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작은 시집 1
나잇값
강복주
2022. 5. 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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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값
강복주
자그마한 경매장에
나는 기둥에 드리워진 그림자처럼 앉아있습니다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나이의 배를 가르고
무게를 달아 서로에게 가격표를 다는 자리에
나는 손을 들지 않고 서 있습니다
나잇값이 아직 0그램으로 달린,
32살의 성인
철 지난 전어가
비싸게 팔렸을 때처럼
역사가
가벼울수록
무겁게 느껴지는
나이의 값어치는,
생명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살아온 데에 대해 기대를 하기에
생긴 값어치이겠지요
나는 망설이다가 경매장을 떠나지만
누군가가 복숭아 같은 살갗에 붙여준 스티커가 등 뒤에 붙었습니다
반 틈의 성적표가, 5점 만점에 2.5점의 별점이
경매장에 처음부터 오지 않을 것을 그랬을까,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래도 그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 세상에 나가도
나의 나잇값은 그대로이겠지요
복숭아씨 같은 팔꿈치를 매만지며
다만 다시 파묻혀 한 그루의 나무가 될 것을
장자가 말한 쓸모없는 나무 한 그루
값어치를 버리고 다른 값어치를 찾아
과육을 먹고 씨앗을 묻을 곳을 찾으면
숨어있는 나잇값 한 덩어리 흙 아래 뿌리가 되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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