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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의 잠자는 슬리퍼
강복주
주인이 오는 발자국에
기다렸다가
조용히 밤을 거닐고
쓱쓱 먼지를 삼키며
다시 또 잠에 듭니다
아침에 깬 가족들의
어수선함에도
기다렸다가 조용히
쓱쓱 외출을 마중하며
다시 또 잠에 듭니다
강아지가 슬리퍼를 물고
흔들어도 미동도 않은 채,
자는지, 깨어있는지,
휘청이기만 합니다
그러다 거꾸로 뒤집어져
거실의 마루에서 다시
잠을 잡니다
가족들의 발을 위하여
조용히 숨죽인 채
발 위로 빙그레 웃습니다
그의 입으로 발은 들어가고
슬리퍼는 쓱쓱쓱
소리 내지 않고 크게 웃습니다
잠을 깨워
발따라 걸어갑니다
주인은 말없이 강아지를 쓰다듬네요
강아지는 이가 가려운지 으르렁대며
슬리퍼를 노려 물어뜯습니다
그래도 걷는대로 웃기만 하다가
벗어놓으면
슬리퍼는
잠을 잡니다
조용하기 위해서 자기만 합니다
주인이 찾기만 하면
발소리보다 조용하게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잠자는 슬리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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