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이바 53
어니스트가 수비대장을 끌어당겼지만, 그는 힘이 셌다. 페리온스는 마법을 걸었다.
throw!(드로우:던지다)
수비대장이 1m는 나가떨어지고 바오는 수비대장에게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었다. 좀비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마지못해 철창을 발로 찼다. 쾅 하면서 닫기는 철창에 투마와 뮤오린, 웜이 당황했다.
"꼭 잠궈! 닫아!"
"너희는!"
"일단 1명이라도 살아남아야 돼!"
어니스트는 바닥에 떨어진 나무 막대기를 쥐고 휘둘렀다.
"다 해치울 수 있지! 이 놈들 세지는 않아! 나뭇가지 같은 걸!"
반대편 감옥의 철창이 비어있었다.
"으윽 난투전은 약하다고.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여기로 들어가는 게 좋겠어, 형, 페리."
카일이 재빨리 감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좀비들이 몰아쳐왔다. 카일을 속수무책으로 손목을 깨물렸지만 버티고 서 있었다.
throw!(드로우: 던지다)
마나는 조금씩 닳았다. 그러나 이 정도쯤은 가볍다. 수십번을 던지는 동안 어니스트가 자리를 잡았다. 페리온스도 무서워하고 우왕좌왕하는 세느를 안고 급히 들어갔다.
"바오가……."
"저 형은 이미 감염됐어."
어니스트가 철창문을 닫았다. 좀비들이 철창을 물어뜯고 안으로 쾅쾅거렸다.
"방법이 있을 거야. 바오를 구할 방법이."
페리온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대로라면, 도미할아버지를 볼 면목조차 없다.
"최고의 감옥이라더니, 튼튼해."
카일이 철창을 보며 감탄했다.
"거기는 괜찮아?"
페리온스가 상대편 철창에 소리를 지르며 물었다.
"우린 다친데 없어. 거기는 어때?"
뮤오린의 가볍고 투명한 소리가 어울리지 않게 톡톡 울려퍼졌다.
"우리도 괜찮아."
페리온스는 머뭇거리다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카일은 손목이 물려서 손목에서부터 점차 핏줄이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고, 어니스트 형도 여러 좀비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어깨에 상처가 나있었다. 그리고 페리온스 자신도 들어올 때 손을 조금 물렸다. 페리온스의 손은 아직 회색으로 변하지 않고 멀쩡했다. 세느도 온 몸을 물렸는데, 조금도 아픈 기색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 지 몰랐다.
카일은 점점 안색이 나빠졌다. 최대한 참고 있는 듯했지만, 이제 몸의 반이 핏줄이 곤두선 회색이다.
"오린 경비대장이 왜 좀비를 못 죽였는지 알겠어."
페리온스는 혼잣말을 했다. 어니스트가 힐끗 페리온스를 보았다.
"좀비가 원래는 인간이었던 거야."
"페리온스, 주군. 미안한데,"
어니스트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형? 왜?"
"나도 틀린 거 같다. 늦기 전에 카일을 데리고 나갈게.
"나갈 수 없어. 저걸 봐."
좀비들은 철창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서며 위부터 아래까지의 철창을 전부 물어뜯고 있었다.
"형, 어떤 기분이야?"
"피가 마르는 기분."
"이상하다. 나는 멀쩡한 것같은데. 세느? 넌 괜찮아?"
"무서워! 히잉."
페리온스는 자신의 판단에 후회했다. 너무 자만했던 것같다. 마법이 통할 것이라고. 자신때문에 이렇게 된 일행을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페리온스는 얼굴 전체를 감싸고 떨구었다.
"괜찮아?"
멀찍이서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웜의 목소리였다.
"너희는?"
"네 목소리를 들으니 알겠다. 안 괜찮은 거지? 솔직하게 말해. 페리. 그래야 우리가 살 수 있어."
"사실은, 우리는 전부 다 물렸어."
소리가 들리자, 좀비들의 키이익하는 소리가 더 커졌다.
"뮤오린과 내가 얘기해봤는데, 고서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 마법생물은 마법적 저주에 감염되지 않는다."
"좀비가 되는 게 마법적 저주라고?"
"응, 그러니까 인간만 걸릴 수 있는 저주인 것같아. 세느는 무사한 거지. 그리고 또 하나 희망적인 일이 있어."
웜은 모처럼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쳤다. 페리온스는 평소 조용한 웜이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고서에 이런 구절이 있어. 저주는 빛의 힘으로 풀린다."
"빛이라면, 라이트마법 말인가?"
"그건 뭉크가 알고 있었어. 신성력으로 좀비를 원래대로 돌릴 수 있대. 그런데, 너무 많은 좀비에게는 너무 많은 신성력이 필요해서, 신성력을 다 쓰게 되면 다크프리스트가 될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이 많은 인원은 무리일 것같아. 그래서 성수를 쓰면 좋을 것같은데. 물이 필요해. 근데, 네 말을 들으니까, 라이트마법으로도 충분히 유인은 할 수 있겠다. 카일이랑 어니스트형은 괜찮아?"
"공격을 하지는 않지만. 알았어. 세느를 데려갈게."
아무런 이상도 없었지만, 페리온스는 자신도 물렸으니 곧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미 어니스트와 카일은 몸을 뒤틀며 키이익 소리를 내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눈을 감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한글을 쓰자.
진정해.
어니스트와 카일은 평온해졌다. 마법생물에게도 이 마법이 통하는 걸까?
그리고 감옥의 등불을 나무막대기로 부수었다. 곧 깜깜해졌다. 그 신호를 알아들었는지, 뮤오린 쪽에서도 불이 꺼졌다. 가래끓는 소리가 멈추었다. 좀비들은 조용해졌다.
그리고 빛의 구를 만들었다.
light ball(라이트볼: 빛의 공)
왔던 길 쪽에 넓은 자리로 멀리멀리 던졌다. 좀비들은 우르르 빛을 따라 몰려갔다. 그 틈을 타서 세느를 업고 철창문을 열었다. 짧은 거리지만 식은땀이 흐른다.
"안 보여. 히잉."
"쉿."
페리온스는 달려서 철창까지 달렸다. 좀비들은 아직 빛의 구를 쫓고 있었다. 웜은 철창을 열었다.
"페리, 너도 들어와."
"나는 틀렸어. 세느만 데려가."
속사포처럼 조용하게 주고받았다. 그러자, 투마가 페리를 잡아당겼다. 거대한 힘에 페리온스는 그대로 철창 안에 들어왔다. 좀비들이 철창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바꿔 들었다.
"잠궈. 잠궈."
웜과 뮤오린이 낑낑거렸다. 문은 금새 잠겼다. 그리고 다시 횃불에 불을 켰다. 밝아지며 좀비들이 다시 몰려왔다. 철창은 튼튼하다.
뭉크가 구석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페리온스는 그 옆에 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나도 감염됐을 거야."
"너는 감염이 안 됐을 수도 있어."
뮤오린이 말했다.
"고서에는 안 나오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
웜도 턱을 괴었다.
"무슨 뜻이야?"
페리온스가 물었다. 뮤오린은 고민하다가 페리온스에게 천을 던져 주었다. 그러고보니 우리의 옷도 저 수비대장이 가지고 있었다.
"늑대인간도 마법생물인가, 인간인가 하는 문제이지. 만약 감염되어도 걱정마. 감염되는 시간이 있고 우리에겐 뭉크가 있으니까."
"늑대인간?"
투마와 세느가 깜짝 놀랐다.
"오빠도 마법생물이야?"
"핫핫 늑대인간이 반가워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페리온스는 투마와 세느의 반가움에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인간이라고 믿었었는데. 그런데 아직도 피가 잘 돌고 있는 느낌이기는 했다.
"세 명이나 두고 왔어. 바오, 어니스트형, 카일."
혼자서 묵묵히 기도하던 뭉크가 눈을 떴다.
"기도로서 신성력을 회복했습니다. 좀비가 몇 명일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20명 정도는 마법과 더불어 쓰면 효과가 있을 것같습니다."
"마법? 뭘 쓰면 되죠?"
뮤오린이 물었다.
"물을 좀 만들어주시면, 성수를 만들 수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뭉크는 작게 외쳤다.
Holy cup!(홀리 컵: 신성한 컵)
그는 잔을 들고 멤버들의 중앙에 건배를 하듯이 내밀었다.
뮤오린과 페리온스가 외쳤다.
water(워터:물)
금새 공기 중에 이슬이 찰랑찰랑 차올랐다.
컵 안에 그 이슬이 모두 들어가자 손바닥만한 크기의 컵에 물이 가득 고였다. 뭉크는 손바닥을 내밀어 빛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 좀비들의 입 안에 성수를 넣어야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