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이바 62
그제야 몇 걸음 뒤에 새하얀 왕관을 쓰고 새하얀 웨딩드레스에 지휘봉을 든 여자가 보였다. 4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인이었다.
"하여튼 정스러운 아이인데, 정체가 뭐니? 노예는 아닌 것같고."
"누구신지?"
"어머, 그 소개도 안하고 보내왔다니 정말 못살아. 나는 푸코의 여왕 프린세스4세다. 너는 누구니?"
그러고보니 사방이 다 하얗고 꽃이 펴서 예뻤다. 햇빛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확실히 남쪽이라는 느낌이었다.
"저는 페리온스인데."
페리온스는 일행을 둘러보았다. 마법생물이 아닌 모든 멤버들이 워프라는 공간을 통과하며 신체에 한계가 왔는지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일행들을 좀 보살펴 주실 수 있나요? 여왕폐하."
페리온스는 여왕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여왕은 쾌활하게 호호호 웃었다.
"귀여운 아이들을 보내왔구나. 좋아좋아."
너무 좋아하니까 경계가 되었지만 여왕은 쾌활하게 나풀나풀 어느 방으로 페리온스를 안내했다. 침대가 많은 방이었다. 페리온스는 일행 하나하나에게 "얼른 나아요."를 시전했다. 다만, 바오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바오는 포우로 돌아가야 하는데. 얼결에 다함께 와버렸다.
"어머, 마법을 쓸 수 있구나. 마법사를 보내왔나보구나."
페리온스가 진찰하는 모습을 보고 여왕은 옆에서 탄성을 질렀다.
"푸코에는 마법사가 없나요?"
"음, 있지만 주로 이성관계에서 유혹할 때 쓰지. 푸코의 주력분야란다."
푸코는 어떤 곳일까? 페리온스는 사드만보다도 더 낯선 기분이었다.
"레오는 참 좋은 애야."
여왕은 수다스러웠다.
"폐하."
문을 열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왔다. 몸매가 늘씬한 여자였고 복면을 하고 있었다. 허리춤에는 칼을 두 자루 차고 있었다.
"어머, 카를라나. 인사해. 내 호위기사란다."
"부군께서 기다리십니다."
군더더기없고 간결한 스타일인 것같았다. 포스가 있었다.
"그래! 우리 호빵에게도 레오가 준 선물을 소개해주자!"
"저는, 저는 용건이 있어서 온거라."
페리온스는 더듬거렸다. 왜 설명없이 레오13세가 덜렁 자신을 소통하라고 내보낸 것인지 어쩐지 이해가 될 법도 했다. 프린세스4세는 태양처럼 너무 밝았다. 레오13세와는 느낌이 너무 달랐다.
페리온스의 말은 깨끗히 무시당했다.
"호빠아아아앙!"
새하얀 성을 거닐며 여왕은 고함을 쳤다.
"호빠앙!"
"어이쿠, 무슨 일이야? 자기야."
"호빵! 손님이 왔어. 레오가 보낸 사람이라네."
여왕이 말을 건 사람은 정말 호빵같이 동글납작한 사람이었다. 배가 불룩 나와있었고 관리가 잘 된 콧수염이 얼굴바깥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빈 말로도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는 외모였지만 눈이 깨끗해서 귀여운 얼굴이었다. 그는 뒤뚱거리며 빠르게 걸어왔다.
"자기야. 신하들이 왔어. 옷 갈아입고 내려가."
"알았어~! 소개부탁!"
"그래. 알았어! 나한테 맡겨!"
여왕은 서둘러 다시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많았고 미로같아서 정신이 없었다. 페리온스는 호빵을 보았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페리온스를 보았다.
"사드만은 주로 늑대인간을 보내는데."
"늑대인간이요?"
페리온스는 놀랐다.
"응. 늑대인간은 여기서는 노예란다. 사드만에서는 검투장에서 쓰라고 우리에게 늑대인간들을 선물로 보내주지."
페리온스는 놀랐지만 겉으로는 최대한 태연한 체하며 멀쩡한 얼굴을 연기했다.
"저는 유니콘을 사러 왔습니다."
"그럴 것같더라고! 핫핫핫!"
그들은 쾌활했다. 부부 한쌍이 모두 바닷가에 잘 어울렸다.
"하지만 7일 후에는 달빛 축제가 있어. 15일마다 열리는 거대한 축제인데, 7일 후에는 더 특별한 달빛축제가 열린단다. 그 동안 푸코를 좀 알고 가는 것도 좋겠지?"
"네. 저희는 아티마도 찾아야합니다. 왜냐하면 사드만의 좀비를 치료할 수 있는 건 아티마란 신전에 갇힌 신들께서 할 수 있는 거라서요."
"그래. 우린 사드만의 아픔에 대해서도 알고 있지. 참 안타까운 일이야. 하지만 뭐 쉴 때는 쉬라고. 놀다보면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호빵의 호의적인 태도에 페리온스는 적잖이 마음이 놓였다. 그제야 주변이 좀 더 확장되어 눈에 들어온다. 하얀 집, 하얀 새. 햇살.
"푸코는 어떤 곳인가요?"
그제야 예의를 갖추어 물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쾌락과 향락의 나라인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지. 세계에서 가장 즐거운 나라라네."
"그런가요?"
"특히 달빛검투장, 카지노, 경마장,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관광지! 그리고 거인의 섬. 그리고 15일마다 연인들을 위한 달빛축제가 열린다네. 볼 거리도 많고 즐길 거리도 많고 아주 즐거운 나라이지."
"나도 소문을 들은 적이 있어. 모든 종족 중 인간적인 특성이 있는 끝판왕의 나라라고. 푸코를 들어본 적 있어."
뮤오린이 말했다.
"그래! 소개시켜줄게! 7일 뒤면 달빛검투를 하니까 보고 가라고! 하하핫!"
호빵은 호인이었다.
"그럼, 카지노에 먼저 갈까?"
"카지노라면, 벨키스가 운영하는 도박장과는 다른 건가요?"
"푸코에선 아예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지. 사람들이 좀 덜 망하도록 제도를 취하고 있어. 물론 겜블러를 이길 순 없지만."
호빵은 하핫 웃으며 종종 걸음으로 앞서나갔다. 페리온스는 따라가려다가 결국 마법을 써버렸다.
stop(스탑:멈춰)
"어라?"
호빵의 통통한 체구가 기울어졌다가 퍽 엎어졌다. 페리온스는 저질러놓고도 놀랐다.
"괜찮으세요? 일단 멈추시라고 한 건데 죄송합니다."
"오호, 이성을 꼬시는데 쓰지 않고 마법을 쓴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근데 왜?"
"일행이 있어요. 그들과 같이 가고 싶어요."
"그래? 어딨는데?"
"침대에 누워있어요. 워프로 여기까지 왔거든요."
"가보자!"
호빵은 선뜻 앞장서 나갔다. 체구는 작은데 걸음이 무척 빨랐다.
방 안에 도착하자 이미 소란스러웠다. 물수건이 철썩 철썩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무려 단도 이바가 어느새 품에 떨어져서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놀라서 외쳤다.
"이바!"
-이 녀석! 내가 품 안에서 떨어진 줄도 몰랐지? 이렇게 소중하게 대하지 않다니, 나쁜 놈! 나쁜 놈!
"아냐. 이바. 언제 나간 거야?"
이바는 낑낑거리며 손잡이에 물수건을 적셔서 나르고 있었다. 물수건을 끙끙거리며 앓고 있는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의 몸을 휘게 하여 온 몸으로 던져서 착착 이마에 착지시키고 있었다.
-지친다, 지쳐! 네가 해!
그는 수건을 걸어 페리온스에게 내밀었다. 뮤오린이 그 수건을 집어들었다.
"이미 모든 애들에게 수건이 있는걸."
뮤오린은 중얼거렸다. 이바는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네 마법 솜씨는 썩 괜찮았다! 내일이면 전원 나을 것이야!
"오호, 좋아좋아. 그러면 내가 계획 일정표를 좀 짜서 주마. 관광지 코스로 7일을 쫙 짜서 말이야! 레오가 보낸 손님이니 잘 대접해야지! 카를라나! 죽 좀 줘, 어라 가버렸나?"
호빵이 맞장구를 치다가 어리둥절했다.
"하여간 카를라나는 우리 여왕밖에 모르는군."
그는 살짝 섭섭해하는 것같다.
"저녁에 갈 수 있으면 카지노부터 가자. 합법 카지노의 맛을 보여줄게."
"저희는 유니콘을 사야합니다. 돈을 가지고 허튼 짓을 하면 안되기 때문에, 죄송합니다."
페리온스는 이번에는 명확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에이~ 쪼잔하군. 겁먹었어?"
"돈을 따는 것보다는 잃으면 안되기 때문에요."
유니콘을 살 금액을 다 잃어버리는 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었다. 지금까지 돌봐준 르네백작과 그레마를 볼 면목조차 없다.
"좋아. 내가 100골드씩을 줄게. 어때? 다 잃으면 다 잃는 거고 더 이상 하지 않기."
"10골드만 주십시오."
"너희들 전체 다 해서 100골드를 주겠다는 뜻이지. 후후. 그럼 10명 정도되니까 10골드 안에서 어떻게든 하라구."
역시 호인처럼 보여도 여왕의 부군.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건 그의 호의였다.
페리온스는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받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못 갈 수도 있을 것같아요."
"그래! 뭐 괜찮아. 강요하는 건 아냐. 나도 소개해주는 데에 의의를 가지고 있는 거니까. 그렇담 다음 일정엔 꼭 참석할거지?"
"네. 물론이죠."
"거참, 여행자 중에서 이렇게 빡빡한 녀석은 처음일세."
"마음은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알았어. 저녁에 올테니 쉬라고. 식사 올려보낼까?"
"네, 부탁드립니다."
호빵을 문 밖까지 마중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뮤오린과 이바가 아이들의 체온을 재고 있었다. 세느는 그녀가 평소 들고 다니던 거대한 검은 아니었지만 그녀 체구의 반쯤되는 검을 휘두르는 연습을 하고 있었고 카일도 비틀비틀 깨어나고 있었다. 어니스트도 강한 체력으로 반쯤 일어서 있었고 카르멘도 마찬가지였다. 뭉크는 어느새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일어서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었는데, 제일 심한 것은 바오였다.
"내일이면 완전히 회복할 거야."
뮤오린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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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의 이야기가 시작되려다가, 현재의 상태로는 장편소설을 도저히 쓸 수 없을 것같아 중도포기인데요.
노래로 완결할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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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시리즈) 이바의 세 소년 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AI작곡에 대해 들고 왔는데요. 창작자분들의 수고로움이나 능력치등은 모두 존중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개인의 노력과 축적된 경력치의 매력을 누구나 인정한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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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시리즈의 얼개와 개요(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설로도 써두었지만 소설을 안 보시고도 개요를 알 수 있도록 줄거리를 적어놓은 노트를 가지고 왔습니다. 다소 거칠수도 있는데요. 신들의 소재는 판타지의 소재일 뿐 믿음과 신념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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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안에서 완결까지 음악파일이 올라올 것같습니다.
계속 봐주셨는데 소설로써는 완결까지 맺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이야기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