하도록 허용하였으며 수호조규속약을 맺어 그들의 활동범위가 확대되는 것에 동의했사옵니다.”

“50만냥이라.”

임금은 허허 웃고 말았다.

50만냥은 조선으로서 갚는 기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금액이었다. 소탐대실. 군급을 제대로 주지 않은 뼈저린 댓가였다.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일본으로 끝나지 않았다. 청나라도 보상을 요구하여 청과 조선은 상민수륙무역장정을 맺었다. 청의 치외법권을 인정하며 내지통상권을 지니고 조선을 속방한다는 구차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군대로부터마저 외면받고 제압할 능력을 상실한 정권은 청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군란으로 인해 조선의 정권이 얼마나 튼튼하지 못한 것인지 조선백성들이 다 알 정도로 만천하에 드러난 때, 그 것을 보는 이들 중에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은 많았다. 저대로 두어서는 국권을 강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한 쪽은 더 개방을 해야한다고 열을 올렸고 한 쪽은 청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국강병을 이루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그들을 한 쪽은 개화파요, 한 쪽은 위정척사파라 불렀다. 그리고 그 외의 파인 조정은 또 다른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나라는 갈라지고 있었다.

그 해 조선은 많은 나라와 외교를 맺었다. 조미수호통상조약이 청의 권유로 채결되었고 영국과도 외교를 맺었다. 그리고 무수한 나라들과의 수교가 기다리고 있었다. 엄선영은 개방적인 왕비에게 호의를 느끼는 외국인들을 보며 그들이 낯설다 생각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유생들은 탄식했다.

흥선대원군과는 대조적인 결정이었다. 그 것은 조선의 나약함을 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궁궐에서는 민심과 다르게 문물을 수용하려고 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외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당분간은 청나라에 의지해야하겠네.”

민자영은 그렇게 뜻을 정하고 청나라에게 외교의 다리를 놓아주기를 청했고 중국은 조선에게 외교의 다리를 놓는 것이 자신이 종주국으로서의 위세를 떨치는 길이었으므로 기꺼이 승낙했다. 조선은 약한 국가로서 더 많은 개방과 더 많은 외세의 관계 속에서 살 길을 찾고자 하였고 청은 조선이 자신의 나라에 속해있음을 분명히 하고자 하고 있었다. 그런 청의 내심에 걸맞게 그들과 맺은 상민수륙무역장정에는 그들의 속방이 되는 것이 들어있었다.

복잡하게 얽힌 이번의 외교에 가장 큰 공신은 김홍집이었다.

덕택에 한 시름 놓았사옵니다. 대감께서 큰 일을 하셨습니다.”

입궁을 한 김홍집에게 엄선영이 먼저 다가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자네인가.”

김홍집은 선영을 알아보고 흘낏 그 쪽을 보았다.

조정에서는 대감을 비 오는 날의 나막신으로 비유하더이다.”

허허, 나막신이라. 그러하면 비가 그치면 필요 없겠군.”

김홍집은 농을 던졌다. 농이긴 하였으나 반쯤 진담이기도 하였다. 그가 책 한권을 소개시킨 죄로 쫓겨났던 것도 지금의 사태를 생각하면 부조리하였다. 그리 놓아둔 그를 갑자기 다시 불러온 것은 무엇보다 조정이 필요하였기 때문이었다. 조정은 필요에 의해서 김홍집을 마음껏 부린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자네, 중전마마의 밑으로 들어갔나 보더군.”

내명부는 본래 중전마마께서 관리하시오이다. 중전마마의 밑이라는 것은 이치에 합당하오나 그 말이 혹 파벌을 뜻하는 것이거든 원통하옵니다. 조선과 임금께 충을 다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옵니다.”

엄선영이 대답했다.

내 그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닐세.”

선영의 대답에 말문이 막혀 김홍집이 변명을 하고서 잠시 침묵했다.

그래. 충을 다함은 효를 다하는 것과 같이 중요하지. 그래서 귀띔해주겠네. 자네도 내 예전에 말했던 개화파 중 몇몇은 알걸세.”

다는 기억하지 못하옵니다만 아옵니다.”

그들이 충을 저버릴 것 같아 겁이 나. 나 역시 일본의 문물을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하네. 허나.”

그렇다 함은.”

일부 젊은이들은 하나밖에 보지 못하는 듯하이. 일본을 너무 믿어서는 아니되는데도.”

평소 일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던 그였기에 그런 그의 말은 의외라고 할 수 있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나이까?”

김홍집은 망설였다.

여하튼 자네도 한 번 놀러오게. 그럼 알 터이니.”

그러하오니까.”

엄선영이 고개를 숙였다. 선영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김홍집은 큼큼, 헛기침을 몇 번 하다가 말을 꺼냈다.

제물포조약을 체결하였던 젊은이들이 심상치 않아. 허나 별로 큰 일은 아닐세.”

제물포조약을 체결하고 일본으로 갔던 젊은이는 김옥균, 박영효, 서재필등이었다. 큰 일은 아니다. 김홍집은 그렇게 말하였으나 선영은 심상찮은 것을 느꼈다.

또 한 번 왕권을 위협하는 이들이 있으리.’

선영은 직감했다.

조선이 약하니 젊은이들이 회의를 느끼는 것이지. 조선은 어서 발전해야하네. 이 번과 같은 위기가 또 있을까. 힘이 없으니 터무니없는 요구에도 승낙할 수밖에 없는 것이야.”

처음의 강화도 조약은 잘 모르는 상태로 계약한 것이라 손님에게 어찌 말하나하나를 야박하게 트집잡겠느냐는 선비정신으로 대하였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렀지만 제물포조약은 몇 번이나 조약의 문구를 되새기고 공부하였으나 힘의 차이 앞에서 굴복하고 만 것이다. 김홍집의 말에는 그런 한이 묻어있었다.

조선의 왕가가 해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엄선영은 고개를 숙였다.

강해지는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살아남는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주문과도 같은 말을 속에 새긴다. 엄선영은 그리고 고개를 들어 물었다.

대감께서는 일본이 정한론을 주장하는 것을 아시나이까?”

그 것을 그대가 어떻게?”

대감께서도 아셨습니까.”

선영은 자신이 김홍집을 보는 시선이 어쩌면 서운함을 담거나 힐책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김홍집은 큼, 기침을 내뱉었다.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군. 일부 일본인들은 그러하지. 하지만 일본 천황도 왕족의 심정은 십분 아는 자. 어찌 그런 행동을 하겠는가. 그네들을 겪지 않고 그렇게 미워할 필요는 없으리.”

그저 듣지 못하여 섭섭하였사옵니다.”

미안하네. 혹여, 그 것이 요새 개화파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원인이던가?”

김홍집은 점잖은 사람이었다. 한낱 궁녀에 불과한 엄선영에게 이래라!’ ‘저래라!’할 수도 있는 것이었으나 그는 하게체를 썼다. 지밀의 궁녀라 하여 그럴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보기에는 그 말에 섭섭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섭섭함을 나타내는 와중에도 그 말이 점잖았다. 김홍집의 그런 면에 엄선영은 더욱 그를 스승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당분간은 청나라에 의존한 외교를 할 수밖에 없사와……. 그 것이 중전마마의 뜻이옵고 외교로서도 어쩔 수 없는 듯 보이옵니다.”

역시 자네는 민비파로군.”

이번에는 김홍집이 엄선영을 힐책하는 듯하였다.

그 무렵 조선은 다섯의 정치세력으로 나뉘어 있었다. 급진개화파와 온건개화파, 민비수구파, 대원군수구파, 위정척사파가 그 세력이다. 엄선영은 자신이 어떤 세력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나 모두 민비수구파에 그녀가 몸담고 있다고 보았다.

중전 민씨는 청나라에 의지하여 외교를 하였으나 그 와중에 여러 부작용이 있었으니, 민비의 정치를 고깝게 보는 위정척사파는 물론 입지가 좁아진 급진개화파의 불만이 그 것이다. 차근차근히 추진해오던 개화가 임오군란 이후 벽에 막히게 되자 그들은 불만이 쌓였고 청의 간섭은 점점 더 심해져가고 있었다.

청이 보낸 재정 고문 진수당은 조선은 청국의 속국이라는 구절을 넣은 방문을 남대문에 붙여서 알리기까지 하였다. 자국의 강병을 생각하는 이들로서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청의 횡포가 심하네. 아무리 그래도 타국의 왕의 아버지를 인질로 잡는 경우가 어디에 있는가. 병자호란 이후 이런 수치가 없었네.”

그래도 현재는 청에게 의지해야하지 않겠사오리까. 조선을 위하여.”

선영은 답하였다.

김홍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표정에서 개화파와 수구파 모두에게 지탄받는 현재의 조정이 보였다. 실제로 청나라의 오장경이 주상전하를 위협한 일도 있었으며 청나라 군대가 조선에 와서 보이는 태도는 오만하여 민가에 행패를 부린다는 소문이 왕왕 들렸다. 엄선영은 마음이 착잡했다. 이 현실은 임오군란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또 하나의 이상한 낌새는 막아야했다. 조선을 위하여.

나도 조선을 위하여 청의 세력은 없어야한다고 보네. 둘 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조선을 이용하는 것은 같으나 청은 일본에 비해 성공할 정책을 하고 있지 아니해!”

김홍집이 휘적휘적 소매를 앞뒤로 저으며 궁궐 밖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선영은 다시 눈길을 거두어 대조전으로 향했다. 선영은 총애를 받았기에 원한다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 대조전까지 거리는 멀었다. 엄선영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발로 종종 걸어 중전이 계신 곳을 찾았다.

마마.”

엄가 왔는가.”

중전 민씨는 자신의 며느리인 세자빈민씨와 함께 앉아있었다. 세자빈 민씨는 머리가 영리하여 중전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했다. 중전 민씨는 똑똑한 사람들을 좋아했다.

주상전하께서도 어린 시절 왕실에 들어와 예법을 익히는 것에 많은 고생을 한 뒤에 열심히 공부한 이였다. 하여 궁궐 내부의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으나 주상과 중전은 국사를 논하며 통하여하였다. 특히 주상은 역사를 달달 외워 따라올 자가 없어 신하들도 국사에 관한 것을 종종 묻고는 했다. 주상전하와 중전 민씨는 그런 똑똑함이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난세. 그러한 똑똑함이 현재의 난세에 얼마나 통할 것인지는 또 다른 것이리라.

중전마마의 영리함으로는 한계가 있으리.’

엄선영은 고개를 숙이면서도 중전에 대한 마음을 달리 먹었다. 그녀는 태생적으로 양반이었으며 생각하는 것도 윗사람과 이목을 생각할 지언정 아랫사람을 생각하거나 돌보지 않았다. 지식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였지만 때로 아랫사람을 다루는 것은 혹독했다. 그런 면에 있어서 엄선영은 내심 자신의 영리함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하므로 중전에게는 자신의 힘이 필요했다. 아랫사람의 기반이 약한 중전마마와 달리 자신은 내전사람들의 지지가 탄탄하다 믿었다. 엄선영은 중전 민씨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사옵니까.”

그래.”

마마, 할 말이 있사옵니다.”

무엇인가.”

마마. 왜국으로 갔던 개화파의 청년들을 주의깊게 보시는 것이 좋을 것같사옵니다.”

그래? 개화당들까지 불손하다던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오나 청나라에 의지하는 세태를 못마땅해하고 있사옵니다.”

그 것은 요즘의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중전 민씨는 잠자코 생각하다가 신음을 내며 엄선영을 보았다.

조선왕조가 가장 먼저일세. 개화당이 원하는 것은 일본의 메이지유신이 아니던가? 그네들의 속내도 알고 있네. 난 알고 있어. 세상에 믿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야. 개화당을 나는 믿지 않아. 그들은 왕권을 떨어뜨리려고 하지. 이 왕조를 위해서는 그럴 수 없네.

, 이걸 말하지 않았구나. 내 대원군께서 보내신 편지를 읽고 있었는데, 내게 편지까지 보내시다니 참으로 대단한 분이시다.”

대원군께서 편지를 보내셨사옵니까. 하오나 마마. 그 분은.”

며느리에게 감히 살아있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숙이는 굴욕적인 편지. 살아남고자 하는 그의 집요함이었다. 온갖 수모를 겪으며 왕족의 신분으로 구걸하러 다녔던 흥선대원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의복을 단정히 하며 와신상담할 줄 아는 흥선대원군. 그는 숙일 줄 알기에 더 무서운 인물이었다.

안다. 그 분은 언제 다시 돌변할지 모른다. 정으로 대하지 않을 것이야.”

송구스러우나, 반역을 두 번이나 꾀하셨다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옵니다.”

안다. 내 알아.”

마음이 심란하신데 괜히 불편하게 해드렸사옵니다.”

아닐세. 개화파를 어떻게 해야겠다고 내 마음먹고 있었어. 자네가 말한 다음에야 사태가 생각보다 심했던 게지. 개화는 해야하나 아무도 모르게 발전하여야지 주변국들에게 티나도록 위세를 떨치며 개화를 하면 안되는 시정일세. 주변 강국들의 시기와 질투에 피기도 전에 짓밟힌다네.”

중전 민씨는 개화파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터였다. 그러나 당장은 요직에 오르지 못하도록 막는 외에 다른 방법을 쓸 수 없었기에 중전 민씨는 그대로 했다.

사방이 적이로다.”

중전 민씨가 그저 한 마디로 말을 거둔다. 엄선영은 고개를 숙였다. 머지않아 터질 사건의 징조가 보이는 듯하였다. 당장 단죄를 하기에 죄가 없는 이들이다. 또한 지금이라도 국가에서 그들의 방식을 지원해준다면 앙심을 풀 자들이다. 엄선영은 갑갑했다. 이 말을 중전께 여쭌들 그들의 방식을 지원해주시랴. 그러지 않을 것이다. 이 두가지가 전부 불가능하고보면…… 언젠가 사단이 날 것을 짐작하며 앓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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