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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

 

                                          강복주

 

휘이이잉-

바람 소리 오가는 황량한 나룻배 뱃머리에

낡았기 때문에 떠오른 나무 파편처럼

머리를 길게 내린 노파가 올라와

노를 젓습니다

 

철벅 철벅

수프를 젓듯 노를 저어내며

당신에게 드릴 저녁으로

저 빗소리를 드립니다

한 시도 제자리에 머물지 않는 것은

이별일까요?

만나기 위해 노를 젓고 있는데도

 

남편이 떠나간 자리를 따라

당신도 떠나가는 것은

결코, 흩어진 머리칼이나 저기 울부짖는 바람만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카락이 점점 물의 바닥에 닿고 있어요

어쩌면 이 강은 그녀의 눈물인지도 모르지요

 

나룻배는 삐끄덕거리며

섬 하나 없는 바다로

또 심해로 나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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