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작은 시집 1
기억
강복주
2022. 5. 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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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강복주
기역을 쓰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
기역을 말하던 그 순간을 기억하는가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는 쓰고 말한다
꺄르르 웃는 갓난쟁이의 이불을 벗고
시간의 여행에서
멀리 떠나와
다 잊어버렸지만
부모님에게도 기역같은 존재가 있고
조부님에게도 기역같은 글자가 있어
우리는 몸으로 기억한다
에스키모인은 심장병에 걸리지 않고
기름진 물고기를 먹는다
그처럼 병걸리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글자를 쓰는 법
우리의 지혜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이
기억되고 있다
지금을 만들어 준 수많은 기역들이여
나는 너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기억하리라
그리고 나 역시 기억되지 않은 채로
기역을 알리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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