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기 장편/서툰 남자(로맨스)

(로맨스 소설) 서툰 남자2

강복주 2023. 4. 4. 00:42
반응형

 

 

채희는 울고 싶었다. 그와는 같은 동아리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로진의 혼잣말처럼 로진은 채희가 도망치듯 들어온 동아리 방에 반듯한 이마를 드러내놓고 앉아있었다. 회의는 진행 중이었다.

 

채희와 친한 과선배 몇 사람이 채희의 팔을 끌어당겨 토론에 참여하기 좋도록 좋은 자리를 마련해주며 그 동안 진행된 사항에 대해 귓속말을 해주었지만 채희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하필이면 눈앞에 로진이 앉아있었다.

 

곧 축제지!”

 

흥이 많은 회장선배가 어깨춤을 췄을 때도 채희의 시선은 로진에게 고정되어있었다. 전교생 4000. 그 중에 중앙동아리는 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취미를 공유했는데 그 중 시문학동아리에 채희와 로진은 소속되어 있었다.

 

로진은 회장의 옆에서 꼼꼼하게 뭔가를 기록해나가고 있었다. 로진은 회장의 오른팔과 다름없이 친했고 직함은 서기를 달고 있었다. 회장은 힐끗 로진을 보더니 밝게 외쳤다.

 

복학생들도 너무 소외시키지 말고!”

 

시문학동아리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보니 여학생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진의 시선은 오로지 채희에게로 가있었는데 채희에게는 그 것이 커다란 심적인 부담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로진의 시선이 자신에게로만 향해있는 것처럼 보여졌던 것이다.

 

선배,”

 

?”

 

로진선배 저를 보는 거 아니에요?”

 

얘 좀 봐.”

 

선아는 하하 웃으며 채희의 어깨를 쳤다.

 

도끼병?”

 

아녜요!”

 

로진이가 잘생기긴 했지만 비싸!”

 

아니, 아니, 아니라니까요. 저 선배 이상해요! 진짜라니까요.”

 

무슨 일 있었어?”

 

자꾸. 아니, 것보다 로진선배 대체 어떤 사람이예요? 순 얌전해보였는데 저보고 자꾸, 아니. 나가서 얘기해요. 나가서.”

 

채희는 선아의 등을 떠밀었다. 동아리는 학년을 모두 합치면 200여명 가량으로 유지가 되고 있는 제법 큰 동아리라 늘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한둘쯤 빠진다고 해도 티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선아는 늘 동아리의 크고 작은 사건들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아끼는 후배인 채희가 등을 밀자 별 수가 나지 않았는지 입맛을 다시며 떠밀려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로진이가 결혼하자고 했다고?”

 

겨울이었다. 선아는 추운지 후드를 뒤집어쓰고 채희의 말을 들었다. 선아는 채희를 보다가 채희의 목 뒤에 있는 후드도 채희에게 뒤집어씌워주었다. 채희는 선아가 후드를 뒤집어 씌워주는 동안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느닷없이요! 이거 비밀로 해줘요. 언니. 제발. 나 그 오빠, 아니 그 선배 무서워요. 생긴 것도 순 뱀파이어 닮지 않았어요?”

 

이상하네. 로진이가 그랬단 말이지?”

 

.”

 

걔가 절대 그럴 애가 아닌데.”

 

선아의 표정은 미심쩍은 듯 눈썹이 들썩거렸다.

 

진짜라니까요. 신입생 때부터 갑자기 와서 그랬다니까!”

 

채희는 발을 동동 굴렀다.

 

좋아. 그럼 넌 로진이가 어떤 앤지 궁금하다는 거지? 맨입에 되겠니?”

 

언니! 이러기 있어요?”

 

친한 사이일수록 확실하게, 정보료 지불. 술 사!”

 

결국 채희와 선아는 동아리방을 나와 곧장 술집으로 향했다. 채희는 학교를 나와 보이는 술집으로 곧장 들어가려 했지만 선아가 말렸다. 선아는,

 

고고고!”

 

하더니 자신이 술집을 안내했다. 그 가게는 꽤 구석진 곳에 있는 단아한 일식선술집이었다. 선아는 씨익 웃었다.

 

일단, 여기가 로진이가 자주 출몰하는 장소.”

 

?”

 

정보료 지불할만하지? 여기가 로진이 단골술집이야! 얘가 이런 혼자 먹는 데를 아주 좋아해요.”

 

언니!”

 

?”

 

제가 로진선배를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에이, 아닌 것같은데?”

 

아니에욧!”

 

채희는 씩씩거렸다.

 

알았어. 알았어. 이야기해 봐. 나도 로진이의 그런 모습은 난생 처음 들어서. 내가 동아리방을 오가는 소문이라는 소문은 죄다 듣는 편인데 로진이가 그렇게 묻혀 사는 타입은 아니거든? 일단 이게.”

 

선아는 얼굴을 위아래로 스캔하듯이 휘저었다.

 

근데 너한테서 여자에게 집적거렸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는 말이지.”

 

혹시 선아언니 로진선배랑 공모한 거 아녜요?”

 

채희는 선아를 째려보았다.

 

얘는! 걔 별명이 괜히 얼음왕자인 줄 알아? 괜히 그렇게 유치찬란한 별명을 붙였겠어? 다 그럴만~ 하니까 붙인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다는 거야?”

 

아녜요. 됐어요.”

 

뭔데, 뭔데! 궁금하게!”

 

그냥 심한 장난이었겠죠. 어떤 사람이에요? 그냥 팬클럽 있다는 것 정도밖에 몰라요.”

 

그냥 무뚝뚝하고, 예전에는 일진이었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워낙 냉하게 생겼으니까 그런 소문이 도는 걸수도 있고.”

 

그럼 백프로네. .”

 

?”

 

심한 장난이었을 게 백프로잖아.’라고 채희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구석이 허전하고 썰렁해져오는 것은 왜인지 모를 노릇이었다.

 

에잇!”

 

, 원샷하면 어떡해? 같이 마셔!”

 

둘은 이른 오후 6시부터 소주잔을 짠하고 마주쳤다.

 

로진이 정도면 괜찮을 거야.”

 

선아는 위로하듯이 채희에게 말을 건넸지만 채희는 고개를 저었다.

 

별로야. 왜 장난을 치냐고요. 심장 떨어질 뻔 했다고요! 아무 여자한테나 결혼하자고 장난치는 남자, 정말 별로거든요!”

 

장난이 아닐 수도 있잖아?”

 

됐어요! , 그게 더 싫어요.”

 

말은 왜 더듬어?”

 

됐어욧!”

 

 

그 시각.

 

와아, 이걸 꼼꼼하게 다 기록했어? 서기 잘 뒀는데?”

 

로진은 아무 말 않고 자신의 맞은 편을 보고 있었다. 회장은 싱글벙글하며 서기기록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멍하니 시선을 저 편으로 두고 있는 로진을 보았다.

 

아까부터 자꾸 저기를 보네. 귀신이라도 보냐?”

반응형