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복주 2024. 4. 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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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갑자기 어디서 폭탄을 만들어요?”

 

어니스트가 묻다가 카르멘을 보았다.

 

“야, 너, 여러 가지 있지 않냐?”

 

“있죠. 있죠. 도둑의 필수품이란 다 있죠. 그 중에 소형폭탄도 있답니다!”

 

카르멘은 손바닥만한 폭탄을 꺼내들었다.

 

“단, 두 개 뿐이랍니다~.”

 

“효과를 좀 보자.”

 

어니스트가 폭탄을 던졌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 두 세 그루가 쓰러졌다.

 

“이걸론 택도 없잖아!”

 

웜은 고심하다가 말문을 열었다.

 

“마법이 있다면 폭탄대용으로도 쓸 수 있을텐데.”

 

“마법?”

 

페리온스는 일행이 모여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바스타드 소드를 휘둘러 나무를 쓰러뜨리고 있는 하프드래곤, 세느를 보았다.

 

“세느! 마법을 쓸 수 있겠어? 길 좀 내줘!”

 

“응! 어느 방향으로?”

 

“이 쪽. 화염말고 바람속성으로.”

 

“알았어!”

 

세느는 바스타드 소드에 힘을 불어넣었다. 몸이 뚱뚱해지더니 바스타드 소드로 기력이 빨려들어가며 외쳤다.

 

“윈드 블레이드!”

 

콰콰콱! 

 

굉음과 함께 땅이 곧게 펴졌다. 정상까지 올라간 윈드 블레이드는 그대로 하늘로 증발했다.

 

“정상에서 또 한 번 쓰면 되겠다.”

 

페리온스의 말에 세느는 헤헤 웃었다.

 

“오빠, 나 칭찬해줘. 칭찬.”

 

“잘했어. 잘했어. 든든해.”

 

“헤헤.”

 

세느는 활짝 웃으며 먼저 달려나갔다. 페리온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입을 쩍 벌리고 앞을 보았다.

 

“이게 드래곤의 힘이구나.”

 

“무섭다.”

 

“하프드래곤의 힘은 우리가 수련하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야. 힘내자고.”

 

타모르만이 나른하게 말했다.

 

2시간이 걸려 올라간 정상에서는 다시 굉음이 울려퍼졌다. 싹 정리된 땅을 밟으며 일행은 왠지모를 공포심을 느꼈다. 우리 편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도착한 아래쪽 숲길은 윈드블레이드를 따라 움푹 패여있었다. 사람 키높이는 되는 정도의 높이였다. 어니스트가 등을 대었다.

 

“타고 올라가. 다들.”

 

“제가 먼저 올라가서 끌어주겠습니다.”

 

타모르가 그렇게 말하고는 성큼 성큼 올라갔다. 어니스트는 무거운지 이를 악물었지만 신음소리는 내지 않았다. 웜과 카르멘도 망설이고 있었지만 페리온스도 성큼 발을 올렸다. 뒤이어 뭉크와 웜, 카르멘도 올라왔다.

 

“세느 너도 가!”

 

어니스트는 뒤를 돌아보며 미간을 찡그렸다.

 

세느는 망설이다가 다다다 달려왔다. 하프드래곤, 몸무게가 어느 정도 나갈까. 어니스트는 긴장했다. 세느는 어니스트를 밟고 붕 떠서는 위에 도달했다.

 

“꺄하하!”

 

“으악!”

 

그대로 어니스트는 자세가 무너졌다.

 

쓰러진 어니스트를 구덩이 위쪽에서 바라보며 일행은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카르멘이 가장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어니스트는 어떻게 올라오지?”

 

“형이 키가 커도 위쪽을 잡기엔 무리일 것같은데요.”

 

웜이 중얼거렸다.

 

“꺄하하!”

 

갓 올라온 세느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왔다갔다 하다가 손을 휘둘렀다.

 

“플라이!”

 

어니스트는 쓰러진 자세로 그대로 떠올라 지상의 바닥에 떨어졌다.

 

“으윽, 내 허리…….”

 

“이 방법이 있었구나. 괜찮아요? 형?”

 

“이 방법이 있었다면, 내 허리는 왜 나간 거야…….”

 

어니스트는 원망스러운 눈길로 세느를 바라보았다. 세느는 밝은 표정으로 다가와 함박웃음을 지었다.

 

“됐다. 됐어. 어린애랑 무슨.”

 

어니스트는 투덜거림을 꾹 참고 비척비척 일어섰다.

 

눈 앞의 전경이 펼쳐졌다.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물살이 눈이 부셨다. 바위도 맑은 하얀색이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바위와 절벽으로 사방이 가로막혀 있었다.

 

“제대로 온 거 맞아?”

 

어니스트의 물음에 웜이 지도를 꺼내들었다.

 

“음,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여기입구에 드워프의 마을이라고 써져 있어요.”

 

“저기 그늘이 진 곳이 있는데.”

 

“가봅시다~.”

 

카일이 앞장섰다. 길이 없어 돌을 타고 올라가자, 작은 동굴이 보였다. 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바깥까지 울려퍼졌다. 종유석동굴이었다. 뭉툭한 칼날처럼 석고가 뽀족하게 내려와 있었다.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왼쪽으로 빛이 비쳤다.

 

“왼쪽에 횃불이 있을 수도 있겠어. 빛이 나온다.”

 

카일이 일행에게 손짓했다. 타모르가 껑충 뛰어 안으로 들어갔다. 페리온스는 급히 앞으로 움직였다.

 

“이야!”

 

타모르의 탄성이 들렸다.

 

페리온스는 급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별빛처럼 불빛이 쏟아져내려왔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반딧불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와중에 동굴의 벽에는 검과 철퇴, 단도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 쪽을 따라가자 문이 나왔다. 문에는 표어가 걸려있었다. ‘인간들아 오지마라 드워프가 때려뿐다.’

 

“때려버린다는데?”

 

카일이 문에 바짝붙어서 표어를 읽었다. 떼어 보려고 했으나 용접으로 단단히 붙어있었다.

 

“엄머♥”

 

철퇴를 보고서는 카르멘이 꼬인 뱀처럼 몸을 꼬았다.

 

“아무리 무명이라고 해도 이 드워프제 검이 바깥에 걸려있다니.”

 

카르멘이 무기를 들었다. 어니스트가 미간을 찌푸렸다.

 

“만지지 마.”

 

“버려둔 거 아냐? 그럼 내 꺼♥”

 

문이 열렸다.

 

“도둑이다!”

 

짧달막한 체구의 드워프가 소리를 질렀다.

 

“드워프다!”

 

페리온스 일행도 입을 모아 외쳤다.

 

“인간! 인간이 무슨 염치로 여기까지 왔느냐! 표어가 보이지 않았느냐!”

 

드워프가 커다란 망치를 들고 일행에게 휘둘렀다. 소리는 위협적이었지만 속도는 느렸다. 그러나 어니스트와 웜, 카일은 무척이나 긴장한 표정이었다. 옆에서 검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있던 타모르가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검등으로 드워프의 손을 내리쳤다. 드워프는 진동이 크게 왔는지, 망치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

 

“으윽!”

 

“우리는 싸우러 온 게 아냐. 그렇죠? 주군?”

 

타모르가 말했다.

 

“저는 마법종족과 인연을 맺고자 합니다.”

 

페리온스가 말했다. 그러나 드워프는 수염을 바르르 떨며 노려보았다.

 

“우리를 여기까지 내쫓아놓고 염치가 없군.”

 

“들어가도 되겠어?”

 

타모르가 쓰러진 드워프를 뛰어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였다. 드워프는 타모르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끌어당겼다.

 

“으아악!”

 

타모르가 미끄러져 넘어지자, 드워프는 다시 일어서서 망치를 잡았다.

 

“절대 한 놈도 들어가지 못한다.”

 

페리온스는 검을 잡았다. 긴장했다. 검에는 소질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마법도 쓸 줄 모른다. 빛이 한 줄기 나오기는 했지만, 그게 뭐 대수란 말인가. 역시 자신이 잘하는 것은 검밖에 없고, 저 드워프를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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