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작은 시집 1
운동화 끈
강복주
2022. 5. 10. 11:29
반응형
운동화 끈
강복주
혼자서 운동화 끈도 제대로 묶지 못했던
12세 그 소녀
아직도 서툴지만 느지막하게 헐거운 끈을 묶는다
싫은 기색을 보이며 대신 묶어주던 친구도
소녀와 그를 묶던 학교와 직장이 사라지자
함께 사라졌다
그 친구를 못 잊어서 갔던 시내 구석의
여러 개의 운동화 끈을 달고 치렁치렁 붉게 내려온 위험한 상담소는
누가 너를 좋아하겠어?
되묻는다 소녀는 풀고 또 푼다
콧물도 풀고 남겨진 미련도 풀고 이 문제도 풀어보려 애쓰고
다 풀고 남은 심에 다가가자
스스로가 보이고
운동화 끈을 스스로 묶자고
이 관계도 스스로 묶고 풀자고
이젠 어디에도 가지 않고 다만 좋아할 수 있다
풀리는 게 두렵지 않다
스스로 풀어내면서
다시 묶어낸다 끊임없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