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작은 시집 1
이름
강복주
2022. 5. 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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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복주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나는 내 이름을 지우고만 싶습니다
세상이 나를 태어나게 하고
다시 하늘로 부르심이
이름을 짊어지게 하기 위함인지요
살아오며 점점 조각되는 나의 이름
그 명암이 부끄러워
나는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매만집니다
이름으로써 살아가는 사람에게
풍파는 다시 이름을 원에 이르게 하려는데
온전히 원으로써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련지,
어쩌면
이름을 쓰고 이름을 지우며
우리는 나무 안쪽의 나이테처럼
점점 더 큰 원으로 자라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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