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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날

 

                                      강복주 

 

나는 고된 비바람을 지나왔습니다

흠뻑 젖은 옷은 버렸고 얇은 옷만 입고 덜덜 떨고 있습니다

집은 어디입니까

그것은 내 집인 것은 틀림없습니까

아아 사실 옷만 갈아입을 수 있다면 상관없습니다

 

아직도 부슬부슬 비가 옵니다

태양이 비치는 여름이 오면 나의 감기도 낫습니까

이미 늦어버렸습니까

운명은 왜 나를 비 오는 날 걷게 하였습니까

 

기침하며 잠들지 않고 걷는 날

영원히 걷는 날

이어지는 날

 

태양이 비치는 날에 나는 잠이 들었습니다

이제야 뛰려고 했는데 몸이 노곤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작별인사를 건넬 때 그대가 보여요

나는 홀로 가는 줄 알았는데

그대도 젖고 있었군요

내 옷을 가져가요

세상에 온대로 세상 밖으로 가겠소

그곳의 내 집엔 알몸도 부끄럽지 않을 따스한 햇볕이 있을 테니

지금과 같은 햇살이 있을 테니

 

아직도 쨍쨍하군요

기침도 멎고 있는데 왜 나는 노곤합니까

천 하나 내 친구 삼을 수 없는 홀로

그래요. 홀로 떠나리다

고된 비바람은

내게 사랑을 일으키기 위해 불어온 것이오

나 자신에게만 향하는 연민은 나를 더 차게 만들었고

한 꺼풀 벗고 나온 이제야 좀 따사롭소

안녕히 계세요

과거의 나여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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