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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깎이에 기꺼이 들어가는 이유

 

                                                                   강복주

 

심처럼 예리한 추상

위로가 될 수 없는 상상

모든 것에 필요한 섬세함은

연필을 쥐었다

 

때로는 작동이 멈춘 연필깎이처럼

너무 많은 것이 써 내려가다 툭툭 꺾이고

그러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이게 평화라고 하는 걸까

 

어떤 현실은 잔혹하다

깎아내는 것만이 일이며 과업, 태어난 이유라면

우리는 죽기 위해 사는 것

그러나 연필깎이는 깎아서

연필을 새로 탄생 시킨다

 

깎아서 짧아지더라도

생의 끝까지 살아있는

그리고 무뎌지는

그리고 다시 날카롭게

 

난 위로를 하고 싶었죠

하지만 짧아지는 삶을 헐떡이며

찌르지 않겠어요

쓰기 위해

짧아졌으니까

 

고독하게 연필깎이를 툭툭 친다

드르륵, 드르륵

막힌 나무가 빠지고

꽉 조여 돌아간다

깎여나간다

이 날카로운 몸

울음을 써내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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